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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이 한달 간 한국 친정에 다녀왔다. 그 한달 동안 혼자 남은 그녀의 남편은 텅 빈 집이 왜 그리 더 커져 썰렁한 지 모르겠다며 서성거렸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거제도를 찾고 통영에도 가고 동백꽃 붉은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왔다고. 열네살에 미국에 이민 온 남편은 동백꽃에 맺혀진 ..
오늘도 비 사막을 떠 올린다.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모래 밭 그러다가 오아시스 나무그늘 아래서 달디 단 샘물을 마시고.또 낙타를 탄다는. 이제껏 가 본 사막에는 낙타가 없었다.불 타는 태양 아래 불모지의 끝없는 황량한 들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유타의 사막들에 가 본 경험이다. 오아시..
새벽마다 침실 벽난로 굴뚝 함석 뚜껑을 두들겨 잠을 깨우는 딱다구리가 아직도 짝을 못 찾은 건지 아님 다른 딱다구리들이 줄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두드리는 건지. 새총으로 녀석들을 쫓는 걸 실력상 포기한 남편이 셀폰으로 잡은 딱다구리 한마리. 모습을 보고나니 두들기는 소리가 덜..
밤 새도록 한 들 건너 집 소가 울었다. 아침에 좀 그쳤는가 했더니 알라스카로 가는 안개 속 뱃고동 마냥 길게 크게 운다. 지난 봄에도 새로 난 송아지를 앗기고 난 어미소가 하나 그리도 몇날 몇밤을 울더니.... 소 우는 이웃에 물어보려다 그만 둔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소울음에 잠을 ..
겨울 끝머리 들에 푸른 풀이 돋아나기 전에 굶주린 노루들이 잎이 단 나무들의 새로 움트는 싹들이랑 꽃봉우리들이 부풀어 오르는 가지들을 어김없이 싹뚝 싹뚝 잘라 먹는다. 진달래, 철쭉 꽃봉우리를 시작으로 해서 화단에 새로 나오는 꽃 싹들. 배, 사과, 자두등 잎이 단 과수들은 그렇..
이틀 반짝 한다기에 일월에 마쳐야 하는 포도나무 전지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야 겨울이면 오는게 비니 비가 오든 안 오든 날씨에 관계 없이 해야하는 일이긴 하지만 마른 날을 노칠 수는 없다. 일월에는 나무가 겨울잠을 자는 중이라서 싹 나기 전에 전지하기에 맞는 시기라는데 가지들..
크리쓰가 갈라지는 음성으로 전화해 온다. 아무개가 죽었어. 밤 새 술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는 거야 오 마이, 아이엠 쏘 쏘리. * * * 겨울철 우기가 다가오고 아침 아홉시에야 밝아 네시면 컴컴해지는 회색의 어둠을 술로 마셔버리던 아무개. 술 마시는 싸이클에 접어들면 동네 ..
타미플루를 먹어 독감 바이러스를 없앤지도 한참인데 증상은 계속되어 좀체 떨쳐지지가 않네. 참 독하기도 하네. 차츰 나아지면서 바바라를 찾아가 봐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팔월 말에 아들 결혼식이 끝나면 구월 중에 한 번 올께. 칠월 어느 날 바바라를 방문해서 그렇게 말했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