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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농익어 새들이 먹기 시작하는 십일월 초 또 마늘을 심었다. 벌써 십여년 째 같은 평양마늘을 심는다 굵은 것들을 골라 씨로 남겨 심다보니 뿌리가 아주 큰 종자가 되었다. 이젠 이사 간 옆집 브래드가 몇 뿌리를 주어서 심기 시작했었다. 혹시 단양 마늘 아니니? 한국 마늘이라면 ..
안개가 짙은 이른 아침 섬의 한 트레일 입구에서 바바라랑 만났다. 둘 다 비에 대비해 두터운 코트에 두꺼운 모자에 장화를 신었다. 바바라가 책을 보여준다. 즉석에서 무슨 버섯인지 알 수 있을꺼야. '먹는 버섯 채취' 일년 간 코스를 등록하고 이제까지 두번 숲 속 실습에 참가한 바바라 ..
포도를 나눠 먹을 이웃 명단 중엔 머리를 정성스레 다듬어주는 미용실 젊은 주인 부부 그리고 배 타고 오가는 길 허기 진 배를 정갈하게 채워주는 식당의 여주인이랑 함께 수고하시는 분들도 있다. 항상 식당 부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시는 할머니 사장님 재작년엔 누룽지를 한보따리 ..
또 라벤다 철이 돌아왔네. 지난 해엔 우리가 집에 없어 스케치 그룹이 자기들끼리 주인 없는 들에 다녀갔다. 오늘은 스무 사람이나 왔네. 섬의 스케치 그룹 여인들. 간혹 보이던 남성들이 올해는 없다. 나탈리는 라벤다에 맞춰 리넨 블라우스에 모자까지 쓰고 포올라는 보라색 셔츠랑 신발..
병 치레로 밀렸던 봄날들을 헉헉 따라 잡기에 바쁘다. 늦어도 한참 늦었네 이웃들에 한국오이 모종을 전해주는 것이. 길고 껍질이 얇고 아삭아삭한 싱그러운 한국오이가 우리 이웃들 에겐 아주 인기다. 늦게 심어 겨우 떡잎 두장에 오이 잎이 두개 올라오는 어리고 여린 모종 몇개 들고 ..
몇일 전 크리스가 클로디아 집에 가잔다. 숫양(ram)을 두마리 죽이는 날인데 머리 얻으러 가는 김에 클로디아네서 브런치도 먹자고. 에구 나는 무조건 사양이다. 몇년 전 클로디아랑 크리스가 양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밥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길 나누던 것에 밥을 못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드디어 남편이 포도 덩쿨들 전지를 끝냈다. 간간히 오는 비 속에서혼자서가끔씩 마누라 도움을 받아가며해냈다. 어둑한 새벽부터어스름한 저녁이 올때 까지 별별 세대의음악들이랑동료 삼아놀면서. 허리 주욱 피면서뿌듯해하네. 일거리 겨울 비 속에서도사람을 일으키네. Imagine Dragons-be..
히로가 아프다 우리가 브루클린으로 떠나기 전에 예사롭지 않은 통증을 호소했었는데 육개월이 지나 돌아오니 중환자가 되어 있다. '나 참 열심히 살았는데 나쁜 것도 안 먹고 나쁜 짓도 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일했는데....' 젊을 적 부터 레슬링으로 단련된 몸이 그 독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