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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포도 덩쿨 전지하는 때가 돌아왔네
    농장주변이야기 2019. 1. 9. 17:33





    작년 포도 농사는 거의 망쳤다.


    추운 지방 오스트리아와 독일이 원산지인

    단 포도로 먹는

    인터라켄, 린덴 블루 만 제외하곤



    포도주를 만드는 


    피뇨 느와(pinot noir)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씨그레비 (Siegerrebe),

    마델린 안제바니 (Madeleine angevanie)

    모두 곰팡이가 피었다.





    재작년에 손녀 봐주러 

    포도가 싹 트는 시기 부터 수확하는 때까지

    집을 비워 포도주 만드는 캐런네가 돌봤다.


    작년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캐런네 곰팡이 콘트롤 하는

    스프레이 프로그램에 맡겼다가

    이렇게 되었다.


    캐런네는 우리 보다 내륙에 있어서

    바다 안개가 덜 낀다.


    남편이 수년 동안 실험 끝에 

    우리 포도밭에 맞는 스프레이를 정착시켜

    곰팡이 피는 걸 막아왔는데


    그만 두 해 거퍼서 다른 스프레이를 뿌리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같은 섬이라도 위치에 따라서

    기후가 참 다르기도 하다.



    까맣게 곰팡이가 핀 채로 그대로 둔 

    포도 덩쿨을 보면서

     


    '지금 부터 잘 하면 되지.'


    남편은 농부의 낙관으로 

    포도 덩굴의 새해를 시작하는 전지를 한다.




    내가 도와준다고 나가니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주려다

    그만 Barn 앞에 설치한 스피커 몇 개 중

    한 개를 떨어뜨려 깼다.



    '벌써 몇년 된 스피커라 구닥다리인데 잘 깼다'


    맞아. 

    사람도 망가지고 

    아프고 

    가고 

    그러는데 그까짓게  뭐.'


    그냥 생음악으로 흥얼거리지 뭐.'



    요즘엔 둘이서 질세라

    툭하면 떨어뜨리고

    툭하면 잘도 깬다.




    강아지가 짖고

    개스 배달하는 트럭이 들어온다.


    새로운 얼굴이다.


    먼저 배달 해 주던 분이 은퇴 하셨다고.


    자신은 본업에서 은퇴하고 

    심심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은발이 성성한 모습이

    꼭 아인슈타인 같은 인상이다.



    통성명을 하고 악수를 하고

    우리 강아지도 쓸어주고.


    개스 넣는 뚜껑을 열다가

    뚜껑 안 쪽에 거미를 보여 준다.





    '얘가 살았을까?

    손으로 살짝 건드리니 움직인다.


    추우니까 다 들 꼼짝도 안 해.

    여기 알들 낳아 

    솜으로 따뜻하게 꽁꽁 싸놓은 것 좀 봐.

    애들이 깨어 태어날 때 까지 

    아마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자는 상태로 있을 거야

    겨울잠을 방해하지 말아야지.'



    개스를 채워 넣고


    아주 귀한 생명을 다루는 것 처럼

    알들이 터질 쎄라

    거미가 놀라 달아날 쎄라

    조심조심 뚜껑을 다시 닫는다.








    '어떤 집엔 뚜껑 속에 말벌들이

    모여 있는데

    추워서 똘똘 뭉쳐 자고 있어.


    장난 치느라 살짝 건드리면

    움찔움찔 하는데

    절대 흩어지는 법이 없어

    그렇게 함께 뭉쳐 보온을 하면서

    겨울을 나는 모습들 이라니.'


    개스 넣는 파이프 통을 열 때 마다

    무슨 벌레를 발견할 까

    기대된다고.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


    배달 올 때 마다 재미난 이야길 들을 것 같다.








    동지 지나고 

    일월 중엔

    하루 일분 씩 해가 길어지니

    점점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겠다.


    오늘 일 한 분량으로 미루어

    넉넉하게 잡아

    한 열흘이면 다 끝내겠다.


    다섯시면 어두워지니

    네시에 일을 마쳤다.


    적당히 피곤이 밀려오는 시간에.




    이루마, 네 속에 강물은 흐르고



    이천십구년

    일월 팔일에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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