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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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일 축하 노래농장주변이야기 2023. 1. 16. 17:33
나탈리 한테서 텍스트가 왔다. D 의 생일 을 위해 자신의 집에서 런치를 하자 고. 좀 망서려진다. 비도 오고 우중충한 날씨에 .... 그래도 나탈리의 해맑은 웃음과 이웃 들이 온다기에 간다고 했다. D 가 좋아하는 잡채를 한 접시 해 간다 하고. 나탈리는 아주 간단한 샐러드 를 준비 했다. 물, 와인, 탄산수 등 다섯 사람이 각 각 다른 음료수들을 마셨다. 점심을 먹으면서 D 에게 한 사람이 물었다. 오늘 생일을 시작으로 앞으로 일 년 동안 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 그 지긋지긋한 이혼의 상처에서 나를 아물리는 거야.' 삐죽하게 말 했다. 아 ! 또 시작하는가. 그 끊임없이 줄줄 나오는 남 탓 과 자기 연민 들.... 하는데 나탈리가 남편인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있던 어얼을 불러낸다. 이주일 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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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큰 바람이 지나 간 아침농장주변이야기 2022. 11. 8. 22:56
겨울이 시작 되는가 했더니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나흘 전 아주 센 바람이 잠을 깨우더니 점점 세어지는 기승에 지붕이 날아가나 했다. 두어시간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에 밖을 내어다보니 집 주위 단풍나무들이 휘어지며 붉은 잎이 가득 달린 머리채들이 땅을 친다. 어쩌나! 저러다 부러지겠네. 깊은 밤에 일어 나 온 뜰에 있는 나무들이 그렇게 온 몸으로 휘둘리며 시달리는 걸 봤다. 아침 대강 둘러 본 마당에 바람이 밤새 떨구고 이리저리 쓸어놓은 단풍잎 무더기들 부러진 작은 솔가지들. 키가 큰 대나무는 세 대가 뿌리 채 뽑혔네. 이만 하면 별 일 아니다, 뭐. 이웃들에게 전화 하려니 통화는 안되고 문자 메시지만 된다. 동네 송신탑이 고장 났으리라. 그 큰 바람에 밤 새 안녕 하신지요들... -아끼던 멀베리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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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히말라야 허니써클 (Himalayan Honeysuckle)-덧붙임-농장주변이야기 2022. 8. 5. 05:09
여름이 한창 인 꽃밭에 붉은 다알리아들이 많이 번졌다. 온통 붉은 색 이네. 빨강은 강한 색이라 너무 많으면 아름답기 보다 지루하고 고개를 돌리게도 한다. 그 동안 많이도 동네에 나누었는데도 끊임없이 번식 하네. 올 가을엔 한 무더기만 남겨야지. 붉은 다알리아 사이에 또 붉은 꽃을 피우는 두 해 전 쯤 어디선가 날아 와 자리 잡은 이 풀. 가지 끝에 조롱조롱 달리는 예쁜 꽃이 신기하다. 다년생 으로 해마다 나오더니 올해는 내 키를 훌쩍 넘고 꽃도 많이 피우고 빨간 열매들도 조롱조롱 달고 있네. 뜰에 오는 이웃들에 소개하니 다 들 초면이란다. 꽃도 잎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겨울에 잎 떨구고 나서도 대나무 가지 처럼 청청 초록으로 남아 있는 줄기도 신기한 듯 들여다 보고 보여주고. 초목의 신상을 알려주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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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칠월 31일 아침 라벤다농장주변이야기 2022. 8. 1. 03:05
또 아침 해가 돋아 오르고 라벤다 밭은 오늘의 색을 비쳐 낸다. 강한 해 아래 어제와는 또 달라지는 색들 깊어지는 보랏빛 그로쏘 라벤다 들 해 아래 봉오리 맺고 꽃잎 열어 피고 피고 씨를 맺으며 또 피고 지고 시들어 간다 먼저 왔던 분홍 멜리싸 라일락 핑크 라벤다는 어느 새 잿빛으로 변해 간다. 각 자 살아 온 만큼에서 나름의 삶이 진행되네. 오늘 살아 있슴에. And to each Season, Rod McKuen 작사, 노래 이천이십이년 칠월 삼십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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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침농장주변이야기 2022. 4. 10. 22:30
외손자 돌 잔치 한다고 아들네, 딸네, 그리고 우리 세 집이 함께 모였다. 닷새 동안 북석이고 놀다 제 식구들 끼리 지들 집들로 끼리끼리 돌아 갔다. 남은 남편과 나 되찾은 우리의 일상. 이 아침 찬 물로 세수하는 이 맛. 한 동안 울지 않던 부엉이가 요즘 부썩 소리를 낸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수컷의 씩씩한 선언이리라. 암컷은 어딘가에서 알을 낳아 품고 있겠고. 새벽을 가르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좋아 생각 없이 후후웃 흉내내곤 했다. 그러면 부엉이들이 자신들의 영토가 아니라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고 퉁을 준 딸 말이 맞았다. 다시는 부엉이 소리 따라 흉내 내기로 밥벌이 힘든 부엉이 남편들을 교란하지 말아야지. 새끼 품고 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 먹이 벌어오는 남편 기다리며 밖에도 못 나오는 암컷 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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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생각해 봐!농장주변이야기 2022. 3. 13. 15:48
마구 올라오는 꽃들 잡초 들. 어느 사이 봄 . 잡초 뽑으며 하루가 간다. 물기가 촉촉한 땅이라, 아직 뿌리가 깊지 않아 재미나게 잘도 뽑힌다. 이 맘 때 쯤 이면 벌써 일 주일에 몇 번이고 우리 집에 들렀음직한 친구들이 안 온다. 일 하다 허리 한 번 펴고 싶을 때면 언뜻 부는 훈훈한 바람 처럼 잠시 스쳐가는 간지러운 비 처럼 와서 동네 소식 자잘하게 풀며 놀던 이웃 친구 둘. 지난 해 이 세상 에서 훌쩍 떠나갔다. 정말로. -작은 수선화 그리고 부활절 즈음에 꼭 피는 샤론의 장미들- 이웃 둘이 갔는데 내 가 사는 섬의 반 이 무너져 버렸다. 일상은 나 혼자 꾸려가던 게 아니었네. 어울려 꾸려 가는 하루. 뤤디 가 오십년을 살다 간 집에는 새 사람이 이사 와 공사가 한참이다. 그 쪽 하늘 로 번지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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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밤에농장주변이야기 2022. 1. 2. 16:57
폭풍 경보령이 났다. 태평양 바닷물 덕에 얼지 않는 우리 동네에 며칠 째 비 대신 눈이 와 쌓이고 얼고 오늘 밤엔 강풍이 분다. 벽난로 굴뚝 위를 휘감아 돌며 부는 바람이 제법 세다. * * * 바람이 무서운 줄 이 집에 이사하고 나서 처음 알았다. 남 으로 뻥 터져서 겨울엔 서남쪽에서 불어오는 칼날 같은 바람에 앞 문을 한 번 열었다 닫으려면 온 몸을 써야했다. 집을 도는 바람 소리는 별 별 괴성을 밤 새 지르더라. 이사 하고 며칠 안 되어 옆 집 사는 죤 웨인 같은 거구의 여인이 울타리에 기대어서 말을 걸어왔다. 이 집에 이사 온 사람들은 무슨 연유 에선지 얼마 안 살고 이래저래 불행해져서 이사 나가곤 했다' 고. -그래? 처음 이사 온 이웃에게 하는 이야기 치곤 별로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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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크리쓰를 보내며농장주변이야기 2021. 11. 28. 16:28
아무개야 내 사랑 크리씨가 오늘 이른 새벽에 떠났어. 지난 육십년 간 나의 빛 이었으며 연인 이었어. 내일 토요일 크리씨를 보내는 촛불 모임을 오후 네시에 가지려고 해. 와 줄 수 있어? 어제 낮에 받은 제프의 폰 메씨지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나서 본명이 크리스틴인 크리쓰 제프는 애칭으로 크리씨가 부르고 이웃들은 크리쓰 라 하고. 그러지 않아도 엊그제 바바라랑 크리쓰가 크리스마스 생일을 맞게 될 수 있을 거야. 크리스가 누군데.... 했었는데. 이년 조금 더 전에 말기 췌장암 진단을 받고 열심히 투병 했다. 이젠 마른 눈인 줄 알았는데 굵은 눈물이 후두둑 아이폰 위로 떨어진다. 오늘 토요일 어제 밤 부터 비가 억수처럼 퍼 붓는다. 온 동네가 다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있는 크리스랑 제프네 농장에 낯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