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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 쑤우 네 뜰 에서 - 돌 보아 기르는 기쁨농장주변이야기 2023. 11. 14. 04:55
수확 전에 비가 오면 곰팡이가 슬어
일년 농사를 몽땅 망치곤 하는
피뇨 느와 포도 덩쿨 들 을
모두 자른 자리 가 터엉 비었다.
시원하다.
그 자리에 다알리아 모듬 밭 이랑
꽃 피고 단풍 드는 나무 들, 작은 침엽수 들을
듬성듬성 심었다.
히로 가 빈 자리 들을 둘러 보고 또 보고.
우리 집에 옮겨 싶고 싶은 나무 가 있다고
와 보란다.
비가 잠깐 그친 오후
마실 삼아 갔다.
히로 랑 쑤우 네 뜰에 가면
어느 외 딴 곳
작은 암자 를 품은 한적한 뜨락을 거니는 것 같다.
북쪽 에
작은 포구 가 있는 배경 엔
크고 작은 배들이 풍경을 수시로 바꾼다.
줄창으로 오는 비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이 동네 침엽수들 과 달리
히로네 뜰 에 있는 나무들은 자그마한 체구를 지녔다.
어릴 적 부터 다듬어져 작은 몸 으로
작은 뜰에 넉넉하게 자리잡고 들 있다.
이 햄락 추리 는 가만 두면 삼십 미터 까지도 자라는데
지난 이 십 몇 년 간 히로 손 끝 아래서 자란 게
내 키 만 하다.
돌, 쇠뭉치를 매 달아 가지의 방향을 틀어 내리고
몸통은 삼십년 나이 에 맞게 연륜이 보이는데
아담하다.
-돌, 쇠뭉치 들을 마치 솔방울 처럼 달아놓았다 -
우리 집에 옮겨 오면
고삐 풀어 놓은 망아지 처럼 하늘을 찌르게 자랄 텐데.....
같은 하늘 이고 사는 동네 에서
풍토 야 같겠지만
돌보는 손 이 다르다.
열 여섯 살 때
일본 대표 레스링 선수로 미국 하와이 에 온 히로
이런저런 인생 역정 을 거쳐
어느 새 칠십 가까운 나이가 되었네.
살던 곳의 기억을 뜰 구석구석 옮겨 놓은 히로 네 뜰
어느 한 곳 이라도
두 손을 모아 네모를 만들어 들여다 보면
깊숙이 빠져 들게 하는 작은 구석 구석 들.
계절 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나무, 바위, 꽃 들 이 다르다.
혼자서 구석 들에 취 하는데
날 부른다.
이 나무 좀 보라고.
삼십년 된 꽃나무로
아주 이른 봄 노오란 꽃이 피고
가을 엔 빠알간 열매 가 고운데
새들이 즐겨 먹고 사람도 따 먹을 수 있고 약재로도 쓰인다고.
몇 개 아직 남아 있는 잎 이랑 내년 봄에 필 꽃망울 들을 보니
아 ! 산수유!!!
봄 이면 산 과 들에 제일 먼저 피는 노란 꽃
한국 에 많기도 해.
삼십년 쯤 되었단다.
이렇게 작게 다듬은 시간이.
고마와. 우리 가져 갈께.
내가 반색을 하니 남편도 별다른 이의를 내지 않는다.
몸은 작아도 뿌리가 크고 깊어 우리 힘으로 어림 없겠다.
가까운 날
도움을 주는 사람 들 과 함께 오기로.
-히로가 가꾼 삼십년 된 산수유 나무-
이젠
뜰 이
놀이 터, 일 터 가 된 히로 나 우리 부부
히로 아내 쑤우는
아침 저녁 뜰 을 즐겨 산책 하며
눈 으로 돌본다.
-푸른 이끼를 둘러쓰고 입은 작은 돌부처, 히로 닮았다^^-
뜰 엔
그 걸 가꾸는 사람 그 자체가 온통 펼쳐져 있다.
성격, 취향, 가치관, 철학, 생활 습관 까지도....
다른 모습의 크고 작은 뜰
식물을 키우는 정성과 조용한 즐거움 이 묻어 있다.
콩 알 하나 심어
창문 가에 덩쿨 손 을 뻗는
일회용 종이 컵 속의 콩 넝쿨 에도.
이천이십삼년 십일월 십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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