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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말 부터 사월 까지 진창 내리는 우리 동네 비
남편은
겨울이 깊어지고 비에 몸이 익숙해 지는 이 맘 때 면
아가미 가 생긴다고 한다.
문제 해결 이 우선 에, 낙천적 이다.
길 에서 (On the road) 의 작가
잭 케로왁 의 짧은 아메리칸 하이쿠
Useless, useless, 쓸 데 없이, 쓸 데 없이
the heavy rain 세차게 내리는 비가
Driving into the sea. 바다로 몰려 들어가네덧 없고 덧 없다.
겨울 이면 피할 수 없이 오는 비 인데...
'시애틀엔 착한 비가 내린다'
섬 위
육지와 통하는 다리 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한국 분 이
쓴 시 귀절을 얻어 들은 건 참 복 이다.
착한 비 에 젖어드는 겨울 날들....
* * *
일부러 한참 지나서야 라아크 와 통화를 했다.
테리 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후
유달리 태리 와 가까왔던 라아크 랑 서운함을 토로하는 게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이제껏 미뤘다.
- 잘 지내 (What's up} ?
- 테리 가 천국에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어.
.......
-테리 가 캐톨릭 으로 태어난 건 아는 데 교회 가는 건 한 번 도 못 봤거든. 그래서...
....
- 너 태리가 천국 에 못 갔을 거 같니?
태리 가 뭐 포기하는 거 봤어? 아마도 문지기나 심판하는 곳 에서 못 들어가게 하면
대판 따지고 조곤조곤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떼 부려서 꼭 천국 갔을 거야.
하하하하하하
둘 이서 비 오는 컴컴한 날에 아주 크게 명랑하게 웃었다.
-그러게.
태리 가 누구야. !! 꼭 갔을 거야, 원 했다면.
바느질, 쿠킹 을 즐기고 섬세한 손 가락에 빨간 매니큐어를 크리스마스 트리 방울 처럼
예쁘게 칠 하던 테리
불법 을 저지르는 걸 보면 장소 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개입 해서 교통 정리를 하던 용감한 테리
무조건 자기 편인 해군 장교 로 전역한 남편 게리 를 쫄병 부하 처럼 감싸고 또 부리던 테리....
책 장 넘기 듯 이웃 들이 그렇게 훌 훌 떠난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라아크, 내가 너 한테 선물 줄 게 있어.
-뭔 데. 작년 에 롼 (라아크 남편) 이 떠나고 난 후, 집 안에 보이느니 없앨 것 들 뿐 인데.
- 씨애틀엔 착한 비가 내린다' 어때?
착하다'
의미가 오염된 말, 사라져 가는 말, 이젠 잘 쓰지 않는 말
갑자기 온기가 느껴지고
비 속에 있는 이웃 들이 스물스물 착하게 돋아 나온다.
이천이십삼년 십이월 이십이일
동지가 하루 지난 날, 착한 비 내리는 동네 에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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