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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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속 에서-미주대륙 서북부의 산불산, 들, 강, 바다 2022. 9. 29. 01:44
라벤다를 자르고 여름을 마무리 하고 나니 포도가 익을 때 까지 갑자기 할 일이 없다. 소일 거리는 하루를 당당하게 살게 하는데 일이 없어지면 문득 길을 잃는다. 일벌레들 아니랄까봐. 이럴 때 우린 길을 떠나곤 한다. 꼭 가야 할 곳도 가 보고 싶은 곳도 딱이 없이 오년 전 가려다가 몬타나에서 산불로 길이 막혀 못가고 이년 전 또 가려다가 차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캐나다 국경을 바로 앞에 두고 도중에 돌아왔던 몬타나 주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와 붙어있는 캐나다의 워터톤(Waterton)을 향해 길을 나섰다. 오레곤주와 와싱톤주의 동부에서 일어나는 불로 집에서 부터 매개한 연기 속을 달리는데 아이다호 주의 호반의 도시 쾨달린(Coeur D'Arlene) 에 도착하니 재 까지 풀풀 날리네. 연기 속을 달린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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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문 뜨던 날 산 에서산, 들, 강, 바다 2022. 8. 25. 23:14
오랜 만에 산에 갔다. 마운튼 슉산(Mt. Shuksan)을 그대로 담아내는 픽쳐 레이크 (Picture Lake) 지는 해를 받아 잠시 붉었다. 해가 완전히 질 때 까지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산은 점점 색 을 잃어가고 수면 위로 물안개가 서서히 피어 올랐네. 열심히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밤이 새도록 픽쳐 레이크의 달 뜨는 정경을 찍어낼 사람이 일몰의 정적을 깨며 친절하게 말을 건네 온다. 오늘 밤 보름달은 수퍼 문 (Super Moon)으로 달이 저 슉산 마운튼 오른 쪽 옆구리에서 나온다고 부처 처럼 옆구리에서 태어나는 달^^ 그걸 비쳐 낼 픽쳐 레이크. 산도 둘 달도 둘 멋진 사진이 되겠네. 나는 아이폰 만 가져왔기에 포기하고 슉산 마운튼이 잘 보이는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로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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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으로 오는 길 - 거목들의 숲에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포레스트)산, 들, 강, 바다 2022. 2. 19. 01:53
손녀를 본 지 여섯달도 더 넘었다. 지난 연말 연초에 가려다 한파로 큰 고개들이 얼고 눈이 쌓여 못 갔다. 보고 싶은 마음에 이틀 만에 달려 갔다. 이제 꽉 찬 다섯살이 된 손녀 키도 크고 많이 변했다. 지난 해 책을 같이 읽으며 C.A.T. 는 cat 이지? 크 .애 .트 . 캣 했더니 정색을 하며 ' 할머니, 나 한테 읽는 법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냥 할머니가 계속 읽어줘' 했었다. 할머니는 누군가 그저 하자는 대로 따라 해주었지. 이 번 에는 친구가 매일 보낸다는 ' I Love you 아무개' 어려운 손녀 이름 까지 또박또박 잘 도 쓴 제 친구의 카드를 보여준다. 너도 카드를 보내고 싶니? 했더니 그러고 싶은데 자신은 글을 쓸 수 없어서 그림만 그려 보낸다고. 자신이 쓸 수 있는 건 I, 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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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와, 글라인즈 캐년 두 댐의 파괴- 엘와 리버 2산, 들, 강, 바다 2022. 2. 7. 06:35
차 길이 도중에서 끊긴 사연 2011년에 강 하구에 있던 엘와 댐과 뒤 이은 2014년 강의 상류의 좁은 글라인즈 캐년 댐이 파괴 되었을 때 고여 있던 엄청난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홍수, 범람의 결과 였다고. -글라인즈 캐년 을 지을 당시의 광경- 워싱톤주 올림픽 반도는 태평양 연안의 습기와 엄청난 강우량으로 하늘을 찌르는 거목들의 (레인 포레스트) 울창한 나무 숲이 있다. 1900년 초기 집 채 만한 거목들의 벌목, 목재업과 펄프, 제지...등 그에 따르는 각종 산업, 공장들이 생겨났다. 이 시설들의 전력 공급을 위해 네이티브 어메리칸 부족( Klallam tribe) 들의 생활 터 였던 엘와 리버 줄기를 막아 엘와 댐을 짓고 강 상류의 좁은 계곡의 급류를 막아 글라인즈 캐년 댐을 지어 새로 생겨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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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반도 엘와 리버 (Elwha River ) 1- 머리칼 얼음산, 들, 강, 바다 2022. 2. 7. 01:25
일월 말 동쪽 캐스캐이드 산들은 눈에 길들이 막혀 있다. 걸으려면 배 타고 올림픽 페닌슐러로 건너 간다. 높은 산들은 눈을 하얗게 이고 있어 낮은 곳 호수 가를 돌거나 강 가를 따라 난 길을 거슬러 계곡을 오른다. 회색 구름 낀 하늘 아래 피어 오른 파란 안개 층에 아침이 더 춥게 느껴진다 귀가 시리네. 앗! 헤어 아이스 가 있네. 지난 해 겨울 끄트머리 우리 동네 숲에서 처음 본 이후 두번 째다. 북반구 위도 45도-55도 사이 오레곤 북부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낙엽지는 나무 숲 속 썩어가는 나무 가지에 얼음이 얼락말락하는 온도에서 잠시 돋아 나는 신비한 얼음결정체 노인의 성성한 백발 같기도 하고 털 같기도 하고 ( Ice wool) 흰 서리 덮인 수염 같기도 한 (bearded ice). 온도가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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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 보고 새 떼 들도 보고-눈기러기들산, 들, 강, 바다 2022. 1. 29. 02:51
오늘은 손자 보는 날. 새벽에 출근 한 딸이랑 사위에 어제 밤에 출장 왔다.^^ 오년 전에 갓난이 손녀를 육개월 돌 본 경험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애기 보기에 베테란들이라 자부한다. 손녀 때는 신기해서 매 순간을 즐겼는데 이력이 난다는 건 익숙해져서 대충대충하는 면이 있다는 걸 숨기지 못하겠다. 딸이 알면 좀 섭섭하겠지만서두.^^ 첫 손녀 땐 둘 다 펄펄 날며 바쁜 브루클린에서 별 불편 없이 아가를 봤는데 이젠 몸도 좀 느려지고 끙끙 힘도 든다. 쉬엄쉬엄 아가 자면 따라서 낮잠도 자고. 점심을 먹고 새 보러 가잔다. 우유도 한 병 준비 하고 장난감도 몇개 들리고. * * * 알라스카, 캐나다의 동토, 그리고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판 에서 일 이월이면 날아오는 하얀 눈기러기들, Snow geese 작년에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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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산, 들, 강, 바다 2021. 12. 15. 16:10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역의 톰 행크스가 제니가 떠나고 난 뒤 무작정 뛰기 시작해서 두 발로 미국대륙을 왔다갔다 하는 장면. 지난 몇 달 간의 우리 부부의 무작정한 '길 위에서' 의 시간들이 비슷한 마음 상태인 것 같다. 직장에서의 은퇴' 로 삶의 한 장을 또 마감하고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사이에 '팍 길 잃어 버리기' 우리 부부가 이 시점에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인 것 같다. 북미대륙을 생각없이 종횡무진 다닌다. 물가에서 들에서 몇 번이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았다. 목적지는 아직도 안 떠오르고 좀 더 길을 헤매일 것 같다. 실로 오랜 만의 편안한 방황이다. 길 에서 가끔, 아직도 많이 덜 떨어진 나를 일깨우는 멋진 스승들을 만난다. 북가주 세코이아 내셔널 파크에서 나: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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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인 레이크 낙엽송 단풍 (Larch )산, 들, 강, 바다 2021. 10. 5. 00:21
한 주일에 하루나 이틀 외손주 봐 주는 날엔 아가 따라 배로 등으로 딩굴딩굴 구른다. 요즘엔 등을 받혀주면 제법 앉기 시작하니 우리도 앉기 시작했다.^^ 아가가 본격적으로 기기 시작하면 따라 기어다니느라 무릅이 닳게 바빠지겠지. 손녀 봐 주던 경험에서 안다. 잠깐 휴가 내어 어디 다녀오자. 둘이서 마음이 맞았다. 캐나다 국경이 백신 두번 맞고 72시간 내에 코비드 바이러스 테스트에 음성인 사람들에게 열렸다고. 캐네디언 록키의 노오란 단풍들이 한창이고 특히 밴프(Banff)의 모레인 레이크 위 낙엽송 (larch) 단풍이 절정이 된다기에 용기를 내어 미국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국경 초소가 한가하다. 우리 밖에 없어 오랜 줄에 끼어 기다림 없이 검문을 통과했다. 이런 날도 있네! 서류를 꼼꼼히 점검한 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