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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리포니아 해안선 1번 도로 에서
    산, 들, 강, 바다 2023. 5. 13. 17:40

     

    새로 태어 난 손자가 두 달 되었을 때

    며칠 동안 잠깐 가서 안아 보았다.

    이젠 넉달이 넘으니 목도 가누고  배로 엎드려 두 손을 짚고 고개도 든다.

     

    아가 봐 주는 사람이 며칠 휴가 낸다기에 

    이 때 다 ! ' 우리가 봐 줄께'  하고 달려 갔다.

     

    이틀 길

    우리 동네 선착장에서

    아들이 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아 까지

    차로 열 서너 시간 걸리는 길

    예전 같으면 하루 에도 마구 달려 갔겠지만

    무리 하지 않는다.

     

     

    집 에서 일 하는 며느리 랑 아들 이

    아침에 아가를 넘겨주고 각 자 사무실로 들어가면,

    할아버지 할머니 

    진자리 마른자리 갈고 

    젖 따뜻하게 데워 먹이고 재우고  

    까꿍 어르고 안고  웃고 옹알이 받아주고

    재미 많이 봤다.

    손주 셋을  봐 주다 보니 

    이젠  손 발이 제법 척척 맞는다.

    조금은 굽어 보이는 등 에

    서로  '너무 무리하지 말라 ' 면서.

     

    돌아 오는 길

    홀가분 한 김에 천천히 가자.

    태평양 연안 해안 선을 따라 가는

     캘리포니아 주 도로  1번 을 따라 올라가기로.

     

     

     

     

    길 따라 유채꽃이 만발 하다.

     

     

     

     

     

     

     

     

    왈랄라 (Gualala) 라는 작은 도시 에

    도착하기 몇 마일 전 

    우연히 눈에 뜨인  독특한 건물에 차를 멈췄다.

     

    '종파에 관계없이 기도, 명상을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채플'  로

    '성스러운 공간을 존중해 주세요'  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독지가 가 돈을 내고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을 쏟아부어 

    누구에게나 오픈하는 기도실을 만들었겠지

     

    건물 어디에서고

    그 들의 이름을 내 건 구석 은  없었다.

     

    이 동네 에서 나는 

    거대한 레드우드 트리의 원목

    이 고장에서 나는 돌 

    파낸 구리, 쇠 를 쓰고

     색색 의 유리들....

     

    개인들의 기도, 명상 하는 자세에 따라

    무릅을 꿇게도

    배를 대고 엎으러 지게도

    의자에 앉게도

    그냥 서 있게도

    할 수 있는  실내 공간 이다.

     

     

    밖 에서 보면

     

    새의 날개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하고...

     

    실내는 색색의 스테인 글래스 의 두개의 커다란 창

    금속으로 만든 샨들리에 등 등...

    재료들이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바쁜 마음으로 나왔다.

     

     

     

    왜 안 들어 갔어?

    다시 1번 도로 해안선을 달리는 차 속에서 물었다.

     

    '겉 에서 보기 에 너무 기교를 부린 건물 이라 거부감이 들어서  ...'

    '기도(기원, 기구) 하고 명상 하는 성스러운 곳'  이라는데....

    구경꾼의 마음으로  분주하던 내 마음 을 다 꿰뚫어 본 것 같다.

     

    유럽의 도시들에서

    뾰죽한 첨탑에 

    대리석과 금과 예술품으로 장식한 교회들에서도

    지금 처럼 나 만 혼자 들어갔던 기억 들 에

    에그 고집장이 하고 푹푹  웃었다.

     

     

    *   *   *

     

    멘도시노를 지나

    포트 브랙 (Fort Bragg) 의 해변가 캠프장에서 

    짐을 풀다.

     

    날 저무는 해변

    해가 바닷속으로 점점 떨어져 들어간다.

    마지막 한 점 까지 완전히 지고 나서도

    아주 오래 도록

    황혼이 곱게 

    붉기도 하다.

     

     

     

     

     

     

     

     

     

     

     

     

     

    이천이십삼년 오월 중순

    손자 봐주고 돌아오는 길

    캘리포니아 1번 도로 상에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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