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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월 이야기-요쎄미티, 금환일식, 불 지르기
    산, 들, 강, 바다 2023. 10. 29. 00:40

     

    농사는 기르는 것 보다 

    수확, 그리고 먹는 것,  그 소비로 마무리 된다.

    마지막 한 톨, 한 알 까지  새 나 노루, 승냥이 먹이로 쓰이면 

    한 해가 잘 마무리 되었다고 흡족하다.

     

    포도, 사과, 배... 다 따서 

    이웃들과 나누느라 번거로운 날들을 보내고

    그 사이  많이 자란 손자를 보려고 또 길을 떠났다.

     

    이틀 걸려 내려 가는데 샌프란시스코 지역 에 폭염 경고 가 발생하네

    가만 있어 보자, 시월 중순 이니

    예전엔 이 때 쯤 돌아오는 더위를 인디언 써머 라고 이름 붙여 그러려니 하고 견디며 넘겼는데

    요즘 기상 뉴스 들엔 이상 기후로 인한 위험한 열기  라고 이름 짓네.

     

    기상 뉴스는 아주 자극적인 장면들과 언어들로 바뀌었네!

     

    나흘 밤 묵은 아들네 집

    이틀은 정말 더웠고 이틀은 정상적 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의 선선한 날씨 였다.

    여섯 살 위 손녀는 소녀 티가 나고

    손자는 이가 나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네

    낯 가림도 시작해서 한 나절 은 다시 낯 익히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가 까꿍!! 에 열중 하고.

     

    아가들  숨은 달기도 하지

    품에 안고 꼬꼬닭 멍멍개 도 나오는 흥얼흥얼 자장가로  잠도 재웠다.

     

    ***

     

    돌아 오는 길

    이번엔 내륙 쪽 으로 올라오기로.

     

    아이들 이 멀리 떨어져 사니 

    오가는 길이 여행길이 된다.

    보고싶은 마음에 가는 길은 빨리 가고

    되돌아 오는 길은 느긋하게 여행자가 되어서.

     

    요쎄미티 빌리지 캠프 사이트 에서 하루 잤다.

     

    매개한 연기가 빌리지 계곡에 가득하다

     

     

     

    요쎄미티 폭포로 가는 이 멋드러진 길 도 연기로 매캐하다.

     

     

    레인저 한테 물으니 산불 방지 로 계곡 내의 불쏘시기들은 모아

    태우는 중 이란다.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숲 속에서 잔가지들을 모아 태우고 있네.

    앞으로 몇 주일 동안 계속할 것 이라고.

     

     

    진짜 산불로,

    그리고 이런 계획된 불지르기로

    근간엔 연기 없는 산에 가 본 기억이 까마득 할 정도 다.

     

     

    타이오가 패쓰를 넘어 이스턴 시에라(eastern Sierra) 로 넘어 왔다.

     

    지난 번엔 산 불로 해가 빨갛게 보이더니

    맑기도 하다.

    마침 노오랗게 단풍 든 아스펜 추리들.

    아스펜 추리 군락을  보면 그 산 물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금새 알아볼 수 있지.

     

     

     

    해발 삼천 미터가 넘는 캠프장에서 잠을 자고

    언제나 가도 작은 호수 들과 어우러진 가지런한 수초들로

    참 아기자기 하고 예쁜 

    Inyo National Forest 의

    Little Lakes Valley trail 을 걸었다.

     

    물 줄기 들이 얼어 미끌미끌 한 길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하면서.

     

     

     

    며칠 더 머무르며 한 두 개  트레일을 더 걸을까 했는데

    유아원에 다니는 손자 가 걸린 감기가 내게 옮았나 보네.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이런 감기를 손주들이 주는  사랑스런 선물 (sweet gift)  라고 잘 이겨낸다. 하하

     

     

     

    돌아오는 길

    하룻 밤 묵은

    커다란 호수 가 저녁 노을 이 까맣게 재가 될 때 까지 취 했다.

     

     

    오레곤 주 포틀랜드 가까이 가는데

    달그림자에 해가 금가락지 같이 되는 금환일식이 진행 중 이다.

     

     

     

     

     

     

    나는 눈 다칠까 선글래스 끼고 보니 금가락지가 완연히 보이고

    달 그림자가 빠져 나가는 오묘한 장면을 다 봤다.

     

    좀 성능이 떨어지는 내 아이픈 카메라는 이렇게 금가락지를 잡아내고. ^---------------^

     

     

    오리곤 주를 건너 와싱톤주에 들어서면서

    집이 가까와지는데 노란 단풍들이 비 속에 화사하다.

     

    뭐 구태여 단풍 보러 멀리 갔나.

    그러게

    근데 우리가 단풍 보러 갔었나

    글쎄 어디 에 왜 갔었지?  ^-------------------^

     

     

     

     

    집 에 오니 다시 일 거리가 잔뜩 쌓여 기다리고 있네.

    우리는 일을 피해 밖 으로 도망 갔다가

    또 일을 찾아 돌아온다.

     

    산더미 만한 태울 거리 들

    오후가 기울도록

    남편이 다 태웠네.

     

    어떻게 그 많은 걸 다 끝냈네

     

    천천히 하나 하나 태우면 되지.  나는 태울 더미를 안 봐.

     

    장자 에 나오는 이야기네

    소를 자르는 장인의 이야기

    큰 소는 안 보고 손이 가는 칼 끝 만 본다는.

     

    장자 까지  필요 없어. 난 이그나시오 한테 배웠어.

     

    한 들을 채우는 라벤다 포기들을

    팔월 말 꽃 피고 나면

    열흘 가까이에 걸쳐  하나 하나 곱게 머리 깎아주던.

    멕시코 에서 온 이그냐시오.

    지치지 않느냐고 물으면 

     

    '수를 세지 않아, 그냥 하나 하나 깎지.'

     

    스승은 거창한 인물들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숱하게 많은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

     

     

     

    대니 보이 -에봐 캐씨디-

    이천이십삼년 시월 이십팔일

    시월이 저무는 날에 시월을 뭉뚱그리며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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