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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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반도 엘와 리버 (Elwha River ) 1- 머리칼 얼음산, 들, 강, 바다 2022. 2. 7. 01:25
일월 말 동쪽 캐스캐이드 산들은 눈에 길들이 막혀 있다. 걸으려면 배 타고 올림픽 페닌슐러로 건너 간다. 높은 산들은 눈을 하얗게 이고 있어 낮은 곳 호수 가를 돌거나 강 가를 따라 난 길을 거슬러 계곡을 오른다. 회색 구름 낀 하늘 아래 피어 오른 파란 안개 층에 아침이 더 춥게 느껴진다 귀가 시리네. 앗! 헤어 아이스 가 있네. 지난 해 겨울 끄트머리 우리 동네 숲에서 처음 본 이후 두번 째다. 북반구 위도 45도-55도 사이 오레곤 북부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낙엽지는 나무 숲 속 썩어가는 나무 가지에 얼음이 얼락말락하는 온도에서 잠시 돋아 나는 신비한 얼음결정체 노인의 성성한 백발 같기도 하고 털 같기도 하고 ( Ice wool) 흰 서리 덮인 수염 같기도 한 (bearded ice). 온도가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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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 보고 새 떼 들도 보고-눈기러기들산, 들, 강, 바다 2022. 1. 29. 02:51
오늘은 손자 보는 날. 새벽에 출근 한 딸이랑 사위에 어제 밤에 출장 왔다.^^ 오년 전에 갓난이 손녀를 육개월 돌 본 경험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애기 보기에 베테란들이라 자부한다. 손녀 때는 신기해서 매 순간을 즐겼는데 이력이 난다는 건 익숙해져서 대충대충하는 면이 있다는 걸 숨기지 못하겠다. 딸이 알면 좀 섭섭하겠지만서두.^^ 첫 손녀 땐 둘 다 펄펄 날며 바쁜 브루클린에서 별 불편 없이 아가를 봤는데 이젠 몸도 좀 느려지고 끙끙 힘도 든다. 쉬엄쉬엄 아가 자면 따라서 낮잠도 자고. 점심을 먹고 새 보러 가잔다. 우유도 한 병 준비 하고 장난감도 몇개 들리고. * * * 알라스카, 캐나다의 동토, 그리고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판 에서 일 이월이면 날아오는 하얀 눈기러기들, Snow geese 작년에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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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산, 들, 강, 바다 2021. 12. 15. 16:10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역의 톰 행크스가 제니가 떠나고 난 뒤 무작정 뛰기 시작해서 두 발로 미국대륙을 왔다갔다 하는 장면. 지난 몇 달 간의 우리 부부의 무작정한 '길 위에서' 의 시간들이 비슷한 마음 상태인 것 같다. 직장에서의 은퇴' 로 삶의 한 장을 또 마감하고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사이에 '팍 길 잃어 버리기' 우리 부부가 이 시점에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인 것 같다. 북미대륙을 생각없이 종횡무진 다닌다. 물가에서 들에서 몇 번이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았다. 목적지는 아직도 안 떠오르고 좀 더 길을 헤매일 것 같다. 실로 오랜 만의 편안한 방황이다. 길 에서 가끔, 아직도 많이 덜 떨어진 나를 일깨우는 멋진 스승들을 만난다. 북가주 세코이아 내셔널 파크에서 나: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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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인 레이크 낙엽송 단풍 (Larch )산, 들, 강, 바다 2021. 10. 5. 00:21
한 주일에 하루나 이틀 외손주 봐 주는 날엔 아가 따라 배로 등으로 딩굴딩굴 구른다. 요즘엔 등을 받혀주면 제법 앉기 시작하니 우리도 앉기 시작했다.^^ 아가가 본격적으로 기기 시작하면 따라 기어다니느라 무릅이 닳게 바빠지겠지. 손녀 봐 주던 경험에서 안다. 잠깐 휴가 내어 어디 다녀오자. 둘이서 마음이 맞았다. 캐나다 국경이 백신 두번 맞고 72시간 내에 코비드 바이러스 테스트에 음성인 사람들에게 열렸다고. 캐네디언 록키의 노오란 단풍들이 한창이고 특히 밴프(Banff)의 모레인 레이크 위 낙엽송 (larch) 단풍이 절정이 된다기에 용기를 내어 미국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국경 초소가 한가하다. 우리 밖에 없어 오랜 줄에 끼어 기다림 없이 검문을 통과했다. 이런 날도 있네! 서류를 꼼꼼히 점검한 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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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아침산, 들, 강, 바다 2021. 8. 7. 23:23
많이 가물고 타는 여름이다 이런 해도 있지 얼마만인가 아침 새벽 말 없이 찾아 온 안개 애매모호 불분명 으로 부드럽게 모두를 감싸 안은 안개 푸근한 아침 이천이십일년 팔월 칠일 교포아줌마 eunbee2021.08.08 10:25 신고 까꿍~~~ 반가워요. 마아아니.*^^ 안개. 가을 아침이 연상되는 저 아련한... 느낌! 늘 맑고 평온하게 세월 보내고 계시죠? 반가워서 얼른^^ 인사 드려요. 답글 수정/삭제 교포아줌마2021.08.09 12:22 은비님 저도 까꿍~~~^^* 반가움에 아가 처럼 화알짝 웃습니다. 오랜 만이지요?! 서울도 불볕 더위 한참 이라지요. 하루 하루 이기다 보니 가을 기운이... 다니시는 천변 산책길 물가에 곧 피어오를 아침 안개들... 외손자 눈에 맞추느라 같이 누워 버둥거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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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오월 중순에 들어서며-산, 들, 강, 바다 2021. 5. 16. 03:17
밥 먹 듯 또 숲에 들어섰다. 진분홍 빛도 고운 쌔몬 베리 (salmon Berry) 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네. 곧 연어 알 처럼 주황색으로 탱글탱글 익어 가겠다. 거의 내 키 만한 고사리가 손바닥을 살살 펴 보이고 있네. 예전엔 입맛 다셔지던 나물로 보이던 것 들 인데 한 해 살이 짙은 그늘에서 살아 갈 어린 아가로 대견해 보이네. 이른 봄 다른 풀들 나오기 전에 노랗게 피어 습지를 채우던 스컹크 캐비지 (skunk cabbage) 꽃 들이 지나가고 벌써 커다란 배추 겉 잎 대여섯 배는 되게 커졌네. 먹음직하게 보이는 이 잎사귀들을 만지거나 입에 대면 독성이 있고 냄새가 독하게 풍겨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깻잎 같이 생겨 반가운 마음에 손 대었다간 쐐기에 물린 것 같이 사흘 퉁퉁 살이 부어오르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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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반도의 레인 포레스트산, 들, 강, 바다 2021. 5. 5. 00:51
사월에도 춘설이 난분분한 날 동편 캐스캐이드 산들엔 하얀 눈이 산봉우리, 골짜기, 좀 높은 들판까지 쌓여 있으니 캐스캐이드 산맥에 눈이 녹아 길을 내 주는 유월 말이나 칠월 까진 태평양 바닷가에 있어 얼지 않는 올림픽 페닌슐러의 레인 포레스트로 산행을 간다. 비 비 비.... 말 그대로 가을, 겨울, 봄 줄창, 무진장 내리는 비 우기 동안 사람 키 만큼 온다. 일년 간 4 피트 어떤 해엔 5 피트도 넘고 우량계 속에 머문다면 내 키를 넘어 코에 물 들어 가겠다. 퀴놀트 레인 포레스트 에 있는 퀴놀트 랏지 (Quinault Lodge), 가운데 굴뚝 겉에 독수리 모양의 강우량계 표시의 크기를 보면 그 수량을 가늠할 수있다. 끊이지 않는 콸콸 물소리가 바람소리, 새소리 모두 삼키고 깊은 숲의 심장 박동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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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에서산, 들, 강, 바다 2021. 2. 14. 14:53
추운 날들이다. 아직 아침은 어둠 속에서 시작한다. 촛불 켜면 밝게 퍼지는 따스함. 세상 뉴스를 꺼 버렸다. 온전히 조용한 아침들을 맞네.... 날이 밝기를 기다려 숲에 들어선다. 코도 귀도 시렵다 버섯도 아닌 하얀 짐승털이 보이네 못 보던 건데. 가까이 가 보니 떨어진 죽은 잔 가지에서 돋아 난 서리빨들! 보드랍기가 하얀 토끼털 처럼 보이기도 하네! 조금 뜯어 손바닥에 올리니 사르르 녹는다. 물. 맞네!! (- 그렇게 많이 숲 속을 다녔어도 처음 본 서릿발에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이걸 헤어 아이스 (Hair ice) 라고 부르고 기온이 영하 안 팎의 해가 비치기 전 아침에 특정한 활엽수 죽은 나무 가지들에 특정 fungus (버섯)이 덮은 표면애 저렇게 0.01 밀리미터 굵기의 가는 얼음 크리스탈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