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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 속에서 -오월 중순에 들어서며-
    산, 들, 강, 바다 2021. 5. 16. 03:17

     

     

    밥 먹 듯

    숲에 들어섰다.

     

    진분홍 빛도 고운 쌔몬 베리 (salmon Berry) 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네.

     

    곧 연어 알 처럼

    주황색으로 탱글탱글 익어 가겠다.

     

     

     

     

    거의 내 키 만한 고사리가

     손바닥을 살살 펴 보이고 있네.

     

     

     

    예전엔

    입맛 다셔지던 나물로 보이던 것 들 인데

     

    한 해 살이

     

    짙은 그늘에서 살아 갈  

    어린 아가로 대견해 보이네.

     

     

     

     

    이른 봄

    다른 풀들 나오기 전에

    노랗게 피어 습지를 채우던

    스컹크 캐비지 (skunk cabbage) 꽃 들이 지나가고

     

     

     

    벌써

    커다란 배추 겉 잎

    대여섯 배는 되게 커졌네.

     

    먹음직하게 보이는 이 잎사귀들을 만지거나 입에 대면

    독성이 있고 냄새가 독하게 풍겨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깻잎 같이 생겨 반가운 마음에

    손 대었다간

    쐐기에 물린 것 같이 사흘 퉁퉁 살이 부어오르는

    네틀 (nettle)에

    민달팽이가  아침을 먹네.

     

    봄 나물 채취하는

    동네 사람들은

     

    장갑을 끼고 이른 봄 여린 순들을 꺾어

    시금치 처럼 먹고

    차를 만들어 마신다지만

     

    나는 한번 되게 쏘인 경험에 손도 안 댄다.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이 봄이면 따 먹는다는

    머위 랑 흡사한 콜츠풋 (coltsfoot)은

    꽃 지고 씨를 맺고 있네.

     

     

    태평양

     

    바다 안개가

    해가 중천에 가까이 갈 때 까지

    짙게 깔린   날

     

    나무들에 걸려 물방울이 맺히니

    비 오듯 떨어지네.

     

    비 오고.

    맑은 날엔

    펴 오르는 안개가 품는 물기에

     

    나무들은 자라고 또 자란다.

     

     

     

    길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

     

    발도 지칠 때 쯤 

    길 중간에 큰 나무 하나 따악 버티고 있어 

    몇 걸음 더 돌아가게 한다.

     

     

    '여보야,

    난 이 나무가 조기 쯤 으로  옮겨가면  딱 좋겠는데....'

     

    아차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

    황급하게 주위를 돌아봤다.

     

     

    여기 이 나무들이 다 들었을라.

     

    벌 받을라

    취소 

    잘못 했어요.

    계시는 자리에 그대로 계세요.'

     

     

     

    그러게, 그냥

    저절로 난 길로 걸으시지...'

     

     

    길을 내어주는

    풀 한포기 

    나무 하나 하나

    다 귀가 있는 것 같아

     

    말도 조심 한다.

     

     

     

     

     

     

     

     

    Schubert Auf dem Wasser zu singen : Camille Thomas and Beatrice Berrut

     

     

     

    이천이십일년 오월 중순

    동네 숲에 다녀 온 

    교포아줌마

     

     

    • 지금 쓰신 글을 읽으니 모두 자연의 바람소리로 들리네요.
      아름답고 시원한 산책길
      습관처럼 그곳으로 향하는 몸과 마음
      바로 자연의 조화가 아닐까요?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16 12:25

        거의 일상이 되다시피 하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귀에 순한 바람 같은 이야기가 되나 봅니다.
        오공님도 같은 경험을 하시나 봅니다.
        바람소리 같다고 하시니요.^^

    • eunbee2021.05.16 00:24 신고

      교아님 따라 저도 숲 속 산책,
      그런데 저 식물들 이름을 어찌 다 아시는지...

      저는 탄천변 산책중에 찍어 온 나무들
      이름 익히느라.. 어제는 몇몇 나무 접수 ㅎㅎ
      층층나무, 산사나무, 때죽나무. 

      교아님
      멋진 계절, 봄!
      맘껏 즐기세욤~~♡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16 12:38

        아는 풀 들은 눈에 더 보이는 것 같아요.
        직접 마주한 경험이 있는 풀들은 이름도 알아보고 성도 물어보고 그러면서 .....^^

        철 따라 피고 지는 그 수많은 초목들 중 겨우 몇개 정도 지요. 눈으로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친근한 풀들이 더 많답니다.

         

        저도 칠팔년 전 쯤 까지
        한 육년간 부분적으로 서울 살 때,
        양재천변 걸으면서 한국의 활엽수들의 멋에 취했었어요.

        때죽나무
        무리로 달리는 흰꽃송이들.
        그립습니다.
        열매는 어찌도 고운지요.

        은비님
        작은 아름다움에 취하시는 날들 여전하시네요.

        격.조. 했습니다.^^*


    • 발마2021.05.16 07:47 신고

      나무 목(木) + 눈 목(目) = 서로 상(相)
      그렇다면 나무에 귀 이(耳)가 달린건 과연
      무엇일까요? 문득 그게 생각나니 나원참!! ㅎ~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16 13:08

        언어와 문자에 특이한 감각과 창의성을 지니신
        발마님께서 알려주셔요.
        무슨 특별한 뜻의 글자가 될까요.??????????

        저는 숲 속에 무수한
        죽은 나무에 귀 처럼 붙은 버섯들 생각만 나는데요.

        목이 버섯 '이' 자는 너무 싱겁지요?^^

        개인적으로는 
        쉴 휴 休 자를 좋아합니다.

        기대어 잠도 자고요.
        그늘 밑에 서 보고요.

        이러다가 나무가 말 걸지도 모르겠어요.





      • 발마2021.05.16 13:42 신고

        그러게요..
        아하~ 사람 인(人)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있으니 쉴 휴(休).
        인간과 자연의 풍경이네요?
        인간과 나무는 아주 친밀관계!!

        점알이지 나무에게도 눈이 있고
        귀가 달려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ㅎ~

        나무 한그루는 나무 목(木)
        나무 두그루는 수풀 림(林)
        나무 세그루는 정글 삼(森)

        표음문자인 한글이나 알바벳과 달리
        표의문자인 한자는 때때로 참 재밌쥬?

    • 빨강머리2021.05.16 16:26 신고

      뜻글자, 요즘 만든 한자 上밑에下자를
      써서 아래로 긁는다해서 "카드 카"자를
      새로 만들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
      木자에 耳는
      너희들 귀가 있으면 내말도 들어봐라 라는
      뜻의 한자가 생기면 좋겠네요~~ㅎㅎ
      木權을 생각해서 해본 말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교아님의 글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17 05:59

        카드 카' 
        와!! 배웠습니다.

        나무 목 자와 귀 이가 좌우로 합친 글자가
        바로 목이 버섯 이 栮 자인데요.^^

        나무에 귀가 달린 것과
        나무에 귀가 있는 것은 다른 뜻이 되겠지요?!

        나무의 권리'

        흠~

        아주 심각한 화두 입니다. 빨강머리님.

        살아가는 생기가 점점 약해져가는 때
        주위에 함께 살아있는 것들을 알아보게 되는 자신이 경이롭습니다.

        오랜 만 입니다. ^^*









    • 모닝2021.05.17 01:31 신고

      아름답기만 해 보이는 오월의 중순, 아침 저녁의 산책 길은 조금 쌀쌀합니다.
      오며 가며 풀 포기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예의를 갖추시는 교아님의 모습에
      친근감이 마구 솟습니다.
      안녕하셨어요? 여전히 진솔한 이야기로 방을 꾸며 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다시 뵈서 반갑습니다.
      -모닝-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17 06:03

        캘리포니아 들에도 한 차례 들꽃들이 지나갔겠군요.

        나이가 들면서 작은 것들이 크게 보이고
        작은 일들이 중요해지는군요.

        정말 오랜 만 입니다. 모닝님

        언젠가는 끊어질 블로깅
        하는 때 까지 열심히 해 봐요, 우리^^*

    • 노루2021.05.20 01:05 신고

      나무는 수만개의 귀를 갖고 있지 않나요?
      나무의 잎새들은 각각 광합성 공장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가 나무의 이목구비 노릇도 하지 싶은데요.
      우리가 수려한 나무를 사랑하고 포플러의 합창도
      즐기지만, 나무들은 대체로 저들끼리 소통할 것
      같아요. ㅎ

      답글
    • 교포아줌마2021.05.20 23:30

      잎새들에 눈 코 귀 입 있다고요?!!

      저는 이 숲 속 온 초목에 딱 찍혔군요. 

      에구 무서워라 

      그래도 곧 주워 담았기에 다행입니다. 

      나무 끼리 소통하는 건 서로 비껴 자라는 모습에서 잘 알겠어요. 

      합창 
      박수 소리들

      가끔 솔방울 솔가지 탁탁 떨구는 나무들에
      혹 말 걸어 온 걸까 할 때도 있어요. 

      답글
    • 앤드류 엄마2021.05.30 03:55 신고

      전 한국 사람들만 봄 나물캐서 먹는줄 알았더니, 
      네이티브 인디언들도 머위를 닮은 콜츠풋을 먹었고, 
      그 동네 분들도 이른 봄에 여린순들을 따서 시금치처럼 먹고, 
      차를 만들어 마시는군요.
      교아님께서 야생초들 이름을 많이 아시네요. 
      나무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청력이 그리 좋지 않아 
      교아님이 하신말 못들었을겁니다. ㅎㅎ
      이번주에 캘리포니아 산호세 근처에 사시는 어머니댁으로 
      친구가 초대해줘 갔었는데 근방에 주립공원과 카운티 공원도 있고, 
      산이 많아서 좋더군요. 날씨도 좋고.
      우리동네보다 5배이상 비싼 집값만 아니면 이사가고 싶었습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1.06.05 00:55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은
        북미주로 이주해 온 몽골리안 들이어서인지
        우리랑 공통된 것이 많은 것에 놀랍니다.
        나물을 채취하고 말려서 보관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지요.
        도토리 전분으로 묵을 해 먹는 것도 그렇구요.

        저는 머위 나물을 못 먹어 봤는데 잎이 피기 전에 올라오는 꽃 대가 브로컬리 처럼 생겨서 먹음직 하게 살지다고 생각했어요.

        하아~
        귀먹은 노인 나무^^*
        안심합니다.

        요세미티 다녀오신 포스팅 봤어요.

        블로그 친구랑 그 어머니랑 알콩달콩 재밌게
        다녀오셨더군요.

        서해안은 아름답지요?
        시카고에 사시니 더욱 산과 바다가 그리우실듯 합니다.^^

      • 앤드류 엄마2021.07.13 21:54 신고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이 말린 나물도 먹고, 도토리 묵도 해 먹군요.  
        예전에 책에서 보니 그사람들 음식중에 우리랑 비슷한것들이 있어 신기하더군요. 
        앞으로 백인이나 흑인이 저보고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면 
        우리 조상들이 너희 조상보다 여기에 훨씬먼저 왔다고 말해 줘야겠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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