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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인 레이크 낙엽송 단풍 (Larch )산, 들, 강, 바다 2021. 10. 5. 00:21
한 주일에 하루나 이틀
외손주 봐 주는 날엔
아가 따라
배로 등으로 딩굴딩굴 구른다.
요즘엔 등을 받혀주면 제법 앉기 시작하니
우리도 앉기 시작했다.^^
아가가 본격적으로 기기 시작하면
따라 기어다니느라 무릅이 닳게 바빠지겠지.
손녀 봐 주던 경험에서 안다.
잠깐 휴가 내어 어디 다녀오자.
둘이서 마음이 맞았다.
캐나다 국경이
백신 두번 맞고
72시간 내에 코비드 바이러스 테스트에 음성인 사람들에게 열렸다고.
캐네디언 록키의 노오란 단풍들이 한창이고
특히 밴프(Banff)의 모레인 레이크 위 낙엽송 (larch) 단풍이 절정이 된다기에
용기를 내어 미국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국경 초소가 한가하다.
우리 밖에 없어 오랜 줄에 끼어 기다림 없이 검문을 통과했다.
이런 날도 있네!
서류를 꼼꼼히 점검한 캐나다 국경 세관 직원이
웰컴 투 캐나다!
잘 지내고 가란다.
캐나다는 국경을 열었는데 미국은 아직 안 열었다며 눈을 찡긋한다.
좀 미안했다.
* * *
모레인 레이크 (Moraine Lake)
캐네디언 로키 중
밴프에 있는 레이크 루이스와 모레인 레이크는
참 멋지다.
흘러내려 고인 물들이 숱하지만
물이 고인 주위에 따라 아름다운 호수가 되기도 하고
별 볼일 없는 못이 되기도 한다.
모레인 레이크는 호수 왼편을 따라 솟아있는
열개의 봉우리로 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캠프장 레인저가 모레인 레이크 파킹장에 주차하려면
새벽 네시반에 가란다.
알람을 맞추어 놓고
눈 뜨자 마자 차를 몰고 11 킬로 미터 산길을 오르는데
어둠 속에서
따라 오는 차 앞 서 가는 차가 줄을 선다.
도착하니 벌써 파킹장이 반 이상 찼네.
날이 밝기 까지 다시 눈을 붙였다.
맑은 아침이다.
빙하가 녹아 젖빛으로 흐르는 초여름이나 여름에 비해
하얀 돌가루 들이 다 갈아앉아
맑은 파랑색의 호수다.
그러고보니 가을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
호수 오른 편 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는
라아치 벨리 트레일 (larch valley trail)을 걷는다.
라아치는 우리 말로 낙엽송이라 하겠다.
주로 고산 지대에 서식하는데
노랗게 물들어
북미의 높은 봉우리 들을 곱게 단장한다.
나무 숲 사이로 언뜻언뜻 파란 호수물이 보이는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한참을 오르면
라아치 군락이 나타난다.
여름엔 전나무에 섞여 함께 푸르다가
가을이면 노랗게 색을 바꾸는 라아치들
이 때 에야 자신들을 드러낸다.
집을 떠나 오기 몇일 전
우리 동네를 휩쓸고 간 비바람이 북동쪽으로 올라와
이 곳을 지나 간 덕분에
높은 산봉우리들은
산뜻한 새 눈을 걸쳤네.
라아치 군락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앞에 툰드라 같은 초원이 펼쳐지고 그 앞에
또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센티널 패스 (Sentinel Pass) 에 오른다.
저 고개를 넘으면 파라다이스 밸리가 펼쳐진다.
딸이 여덟살, 아들이 열살 때 함께 처음 저 고개에 올랐었지.
- 2015년 센티널 패스에 올랐을 때-
-2015, 샌티널 패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패러다이스 계곡의 봉우리들, 구름에 가린 산 너머 벨리에 레이크 루이스가 있다-
그 후로도 두 번 올라 구름 속에 머물곤 했는데
이 번엔 그냥 올려다만 보고.
미련없이 돌아선다.
파킹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동산 만한
돌 무더기
돌계단을 올라 언덕에 오르면 펼쳐지는 호수의 모습
내 눈엔 호수가 제일 돋 보이는 곳이다.
나중에 혹시
또 오게 되면
몇 걸음 안 걷는 이곳에 올라
작은 벤치에 앉아
호수 물 빛과
물에 비치는 봉우리들에
한나절 빠져들어도 될 것 같다.
이승윤, bts의 소우주를 자신의 노래로 만들어 부르다.
이천이십일년
구월 말 모레인 레이크에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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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록키를 대합니다.
답글
벌써 이 산은 흰 옷을 갈아 입고 .. 노란 단풍으로 치장을 했네요~~~
좋은 계절에 멋진 여행을 하셨습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덕분에 힐링하고 갑니다. -
삭막하고 메마른 사막기운의 캘리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답글
신선하고 경쾌하고 깨끗하고 웅장하게 느껴져
마음속에 더러움을 품고 볼 수 없는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합니다.
늘 바짝 마른 흙먼지속에서 뜨거움과 마주하는 이곳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의 록키!
올 봄에는 미시건 친구 집을 방문하여 같이 캐나다 국경까지
다녀왔었어요. 국경을 넘을 수 없었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시카고에서 강건너 멀치로만 눈에 담아 왔답니다.
언제 기회되면 캐나다 구경은 꼭 하고 싶어요.
멋지 풍경 고마워요. 교아님. -
사진 한 장 한 장이 다 너무 아름다워요!
답글
모레인 호수며 Larch Valley Trail 오르는 길에
숲 사이로 보이는 경치, 더 올라가서의 금빛 낙엽송들!
예전에 오르신 Sentinel Pass 에서의 사진 두 장도 환상적이고요.
그땐 미 동부 쪽에서 가신 건가요? -
티끌하나 없이 깔끔한 호수가
답글
혼탁한 제눈을 맑게 휑궈줄것 같아요
자연은 자연이 아름답게 꾸며주듯
새파란 하늘과 선명한 흰구름
묵직한 산 어울리는 나무들..
바라만봐도 힐링이 되는 곳이에요.
사진마다 표지감
특히 강아지와 모자쓰고 앉아계신 사진
그냥 자연이 흡수했네요
가을의 중턱에서 숨도 안차게 가을산행
덕분에 잘했습니다.
교아님 고맙습니다.
끄덕끄덕 앉았다가 옆으로
스러지는 아가모습 상상만 해도
온몸에 미소가 번져요ㅎㅎ
아기들 발육하는 기쁨이 충만한
날들을 사시네요~~
건강하게 씩씩하게 지혜롭게 자라기를
같은 할머니 마음으로 빕니다.-
교포아줌마2021.10.13 04:22
늦봄과 여름 동안엔 빙하가 녹아 내리는 통에
돌가루로 젖빛이 푸른물에 바탕을 이뤄서
우유에 초록색을 섞은 것 같은 물빛인데요.
가을에 가 보니 글쎄 이렇게 맑은 초록이더군요.
워낙 절경이라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다 멋진 곳이어요.
강아지가 우릴 따라 산에 다닌 지 벌써 팔년 째
요즘은 가끔 뒷 다리를 절기도 합니다.
모든 고개 (Psss)들이 다 그렇듯 높은 산의 가장 낮은 곳으로 넘게 되는데 갈 수록 점점 힘들어 집니다.
아가는 매일 매일 다르게 자라나구요.
우릴 안다고 반갑게 웃음으로 맞아주니
고맙고 신기하지요.
고맙습니다, 하윤이 하린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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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꿈 속의 그림 같은 경치를 보는 듯 하네요
답글
먼산엔 흰 눈이 덮여 있고
가까운 곳의 낙엽송엔 단풍빛 노랗고
모레인 레이크의 물빛은 옥색으로 빛나는
환상적인 모습 감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
호수 물빛이 저렇게 아름다울수가 있군요.
답글
저 호수에 보름달이 뜰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고 해도 믿겠어요.
새벽 4시 30분이면 깜깜한 밤중인데,
저렇게 아름다우니 찾는 분들이 줄을 이어 가는군요.
캐나다 국경이 열린 덕분에 단풍철에 저곳을 찾으실수 있었던 분들이 좋았겠습니다.
빙하를 품은 높은 산과 맑은 호수 그리고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낙엽송들을 보며 걷는
리아치 밸리 트레일 제 버킷리스트에 올려서 더 늦기전에 기회되면 걷고 싶어네요.
말씀처럼 옥빛 호수 물빛과 호수에 비친 봉우리만 한나절 보고 있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교포아줌마2021.10.28 17:09
아가 보느라 블로깅을 게을리 해서요.
오랜 만에 경란님 블로그에 가서 열심히 살고 계신 꿋꿋한 모습도 보고요.^^
캐나다 로키에서 선녀들이 달 밤에 목욕하면
옷은 안 벗어 놓을지 싶어요.
너무 물이 차가와서요.
나뭇꾼과 선녀의 이야기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요. ^=======^
국경이 열리자마자 발빠르게 다녀왔어요.
그 사이 우리 동네 베이커에 오르는 산길들은 눈이 와서 닫히는 바람에 와싱톤주 올해 산행은 마감했어요.
그렉 이랑 아직도 캐나다 로키에 가실 버킷 리스트가 남아 있군요.
(코비드 와중에 너도 나도 자연을 찾는 바람에) 이름 난 호수나 빙하 관망대엔 사람들이 샹하이 거리처럼 붐비더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망대를 조금 벗어난 트레일들을 걸으면 많이 한적해 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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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 멀리 보이는 웅장하고 높은 산
답글
저 하얀 눈 덮인 산에 가까이 가려하면 또 저만치 뒤로 물러나겠죠?
이런 여행을 하시는 두분 용기가 참 대단 하십니다.
노당 같으면 다리 아프다고 핑게 대고 주차장에서 정지,
멀리서 감탄만 하며 사진만 찍다 올 것 같습니다.
예쁘게 자라는 손주와 촉촉하고 똘망똘망한 눈을 생각 해봅니다.
사랑이 가득하고 행복이 넘칩니다.(+)-
교포아줌마2021.10.31 02:23
맞아요.
점점 저 높은 산들이 올라갈 수록 뒤로 물러나는군요.ㅋ______^
앞으로는 차 안에서 창문만 열고 멀리 산봉우리 보고 다 봤다 ~~ 하는 날이 더 많아 질 것 샅아요.
멀리서 관조하며 보는 산
숲을 헤집고 올라서는 등산
산을 즐기는 스타일의 다름이지요.
시몬스님 처럼 저도 마늘을 쪽 내어
남편이랑 마늘 파종을 끝냈어요, 오늘.
내년 유월 말 수확을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온실도 다 설거지 해 놓구요.
올해 농사 끝입니다.
쌍동이 손녀들 크는 것 보시면서 두 분 참 재미있으셨겠어요. 우리도 늦게라도 재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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