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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니스 가 만든 자작나무 바구니 들
    농장주변이야기 2025. 1. 28. 15:59

    두 달 만 에 돌아 온 집

    아침

    서리 가 하얗게 내리는 뜰

    춥다.

     

    떠나 기 전 자른 자작 나무 두 그루  

    '언제 큰 나무 가지 들 자르게 되면 알려 줘. 껍질 을 벗겨 바구니 만들게'

    지난 여름 재니스 가 예쁜 바늘 꽂이 를 담은 자작나무 바구니 를 주며 말 했었다.

     

    -재니스 가 준 바늘꽂이 담긴 바구니-

     

    내 키 보다 작은 걸 심었는데

    집 앞 가까이 두 나무 는 너무 커져 해를 가리고

    우리 가 집 비운 사이 센 겨울 바람 불면 부러져 집 부술까 봐 잘랐다.

     

    자른 지 두 달 되었는데 껍질 이 잘 벗겨질까 모르겠네' 하니

    자작나무 껍질은 봄 에 물 오를 때  잘 벗겨지는데... 

     

    내 가 칼 과 드라이버 로 벗겨 보니 제법 큰 조각 들이 나오네.

     

    오늘 오후 재니스 랑 둘 이서 굵은 가지 들 에서 껍질을 떼어 냈다.

     

     

    날 이 추워서 햇볕 으로 옮겨 가면서 

    지난 두 달 간 이야기 들을

    나무 껍질 벗기며 술술 풀었다.

     

    새로 이사한 곳 이 어떤지

    옮겨가는 것에 후회는 없는지.

    햇볕이 따스해서 우선 좋아.

    배를 타지 않고 가게 들에 갈 수 있는 것도

    집 을 나서면 이웃들을 쉽게 만나는 것도 좋아.

    두 살 난 손자 랑 여덟살 손녀 랑 자주 만나는 것도 좋고.

     

    잘 되었네. 후회 를 줄일 수록 잘 사는 거지.

    정말 그래.

     

    갑자기 단기 기억 이  무척 나빠진  남편 카알 이야기 를 하면서

    조만간 도움 을 받는 시설 로 옮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재니스 보다 일 여덟 살 더 많은 카알 은

    몇 년 전

    재니스 를 위해 바구니 만들 실 대나무 들을 채집 하러 왔을 때

     자기 처럼 매일 열심히 쉬지 않고 살다 보면 백 살 도 넘길 수 있지 않겠냐' 며

    팔십 대 갓 넘긴  노인 같지 않게 기염 을 토 하던 모습 이 생생한데...

     

    '그래도 넌 아직  건강하고 활발한데  같이 어시스트리빙 (assist living) 으로 옮겨도 괜챦겠어?'

    '지금 은 웬만큼 버티는데  내 엄마가 지금 내 나이에 치매 가 오고 그걸 로 돌아가셨어.'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엄마 는 엄마 고 너 는 너 지'  하려다가 말 을 삼켰다.

    재니스 도 나 도  젊은 사람 들이 아니다.

    그냥

     껍질 벗기느라 차게 언 서로 의 손 을 잡았다.

     

    나무 껍질 을 꽤 많이 벗겨  실내 바닥 에 

    두꺼운 종이 사이 에 껍질들을 펴 놓고 돌 을 얹어 평평하게 말리고.

    여름 에 내 가 다시 돌아오면 함께 바구니 들 을 만들기로.

     

    *   *   *

    집 안 으로 들어 와서 재니스 가

    큰 바구니 에 가득 담아 온 자작 나무 껍질 로 만든 소품 들 을 보여 준다.

    몇 개 만 소개 하면,

     

    -자작나무 껍질 몸 통 에 고슴도치 바늘 들로 수 놓고 솔잎을 보아 테두리를 두른 작은 그릇-

    여행 중 길 에서 주운 고슴도치 사체 에서 남편 카알이 직접 채집한 바늘 들 이라고.

     

    -이십년 전 작품 이네. 고슴도치 바늘은 천연 재료 로 물들이고 묶는 끈은 나무 뿌리 에서 채취한다고-

    나 랑 함께 자작나무 바구니 만들던 러시아 에서 온 리사 라는 친구 가 있었어.

    이렇게 칼로 정교하게 무늬 를 오려내서 작은 그릇 들을 만들어 내곤 했어.

    러시아 풍이지?

     

    -리사 작품-

     

    -재니스 작품-

    자작나무 겉 껍질, 속 껍질 들 다른 색갈 들을  이용해서 가느다란 테이프 를 만들어 짜 무늬 를 넣었다고.

    동글동글 돌려 짜니 재미 있는 문양 이 되더라고.

    '너무 멋있는 아트 야'

    '그러게. 그런데 옛날 엔 생활 필수품 들을 다 들 집 에서 손 수 만들었던거야.

    서로 잘 하는 것 들을 만들어 물물교환 으로 생활 기구 를 마련하기도 하고.'

    이젠 아무도 안 만들고 재미 삼아 하니 아트 가 되는 거지.'

    재니스 는 온 지구 상  동서고금 각 종 바구니 들에 관심을 갖고

    바구니 만드는 사람 들을 만나고

    재료, 만드는 법 등을 섭렵하는 인류학자 (anthropologist) 이기도 하다.

    절대로 학자 티를 안 내고, 

    바구니 짜는 소박한 아줌마 로 친절 하게 재미있게 각종 바구니 로 안내 해 준다.

    재니스 가 마지막 으로 찾아 가서 배운 건

    알라스카 원주민 들 로 부터 연어 껍질로 바구니 와 가방 을 짜는 거 였다.

     

    -밑 부분은 겉껍질 로 위 뚜껑 부분은 속껍질이 겉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속 모습. 꿰매는 방법 을 배우느라 열심히 사진 으로 찍었다.-

     

     

     

     

    이렇게 재단을 하고 꿰매려면 껍질을 물에 적시는지 물었더니

    자작나무 껍질은 절대 물에 안 적신단다.

    불 가 에서 멀리 쬐여서 부드럽게 구부리거나 다리미로 다려서 구부린다고.

     

     

    '이건 테두리 에 버드나무 가지 랑 껍질 을 돌려서 멋을 내 봤어. 

    나무 뿌리 에서 얻은 실로 꼬맸어. 나무 뿌리 에서 얻는 섬유 는  질기고 잘 꿰매져.

    세상 에 구부릴 수 있고 꼴 수 있는 모든 것 은 다 바구니 재료가 될 수 있어.'

     

    내 가 새로 이사한 곳 은 준 사막 처럼 민둥산 들 인데 거기서도 바구닐 짰을까?

    당연하지. 가서 찾아보면 반드시 누군가 지역에서 구 할 수 있는 재료 로 바구닐 만들고 있을거야.

     못 찾으면 네가 시작해 봐도 되고.

    하하하 

    나, 자신 없어 웃었다.

     

    이건 이젠 가 버린 내 친구 리사 작품 이야.

    우리 집 이 바닷 가 에 있쟎아.

    근데  여기 에 소금통 으로 쓰는데

    뭉치는 법이 없어.  속 에 있는 소금을 보여준다.

    -자작나무 바구니에 나무 조각한 뚜껑 이 있는 소금통-

     

    이것 도 리사 작품 인데

    오리 두 마리 를 조각 해 뚜껑을 만들어줬어.

    어느 날 떨어뜨려 오리 머리 하나 가 떨어져 나갔는데

    끝 내 못 찾았어.

    가 버린 리사 처럼.

    그래도 난 그 머리 모습 을 기억하거든.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

     

     

    이건 오리가미 처럼 만들어 본 새 야.

    종이 같은 자작나무 (paper birch)니까 아무 거나 만들 수 있어.

     

     

    '인디언 여자 들 사이 에 자작나무 껍질을 깨물어

    구멍을 내서 예쁜 디자인 을 만드는 시합이 있대.'

    '와 !이 가 아주 좋아야겠다.'

    당연하지.

    그런데 이 풍습을 남자 들이 아주 싫어한다는거야.

    왜?

    쓸 데 없이 시간낭비 한다고.

    여자들 끼리만  생산성 없이 재미있게 노는 꼴은 못 보는 거지.

    하하하

     

    얼어 들어 온 우리 둘 을 위해

    남편 은 뜨거운 차 를 제공하고

    따스하게 불을 때어줬다.

     

    재니스

    너 한테 참 많이 배워. 돌맹이 싸매기, 동물 털 들로 털 실 꼬기, 바구니 짜기....

    '널 만나서  참 좋아.'

    '여름 에 오면 함께 바구니 만들어.'

     

    '재니스, 난 이런 걸  잘 만들어.'

    집 을 팔게 되면

     마지막 라벤다 가 될 지도 모르는 

    지난 여름에 수확한 그로쏘 라벤다 로 속 을 채운,

    하늘색, 빨강색, 회색, 남색 비단 갑사 조각 들 모아  잇고 

    흰 옥양목 테두리로 만든,

    만들고 나서 퍽 마음에 든

    작은 향 베개 를 건넸다.

    'BEAUTIFUL!!'

     

    저물어 가는 찬 공기 속 에서 둘 이 한참 포옹했다.

    '잘 지내자' 고.

     

    'Thanks for running into me.'

    '(우연히 내 게 찾아와 친구가 되어 줘 고마와)'

    재니스 가 남기고 떠난 말 에 눈물 이 났다.

     

     

    이천이십오년 일월 이십육일

    두 달 만에 돌아 온 집 에서

    재니스랑 함께 한 오후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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