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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마늘(Pyongyang Garlic) 또 심다농장주변이야기 2018. 12. 3. 04:09
사과가 농익어 새들이 먹기 시작하는 십일월 초
또 마늘을 심었다.
벌써 십여년 째 같은 평양마늘을 심는다
굵은 것들을 골라 씨로 남겨 심다보니
뿌리가 아주 큰 종자가 되었다.
이젠 이사 간 옆집
브래드가 몇 뿌리를 주어서 심기 시작했었다.
혹시 단양 마늘 아니니?
한국 마늘이라면
응당 내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듯 물으니
No! North Korean Garlic이야!
평양 88
브래드가 처음 인터넷에서 주문한
마늘의 이름이라고.
여섯쪽으로 쉽게 갈라지고
껍질 벗기기가 쉽고
이렇게 맛있는 마늘은 처음이라고
매우면서도 달다고.
10 에이커 땅에서 말 두마리랑 살면서
그 만큼 크기의
이웃 집들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고
이웃 불빛들에 별들이 안 보인다고 불평하더니
차로 이십분 가야
제일 가까운 이웃집이 있는
센트럴 캘리포니아의 킹스캐년 근처
너른 들로 옮겨 간 브래드네.
마늘을 심을 때면
그 빈 들에서 말들 이랑
잘 살고 있을까
무언의 안부를 보내곤 한다
브래드도 또 마늘을 심겠지.
고마와라.
시애틀 지역의 기후에는 마늘을 2인치(5 cm) 깊이에 묻고, 쪽 사이의 간격은 6 인치 (15 cm)를 두어 심는다.
딸 네가 뉴질랜드에서 돌아와서
올해는 이백사십 쪽을 심기로.
남편은 꼭 필요한 만큼만 심자 하고
나는 항상 조금 더 심고 싶어한다.
남편 말이 맞는다.
과잉생산은 힘도 더 들고
낭비로 이어지던 걸.
심고 캐고 말려서 흙을 털고
자르고 뿌리 잘라 다듬고
엮어 집집 마다 배달하기도 이제는 쉽지가 않다.
꼭 쓸 만큼만 심기로.
의기 투합해서
해도 밝은 날
오늘
즐거운 농부
씨로 마흔 뿌리
이백 사십 여 쪽
딸네, 아들네랑 나누고
가까운 이웃 몇몇에 열뿌리씩 나누고.
모래땅으로 배수가 잘되는
초콜렛 색갈의 sandy loam soil을
남편이 트랙터로 쓱쓱 갈고 나면
한 틀 속에 백쪽 씩 심는
틀 속에 구멍을 내고
뿌리쪽이 땅 밑으로 가게
하나 하나 땅 속에 집어 넣는다.
물구나무 서기로 싹을 내는
마늘은 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다.
가래 끝으로
흙을 덮고 꼭꼭 다지면서
싹 잘 티우렴.
올해 베어낸
라벤다 멀칭을
두툼하게 한 이불 덮어주고 나면
마늘 심기 끝
겨울 차가운 비 속에서
파아란 싹들이 올라 올 것이다.
이천십팔년엔
십일월 6일에
마늘을 심었다.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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