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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아의 가든
    농장주변이야기 2018. 10. 5. 02:44







    포도를 나눠 먹을 이웃 명단 중엔

     

    머리를 정성스레 다듬어주는 미용실 젊은 주인 부부


    그리고 

    배 타고 오가는 길

     허기 진 배를 정갈하게 채워주는

    식당의 여주인이랑 

    함께 수고하시는 분들도 있다.



    항상 식당 부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시는 할머니 사장님


    재작년엔 누룽지를 한보따리 싸주시더니

    올핸 주먹만한 식당 명물 손만두를 삼십개나 

    김이 무럭무럭 나는 것으로 담아 주셨다.


    되로 주고 섬으로 받는다.


    *  *  *



    만두 몇개를 들고

    몇 달 만에 

    마리아네 집에 갔다.



    여전히 꽃마당을 가꾸고 있다.


    '나는 자고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와.

    내 일터거든.'




    봄 부터 시작해서

    시월 말 본격적으로 비내리기 시작할 때 까지

    마당에 붙어 사는 마리아.





    그녀의 정원엔 별별 꽃들이 다 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꽃들을 가꾼다.


    '이 꽃은 이름이 무엇인데

    이른 봄에

    분홍색으로 자잘하게 피어나는게

    얼마나 예쁜지 몰라'


    .........


    일년생

    다년생


    그리고 몇 그루의 과일 나무들.





    '그동안 어찌 지냈우?'


    바다가 보이는 그녀의 작은 부엌에 마주 앉아 뜨거운 만두를 나눠 먹으며


     우리 엄마를 양로호텔로 모시게 된 과정의 이야기도 나눴다.


    '그래, 사는 거라구.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사람들이 얽혀 있쟎우.'



    그런가

    ?.....?....







    마리아는 혼자 산다.


    '사십이년간 아이 둘 기르며 열심히 살다가

    헤어지고 나니

    더 이상 나쁜 꼴 안 봐서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기억나는 일들에 

    항상 그 전 남편이 끼어있으니

    참 고약한 일이야'



    이젠 헤어진 지 십년이 넘는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녀의 거실에

    침실에 과거로 걸려 있다.



    부엌 한구석

    그녀의 라이터와 작은 재떨이에 

    눈이 간다.








    마당에서 나는 

    사과, 배, 자두를 철철이 말려

     

    하나 있는 손녀를 먹이는 즐거움을 누리는 마리아


    그 손녀가 이제 커서 

    큰 배의 선장이 되려고

    해양 대학에 입학 했다고

    자랑스러워 기뻐 하는 마리아.








    이번 여름엔 대상포진을 앓아

    많이 아팠다고.



    혼자 견뎌야 했던 마리아 한테


    남편이 있으면 세끼 밥해 줘야하고 귀찮기만 하다고

    말도 안되는 위로를 하려는 

    허튼 수작은 꺼내기도 민망하고 염치없다.







    통증 중에도

    호미를 들고 꾸준히 꽃들을 돌본 자취가 

    여름이 저문 마당에 

     곱게 고스란히 남아있다.






    '나이가 드니까

    점점 좋은 소식이 드물고

    주위에서 어려운 일들만 보게 되.



    '나는 

    그냥 

    꽃들이랑 놀다보면 

    하루가 다 가지.'



    마리아는 꼭 하고 싶은 일도


    우러르는 삶도 


    가고 싶은 여행도 없다고.



    삼십년 간 한 직장에서

    청소일을 맡아 열심히 일해서 

    나중엔 청소부 매니저로 은퇴한 걸 

    몇번씩이나 이야기해 준 마리아.


    '그래도 꽃밭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가끔 짓는


    그녀의 

    꿋꿋하고 

    풋풋한 미소가 

    어디서 나오는지 

    안.다.







    언제나 처럼

     두 손에 

    작은 씨 봉투들이랑

    여러해 살이 꽃의

    어린 모종들을 가득 들려준다.



    내년에 꽃을 보라고.






    *사진은 모두 마리아네 정원에서 찍음






    이천십팔년 시월 초


    교포아줌마






    Yiruma, river flows in you plays with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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