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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또 오고 우리 동네 가을은 비로 시작해서 비속에서 깊어간다. 비가 점점 차가와지고 뼈속까지 시린 비가 되면 겨울이 온 걸 안다. 올해 절기가 빨라 큰 뿌리들을 골라 씨로 남겨 둔 평양 육쪽 마늘들을 서둘러 심었다. 너무 많아 나눠 주기도 벅차니 백 이십 쪽만 심었다. 우편함..
그제 오후엔 바람이 심하게 불어 구름들을 몰아내더니 어제는 삽상한 가을 날이 맑기도 맑았다. 큰 길에 나갔더니 카운티에서 나와서 찻길 옆으로 또랑을 치우고 있다. 지난 겨울 백이십년만의 집중 호우로 언덕 위고 계곡 밑이고 할 것 없이 물난리를 겪지 않은 집이 거의 없으니 카운티..
아 또 걸렸다. 남편이랑 내 생일이 되면 뤤디는 태극기를 높이 달아 날린다. 매일 아침 세계 각국의 국기를 하나씩 게양하는데 어느 나라의 독립 기념일이나 그 나라에 특별한 일이 생기면 그날 게양하는 국기가 된다. 몇년 전 태극기도 구했다. 하이 점프 스키 올림픽 미국 대표선수..
포도가 익어 단내가 솔솔 풍기면 새들이 모여든다. 저 건너 집 커다란 나무 위에 떼로 모여 사는 가마귀들 가슴이 붉은 로빈 수백마리 하늘을 덮으며 날아오는 검은 찌르레기들(starlings).... 새들도 농사를 짓는다, 눈으로. 그러기에 딱 맞게 익으면 그렇게 모여와 당당하게 따 먹지. 네트를..
올해도 예년처럼 라벤더밭에 사람들이 다녀갑니다. 이런 저런 사람들..... 눈 가지고 코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다녀갑니다. 글쓰는 사람 사진찍는 사람 그림그리는 사람들도 옵니다. 작년에 이어 동네 스케치 그룹이 또 왔습니다. 수채화, 유화, 연필화 그리고 수묵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
이천십육년 유월이십이일 해가 제일 긴 날에 교포아줌마
바바라네 염소가 또 새끼를 네마리 낳았다. 숫놈 세마리 암놈 한마리 보통 한 두마리 낳는데 네마리나 낳는 통에 출산하는 어미 염소 옆에서 산파역을 하며 손수 탯줄 잘라 받은 아가 염소들이다. 지난 번 낳은 두 씨스터즈들은 크리쓰네 농장에서 기른다. 이번에 낳은 새끼들은 아가 염..
미셸이 한달 간 한국 친정에 다녀왔다. 그 한달 동안 혼자 남은 그녀의 남편은 텅 빈 집이 왜 그리 더 커져 썰렁한 지 모르겠다며 서성거렸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거제도를 찾고 통영에도 가고 동백꽃 붉은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왔다고. 열네살에 미국에 이민 온 남편은 동백꽃에 맺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