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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후엔 바람이 심하게 불어 구름들을 몰아내더니
어제는 삽상한 가을 날이 맑기도 맑았다.
큰 길에 나갔더니 카운티에서 나와서
찻길 옆으로 또랑을 치우고 있다.
지난 겨울
백이십년만의 집중 호우로
언덕 위고 계곡 밑이고 할 것 없이
물난리를 겪지 않은 집이 거의 없으니
카운티에서도
쓸려온 흙으로 메워진 또랑들을 청소하며
겨울을 대비한다.
올 겨울이
심심챦게 길고 어려운 겨울이 될 거 같다고.
일을 맡아하는 사람이 그런다.
농부들이 계절을 점치는 징조들이 그렇게 나타난다고.
이렇게 과일나무들이 가지가 찢어지도록 열매들을 많이 맺고
철새들이 예년보다 훨씬 이르게 다 떠나갔고
울리베어가 털을 길게 기른 걸로 보면
그렇다고.
좀 심란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며 집으로 오니
마침 차고 문턱 옆으로 기어오르는
울리베어(Wooly Bear) 한마리가 보였다.
그 참.
보려고 하는 게 보이는 거 맞다!!
가을 이맘 때 쯤이면
얼마나 많은 울리베어들이 기어다닐 텐데
이제껏 못 보다가 바로 오늘 이 순간에 보게 되는지.
wooly bear Oct. 11 2016
wooly bear Oct. 11 2016
그러고 보니 털 길이가 긴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울리베어는 털을 길러 겨울을 잘 나서
호랑이 나방으로 잘 나올 것이고
일찌기 서둘러 남쪽으로 간 새들은
따뜻한 곳에서 잘 지낼 것이고
넘쳐나는 과일들은
말리고 쨈 만들어 쟁여놨으니
춥고 을씨년스런 겨울 짬짬 달게 먹다보면
겨울을 살아지게되겠지.
겨우겨우 살아나가는 목숨들이
지천에 널려있는데.....
이천십육년 시월 십이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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