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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가 익어
단내가 솔솔 풍기면
새들이 모여든다.
저 건너 집 커다란 나무 위에 떼로 모여 사는 가마귀들
가슴이 붉은 로빈
수백마리 하늘을 덮으며 날아오는 검은 찌르레기들(starlings)....
새들도 농사를 짓는다, 눈으로.
그러기에 딱 맞게 익으면 그렇게 모여와
당당하게 따 먹지.
네트를 치는 사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로 옆에서 맹렬하게 먹는다.
와인용 포도는 설탕이 해 아래서 더 졸아야하니
네트를 쳐서 보호하고
과일로 먹는 포도 중
한국 포도와 비슷한 린덴 블루가 다 익어가는데
꾸역꾸역 몰려들어 진을 치는 새 떼에
놀러 온 친구들 까지 합세해
예정을 앞당겨 포도를 땄다.
예년 보다 포도 익는 시기도 훨씬 빠르네
어제 오늘 차들어 가는 반달이
얼마 있어 다 차면 추석 보름이니 왜 안그럴까.
-린덴블루(Lynden Blue), 오른쪽 알이 작은 포도는 아직 덜 익은 피뇨 느와( Pinot Noir)-
올 봄
포도 꽃이 필 때 비가 많이 와서인지
포도 송이가 크지 않다.
자연 수확도 작년의 반 밖에 안되네.
그래도 달다.
이년 연거푸 포도 풍년이었으니
나무도 좀 쉬나보다.
쑤자네
마리아네
어얼네
웨인네
필리스네
렌디네
바바라네
라크네
크리스네
...
포도가 언제 익느냐고 묻는 이웃들에게
맛보라고 조금씩 돌린다.
제일 가까운 필리스네
포도 익을 때가 다 된 걸 알았다며 반갑게 맞는다.
부지런한 켄이 겨울 준비를 저렇게도
착착 해 놓았네
잠깐 기다리라더니
결혼 기념일에 남편한테 줄 카드를 보여준다.
밋밋한 상업용 카드를 사서
그 밑에 뜰에서 주운 작은 까만 돌맹이 세개를 붙여서
소를 만들었네.
필리스는 돌맹이 아티스트다.
크고 작은 돌들에 그림을 그려넣는게 취미다.
스무살 연상의 켄과 결혼한 지가
벌써 십이년이나 되었다고.
저 쪽에선
소들을 돌보고 있는 켄의 등이 유달리 굽어보인다.
켄이 얼마나 기쁠까 이 카드를 받으면.
그렇겠지?
노동절 휴가로 놀러 온 친척들이 달걀을 다 먹어서 미안하다며
파랗고, 녹색이고, 희고 노란 색색의 달걀 한 꾸러미를 굳이 안겨준다.
사양하지 않고 고맙게 받았다.
점심 먹고 나선 포도돌리기가
저녁할 시간이 한참 넘어서야 끝이 났다.
동네 이웃들 근황
업데이트도 하고
하하호호 웃고 수다를 늘어놓고 다녔네.
뒷좌석에 보니
달걀 3 꾸러미
소고기 버거 고기 5 파운드
잘 익은 큰 복숭아 4 개
염소젖 반 갤론
농 익은 자두 한 소쿠리
각종 고운 새 깃털 모음 한 봉지
갓 구운 애플 월넛 케잌
갓 구운 오렌지 케잌
블랙베리, 레즈베리 식초 두병
가지고 간 것 보다 받아 온 것이 더 많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가난한 레드넥 이웃들로 부터
받았네!
리버럴이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교적 부유한 이웃들은
땡큐 베리 마치, 땡큐 쏘오 마치를
입이 닳도록 말하고
정성들여 쓴 땡큐 카드를 보내거나
얼마나 맛있었는지를 이메일 편지로 보내 온다.
그 참
확연한 차이네!
몇년 포도 돌리기를 하다
문득 깨달은 것이다.
이천십육년
노동절 휴가 주말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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