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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가 걸리는 날 - 가을 날 동네 이야기
    농장주변이야기 2016. 10. 1. 22:48


    아 

    또 걸렸다.



    남편이랑 내 생일이 되면

    뤤디는 태극기를 높이 달아 날린다.








    매일 아침


    세계 각국의 국기를 하나씩 게양하는데


    어느 나라의  독립 기념일이나

    그 나라에 특별한 일이 생기면 그날 게양하는

    국기가 된다.



    몇년 전  태극기도 구했다.




    하이 점프 스키 올림픽 미국 대표선수였던 뤤디는

    훈련 중 당한 부상으로 

    이십대 초반 이후

    휠체어에 앉아있다.



    소를 키우고


    반쯤은 불편한 가는 손으로


    온실 속엔 토마토, 가지도 물주며 키우고


    닭 모이도 주어 달걀도 내고.



    사십여년을


     올림피언의 마음으로


    그리고  단순한 

    농부로 산다.



    총천연색으로 꿈 꾸는 중에

    하늘을 자유자재로 마음껏 나른다는 뤤디.








    저장해 둔 포도랑

    케이크 한 조각 가지고 방문하니


    그래 오늘은 동네가 한국같이 느껴지느냐며

    활짝 웃어준다.


    그 동안 새로 생각해 낸 싱거운 유우머로

    시작하는 뤤디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고 

    침이 튀긴다.


    내가 봄에 준 오렌지 방울 토마토 처럼 맛있고 열매가 많은 건 없다며


    올해 유달리 계절이 빨라 한꺼번에 와르르 나온 과일들 이야기



    우리가 집 비운 사이

    수백마리 떼로 몰려와서 그물 친 포도덩쿨들 사이에서

    재주껏 포도를 따먹은 검은 새 떼가 stahling 들이라고 

    멀리서 망원경으로 감시한 걸 내게 일러주고.









    마당에서 주운 죽은 헛간 부엉이를 냉동고에 얼려두었는데

    잘 하는 박제사를 찾아 박제하면

    보러 오라고도 하고.


    헛간에 살던 헛간부엉이들이 이젠 다 떠난 이야기에

    오고 가는 게 새들이니

    언젠가 또 돌아와 깃들겠지

    낙관적인 생각에 둘이 쾌히 동의하기도 하고.



    거의 이십년 동안 곁을 지키던 고양이는 

    떠나고 귀여운 까만 어린 고양이 하나 또 뤤디의 

    말동무가 되어 있다.



    우편배달부 키트가 얻어다 준 고양이다.



    젊고 아름답고 쉽게 웃는 키트가

    우편함에 넣지 않고 집까지 들어 와 

    우편물을 직접 뤤디에게 전해주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특혜를 베푸는데


    Here comes my mail bride! 


    하며 매번 놀린다고 

    키트는 뤤디의 유우머 감각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끝이 없을 이야기를 얼추 마무리하고 

    돌아나오는데

    농사일을 돕는 젊은이를 시켜

    차곡차곡 쌓아둔 바구니들이며 그릇을 잊지 않고 다 돌려준다.



    사과 좀 따 가라기에

    No Thanks. 하고 

    둘이 마구 웃었다.



    쌓이는 과일에

    말리고, 잼 만들고, 쥬스, 사이더, 술 만들기에

    밤낮없이 지쳐가는 요즘

    이웃간에 과일을 준다는 말은

    많이 실례하는,

    예의 없는 일이기에.^^







    남편은 

    딸로 부터 빠다 한덩이를 생일 선물로 받았다.



    빠다에 빵을 발라먹는 아빠가 

    버터를 끊은 것에 대한

    딸의 애틋한 배려다.






    오늘 


    버터가 흠씬 묻어나는 

    크르와쌍에 빠다를 얹어 맛있게 먹는 사람 

    하나 있다.



    행복이 뭐 별거냐

    사는게 뭔데...



    그러면서.


    ^____________^






















    이천십육년 시월 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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