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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2월 1일 아침
    농장주변이야기 2015. 12. 2. 01:14





    크리쓰가 갈라지는 음성으로 전화해 온다.

    아무개가 죽었어.

    밤 새 술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는 거야


    오 마이, 아이엠 쏘 쏘리.

    * * *


    겨울철 우기가 다가오고 아침 아홉시에야 밝아 네시면 컴컴해지는 회색의 어둠을
    술로 마셔버리던 아무개.


    술 마시는 싸이클에 접어들면 

    동네 아줌마 클럽에서 수시로 들려 깨우고 해장국 먹이고 따스한 음식 만들어 주고

    그렇게 빈둥지 아줌마들이 다투어 돌보아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었다.


    댓가로 뭐가 망가지면 뚝딱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 

    고쳐주고 댓가는 아주 조금만 받는다던 아무개.



    이년 전 결혼해서 이 처럼 행복할 수 없다고 하더니....
    중고 배를 하나 사서 멋지게 고치고 칠을 해서 신혼여행을 바다 위로 한참이나 다녀오더니....

    둘이서 같이 마신다고 걱정들을 해 댔는데....

    동네의 컴퓨터며, 차며, 농기구며, 그외 크고 작은 기계들까지 척척 고쳐대는 기계박사였는데....

    망연자실한 미망인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좀 기다려보란다. 알려주겠다고.

    그런데 넌 또 어쩌자고 그렇게 호된 독감에 걸린거야?

    남편이 전 세계를 동분서주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강연을 하는 크리쓰는 전 세계 최첨단 바이러스들에 항상 노출 되어있다.
    그렇게 독감을 옮겨주고 아픈 아내 놓고 또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크리스마스 바로 전에 온단다.

    에고

    먹을건 좀 있어?
    써바이벌리스트인 크리스는 앞으로 삼십년 먹을 음식이 집에 저장되어 있는 걸 안다.
    냉장고에 얼려놓은 음식들이 많아.

    내가 내일 치큰 수프 끓여갈까

    땡큐.



    그렇게 또 회색의 겨울 속에서 꾸물거리고 살아갈 일들이 생긴다.



    *   *   *



    치큰 수프 끓여서 크리쓰네 갔더니 가축들이 반긴다.








    바바라가 우리더러 입양하라고 했던 염소 씨스터들이 크리스네 집으로 왔다.
    몇번 안면이 있어서인지 반갑다고 매애매애한다.


    살아있는 것들
    살아있는 시간들.



    십이월 일일 아침 이천십오년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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