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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면 브루클린 보태닉 가든이 있어 꽃도 보고 숲 속을 거닐 수 있다. 등나무(Wisteria) 향기가 울타리 넘어 진동하기에 들어갔다. 참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꽃 색 향기 모습 다 다르네 * * * 남가주에 사는 동생네 이웃 전혀 본 적이 없는 진남색의 포도송이 처럼 부품한 긴 꽃송이의 ..
올 봄은 무척 더디게 오고 전반 적으로 추운 봄날들이다. 유독 이곳만 그런게 아니고 시애틀도 그리고 소식을 듣는 곳의 사정이 대개 그런 듯 하다. 일기 예보로 내일은 팔십삼도가 된다니 드디어 추운 봄이 물러가는가 보다. * * * 아침이면 손녀가 와서 우리 집이라 느끼기엔 엉성한 낯선 ..
브루클린에 비가 온다 시애틀 지역도 비가 온다는 소식 멀리서 듣는다. 이 낯선 도시에서 비가 오는 건 다행한 일이다. 떠나 온 집과 오는 비로 연결되는 것이. 아가가 아침잠을 자는 동안 달걀과 우유를 사러 동네 작은 구멍가게에 갔다 오는 길 갑자기 좍좍 굵게 변한 빗줄기에 어느 처..
절대로 못한다 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들 했었지. Never say Never! 그래도 복잡한 뉴욕엔 절대 절대로 안 산다고 했었는데 갓 난 손녀를 보는 순간 눈 녹듯 탁 허물어졌다. 출산 후 이개월 반 만에 직장으로 복귀하는 며느리 목도 잘 못 가누는 저 어린것을 누구에게 맡기나 아이들 성..
섬 배를 타고 물을 건너야 집에 닿는 곳 물 건너는 만큼 세상을 적당히 거리두고 사는 삶 혼자 노는 사람들이 흘러 들어와 사는 곳 아무도 섬은 아니다 하여 그렇게 우연히 얼기설기 모여서 살아나간다 이런저런 섬들이 모여서 섬은 없다. 퓨졋 사운드 속의 섬들은 언젠가 바다 속으로..
남가주에 자카란타 보라빛 꽃이 필 때면 돌아오는 우리 엄마 생일. 올해는 아흔번째다. 아흔이라는 나이가 마음에 걸리시는지 생일상을 안 받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이 참에 뿔뿔히 흩어져사는 자손들 보는 기쁨에 주저주저 생일 잔치를 허락하셨다. 그냥 우리 식구 끼리 모여서 조용히 ..
교정 뒷산에 A관 앞 언덕에 무리로 핀 진달래 한 친구가 진달래를 마구 따 먹으며 신경질나게 답답하다고 했던 봄 날 분홍의 꽃무리 속에 섞여 앞은 안보이던 날 최루탄 연막 속에서 뭔가 좀 확실히 보이는 것 같던 건 무엇이었을까 모르는 교정을 무턱대고 찾아간 날 모르는 교정에 찾아..
순아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 닭이 울 때 마다 보고 싶었다. 순아, 이게 몇만 시간 만이냐 * * * 이 봄 빗 속에서 터지는 꽃들을 맞으며 문득 떠 오른 귀절. 서정주의 시 부활의 일부였네. 아 그렇게 한순간에 와르르 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