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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나 반지 받았어요! 그렇게 딸은 신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통해 간단히 자신들의 약혼을 한마디로 통보했다. 그럴줄은 알았지만 막상 듣고보니 좀 어안이 벙벙해서 '그래 그랬구나.' 로 운을 겨우 떼고는 '잘 되었네. 축하한다.' '땡큐 맘. 반지가 아주 예뻐.' 반지는 웬??? 반지를 ..
이.렇.게. 내리는 비 깨어나라 일어나라고 두드리는 소리 녹이며 풀며 적시며 봄이 내린다. 하루종일 촉촉하게 봄비 오는 날 딸의 목소리엔 생기가 발랄하다. 그 가 마음에 든다고.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좋은 감정이 들더냐고 물었더니 둘이 다 똑같이 그렇게 느꼈었단다. 맞아, 그렇게 모..
새벽에 나갔다가 풀섶에 떨어진 라벤다 한묶음을 만났다.어제 모처럼 마른 날이라tea 용으로 딱 맞춤 핀 folgate (폴게이트)를 잘라서 커다란 두바구니 철철 담아뒤뚱거리며 매달아 말릴 헛간으로 가는 길에 하나 떨군 것 맞다. 다들 어둡게 빛을 막은 헛간 천정에 거꾸로 매달려 마르는 자..
크리스마스에아들이 와서 같은 지붕 아래서 잔다얼마만인가 발뒤굼치 들고 살살 걷는다.일찍 일어나 국 끓이는 솥두껑도 살푼살푼 다룬다좀 더 자라고 품을 떠난 아이는 밖에 나간 것 처럼 내 집에 오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데 어른이 된 아이는 집이 다른 곳에 있어며칠 지나면 돌..
십년 동안 그림자 같이 동무하던 개를 떠나보냈다. 좀 지난 다음에라야 이 녀석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터엉 빈 들... 이천 십일년 이월 교포아줌마 < > 아이리쉬 민요라고도 하고, 스코트란드 노래라고도 하고, 잉글리시 토박이 노래라고도 알려진 water is wide (너른 ..
농한기꽃이 지고 손이 쉬니 손끝에서 꽃이 만들어집니다.딸 많은 집 딸이라 어린 남동생을 보며 아버진 위로 난 딸들 중나 하나쯤은 아들이었슴했던 걸 압니다.아주 여자중에도 여자 같이 생긴 내가 톰보이로 딱지먹기 자치기 구슬치기에 열을 올리고중 고딩 시절 수예 선생님한테 유명..
오랜 만에 집에 온 딸하고 미역국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멸치 다시에 홍합, 모시 조개 몇개, 미디엄 사이즈 깐 새우 몇마리, 마늘 탕진 것 듬뿍 넣고 참기를 한방울 떨구고. 맘(Mom), 난 어릴 때 부터 먹구 자라서 잘 몰랐는데 미역국 처럼 독특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처음에 좋아하기 ..
모파쌍의 목걸이를 읽어서가 아니었다. 보석을 보기를 흙같이 하는 내 평생 태도는 어린 나이에 힘들게 얻어진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Patagonia Torres 교아찍음 일곱 살 되던 해 추석 날 꼬까옷을 들쳐입고 동생이랑 나는 엄마가 끼워 준 반 돈 짜리 순금 금반지 하나씩 끼고 동네로 놀러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