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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밥을 만들다
    내 이야기 2012. 7. 22. 23:49






    어제 화창한 토요일

    딸이랑 사윗감이랑 왔어요.



    자신들이 식을 올릴 마당을 돌아보고 어떻게 어디서 결혼을 선포할까 둘이서 손잡고 다니며 궁리하는 모습이


    이쁩니다.










    마당엔 어느새 장다리 유채가 사라지고 여름꽃들이 등장하네요.

    접시꽃은 몇년동안 노력하다 드디어 하나가 남아 발을 붙여서 꽃을 피웠어요.

    토끼들이 싹이 나자마자 뿌리 밑둥까지 잘라먹어서 포기했더니 이렇게 피어나서 하늘을 우러르고.





    사진을 올리다보니 옆에 웬 꿀새가....^

    꽃하고 하늘만 보다가 너 거기 와 있는 줄 몰랐다. 얘야 너 어쩜 ~~;;






    울엄마 여름날  성긴 쑥색 모시치마 같은 이  다년생 fennel이 눈에 들어서  사다 심었더니

    너무 번져서 잡초가 되어버렸어요.



    씨가 많고 발아도 잘되어 채소밭 온통 마구 마구 돋아나기에

    조금 있다 꽃피고 나면 씨맺기 전에 꽃대궁이 다 자르고 어디 먼 후지고 너른 구석으로 옮겨야겠어요.


    귀하게 모셔왔다가 천덕구리로 쫓겨나가는 신세

    너무 왕성해서 다른 것들을 위협하니 귀챦고  위험한 존재.

    귀하다는 것. 

    드물어야하는 것 맞네요.




    오랫만에 아이들도 왔으니

    남편이 기다리는 김밥을 쌌어요.

    독감을 한달이상 앓고 나니 미각과 후각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아직도 미각이 예전같지 않고 후각은 돌아올지 잘 모르겠어요.



    후각이 없어진 세상은 참 이상해요.


    음식의 맛을 알 수 없고 쿠킹을 잘 할 수 없는 것인데

    냄새로 자료 마련부터, 열에 익히는 것까지  후각에 많이 의존하는 걸 알았어요.


    마치 소리가 없는 영화처럼 맛들을 상상해야해요.


    눈앞에서 카레와 찌개를 연기가 나도록 태웠는데요.


    익는 냄새로 대강 언제 불 줄이면 되겠다가 당연히 알아졌었는데요.




    돌아가신 서정주 선생의 오래된 수필 어디선가 선운사에서 얻어온 향을 피우면서

    인간의 가장 사치는  코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라던  귀절이 떠오르는 요즘이예요.



    어디 선운사 향내 맡기에서만 사치가 끝날까요.


    음악 가락처럼 냄새로 이어지고 연상되는 추억들.....



    남편이 아침이면 끓여다주는 커피냄새가 어떤 향인지 

    그냥 쓴 맛만 나고 있어서


    커피 맛이 돌아와 줄까

    안달하다가 이젠 좀 느긋해지기로 했어요.


    돌아올거면 오겠지.

    나이든다는 건 하나하나 잃어가는데 익숙해지는 거니까.


    대신 

    보상으로 색갈에 대해 많이 예민해집니다. 신기합니다.




    김밥은요

    유학생촌 시절 동네의 일본 유학생 게이꼬한테 배웠어요.

    초밥을 짓고 양념하는 것 부터 게이꼬랑 저랑 애기들 등에 업고 작은 학생촌 부엌에서 복닦이고 부딪치면서요.


    밥알 하나하나 곤두세워 독립만세 부르게 하는 김밥

    뜨거운 밥에 초설탕물을 붓고 섞은 후 급작스레 식히느라 부채질 하면 반들반들 윤나는 밥알들

    서로 엉겨붙고 으깨지지 않게 살살 말기



    빠지지않던 표고버섯 졸임을 빼놓고 했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만든 김밥이라 대견했어요.

    김밥되네!


    후각을 찾으면 휠씬 더 신나게 쿠킹을 해댈텐데요.








    딸이랑 사윗감이랑 내 소꼽장난  짝이랑  오늘도 고맙게 일 도와주러 온 이그냐시오랑 맛있게 먹었답니다.

    남은 건요


    배타고 건너가는 딸, 사윗감 배낭에 넣어주었답니다.^^



    이천십이년 칠월 이십이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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