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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만든 딸의 웨딩 드레스
    내 이야기 2012. 8. 18. 07:45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나서 

    딸에게 그래 웨딩 드레스는 어떻게 하니? 물으니

    '전혀

     중요하지 않다' 네요.


    엄마, 결혼식날에 신랑 신부가 빛나는 날 아니구요. 

    우리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 모여서

    다들 신나게 먹고 노는 날이거든요.


    그래도 신부가 결혼식장의 꽃인데...


    맘, 내말을 잘 이해못하는 것 같애...


    아주 거리감이 있는 섭섭한 얼굴을 합니다.



    한번 웨딩 드레스 부티크에라도 가보자.

    맘, 절대 상업적이고 남이 해주는 판에 박힌 결혼식은 안 하고 싶어...


    그럼 엄마가 만들어 줄까?

    딸은 기다렸다는 듯 대뜸 신나서 뽀뽀하고 땡큐 연발입니다.



    맘, 그런다면 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세상에 그런 럭키한 신부가 어딨겠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니...



    이것이  제가 딸의 웨딩드레스를 만들게 된 과정이랍니다.






    딸이 일곱살 때 연주복으로 하얀 드레스를 만들어 준 것이 마지막인데 그후로 손꼽아보니 이십여년이 흘렀고

    눈도 어두워지고 손도 무뎌졌구요.


    맘, 드레스 길이는 무릅까지 오게하구요

    옆에 손을 푹 찌르고 급하면 갖고 다니게 깊은 주머니 두개 붙여주세요.


    옴마나

    그게 무슨 웨딩 드레쓰냐 흙장난할 때 입는 간땅꾸지.


    맘, 내말을 이해못하는 것 같애....


    에구, 속에 들어가 볼 수도 없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도무지 신부가  어떤 드레스를 원하는지 확실히 모르고 만든다는게 망망대해에서 헤엄치기네요.






    그러지 말고 우리 웨딩드레스 부티크에 함 가보자 그러면 엄마가 아이디어가 생길지도 몰라.


    밤낮으로 일에 매여 잠도 줄여자는 딸을 억지로 두어시간 짬을 내라고 해서 웨딩 샾에 갔답니다.


    이것 저것 몇개 입더니 아니라네요.


    우선 너무 무겁고

    질질 끌려서 결혼식날 넘어질 일 있냐구요.

    콜셑트로 조여서  숨도 못쉬고

    허리를 그렇게 졸라매서 어떻게 밥을 먹느냐고 해서 서둘러 나왔답니다.


    그래도 그 드레스는 정말 잘 어울리더라


    맘, 내 말을 전혀 안듣는 것 같애.

    눈물이 글썽글썽 합니다.


    그래, 만들자.

    그런데 어떻게 만들어줘도 입는거다


    물론이지. 울엄마가 만들어주는 건데....


    그 후로 몇달간을 줄곧 웨딩 드레스 구상에 골을 짜냈답니다.


    가볍고

    화려하지 않고

    마구 춤추고 뛰어 놀수 있는

    드레스라




                                                                   






    구닥다리인 것이 확실해 진 내 안목은 신부복은 흰색  계통이어야 한다는 것에서 한발짝도 못 물러납니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크림색 계통으로 하자

    그리고 감은 바느질하는 마음도 호사스럽고 . 손길도 호강스럽게  질좋은 실크들로 하자

    디자인은 아주 씸플하게 

    치마폭은 넓지 않개, 얍전하게 부풀리자




    아주머니, 이 산뚱 수직 실크는 손바느질하는 게 더 옷이 잘 나오는데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선이 잘못 나와 바느질 한 걸 뜯었더니 그대로 바늘 자국이 날 정도로 섬세하고

    손거스름에도 걸려 올이 치네.


    천 고운 것 보담 바느질 편한 옷감으로 고를 걸...


    주아사 치마 맨 겉감까지 합쳐 네 가지의 실크를 모아서 드레스를 만들었네요.



    하도 장식이 없어 치마 밑단에는 레이스를 같은 걸로 층을 두어 두겹 둘렀답니다.

    그래도 심심해서 쓰지 않는 진주 목걸이를 이때다 하고  잘라서 치마 레이스 이은  자리 위로 붙였구요.






    치마가 세겹인데 감들이 가벼워 날아갈 듯 합니다.


    가봉하는 날 


    맘, 길이 좀 줄일 수 있어?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래도 복숭아뼈있는데 까진 와야지 엘레강스한 맛이 있어, 얘.


    그렇게 설득하고요. 

    스니커를 신겠다던 처음의 계획은 드레스를 보더니 접구요.

    그대신 굽없는 쫄쫄이 신발을 골랐답니다.


    함 뛰어봐라

    안 넘어지지?

    춤도 춰 봐

    안 밟히지?


    땡큐 맘.

    그렇게해서 입술에 키스도 받구요.





    드레스에 들어간 옷감들을 골고루 써서 손바느질로 쉬엄쉬엄 만들고 남은 진주알들을 붙여 머리 장식을 만들었더니


    거기다 우리 뜰에 오는 부엉이 털하나 그리고 이름모를 새가 기증한 하얗고 검은 땡땡이 깃털 하나 붙여 달랍니다.


    얘, 머리장식에 검은 색도 쓰니?

    맘, 아무거나 내기 좋아하면 다 쓸 수 있어.


    만들고 보니 정말 멋진  머리 장식이 되었네요.



    면사포 안쓰니?

    맘, 내가 무슨 상품이유?  새로 오픈하게...

    그렇구나. 상품 아니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날이지....



    수수하게 입고 별스럽지 치장하지 않고 결혼식을 하겠다는 딸

    그래도 하루 만이라도 빛나게 해주고  싶은 엄마

    둘이서 티격태격 옷을 놓고 싱갱이를 벌였네요.


    지내고보니


    한편으론

    한 남자를 골라 자신의 인생을 함께 하려는 예비 신부의 예민한 마음과

    잘 살기를 비는 엄마 마음이

    신부옷 만들기에 투영되어 그리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한 올이라도 잘못 될세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바느질 땀을 놓구요.

    딸도 그 비슷한, 같은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마음이었겠지요.





    그런데요.

    신부 엄마가 신부옷 만들게 되면 결혼하는 날 내내

    옷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남한테 맡기는 것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훨훨 

    더 중요한 것에 눈을 줄 수 팔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공을 들여 옷을 만들면서

    실밥을 온통 머리에 묻히고 머리는 헝클고 바느질 하며

    덕분에 웨딩 드레스도 만들어보고요.


    바느질이 마음대로 안될땐

    에구 그냥 가서 사입지 별스럽긴... 

    짜증 낸 적도 있지만요.



    드레스 속에서 환히 웃는 딸모습을 보는 남 모르는 흐뭇함


    교포아줌마

    딸 가진 재미 톡톡히  봤습니다.


    결혼 잔치에서

    우리 딸 치마 걷어 올리고 신나게 춤 췄다는 것 덧 붙입니다.
















    이천십이년 팔월 십칠일

    딸의 결혼식을 끝내고 몇달간의 준비 기간동안의  분주함이 사라진 텅빈

    마음으로


    교포아줌마(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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