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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가치-에술하는 사람들
    내 이야기 2012. 9. 4. 02:21


     아들이 대학 졸업할 즈음 
    자신이 살아나아갈 길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난 후
     
    엄마, 아빠
    역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해요. (My love is writing.)
    작가가 되겠어요.
     
     
    그러려무나
    근데 참 외롭고 배고프고 힘든 일인데
     
    네 뜻이 그러면 그 길로 가야지.
     
     
    그렇게 축복해줬었다.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책을 하나 끝냈을 때 선뜻 책 내겠다고 나서는 출판사가 없을 때
     
    그래도 밥은 벌어 먹어야하지 않느냐는 은근한 회유에 아들은 하이스쿨 교사로 취직했다.
     
    집안의 어른께 아들을 처음 소개하면서
    '얘가 이젠 제 밥벌이 합니다'  대견해서 한 말인데
    돌아나오는 길에 대뜸
    엄마는 내가 밥벌이 하는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자신을 밥벌이하는 사람으로만 소개한 것에 섭섭해 쓸쓸하게 웃어서
    아차 하고 
    참 미안했었다.
     
     
     
    아들은 사년 줄곧 밥벌이를 했다.
    그리고 두번째 책을 마쳤다.
     
    그래도 책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해엔
    경기 침체로 사립학교 학생 수가 대폭 감소되는 바람에 
    젊은 교사 순서로 교사들이 면직되고
    아들도 밥벌이를 잃었다.
     
     
    작가는 참 자유로운 직업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작품을 시장성에 맞게 이리저리 가위질하고 마음에 없는 덧칠을 해야하는 걸 참을 수 없다면서
     
    어느 날 아들은 로스쿨에 간다고 주춤거리며 알려왔다.
    확실한, 더 큰 밥벌이를 위해.
     
     
    사흘 뒤면 로스쿨 신입생 오리엔테이션하는 첫날인데
    금요일에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아빠
    아무래도 나는 글쓰기를 그만 둘 수 없어요.
    법대 가는 걸 그만두겠어요.
     
    많지 않지만 입학 예약금도 이미 납부한 후에
    밤낮을 엎치락뒤치락한 결론이었을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구나
    네 인생이니 네가 결정해야겠지.
    그리고 마음을 그렇게 정했다니 축하한다.
    잘 해봐라.
     
     
    이해해줘서 고마와요.
     
    힘든 작가 지망생(struggling writer)에서 밥벌이를 향한 길로 발길을 떼려다가
    다시 글을 쓰겠다는 아들의 힘든 모습에 짜안 했었다.
     
     
    아들은 철저히 배고픈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밥벌이를 포기했으니 홈리스도 마다 않겠다고 자신의 젊음을 펴보였다.
     
     
     
                 
     
                      





     
     
     
     
     
    *  *  *
     
    여름이면 우리 뜰에 오는 작가들과 늦은 여름 어느 저녁 식탁에서
    우리 아들 근황이 식탁에 올랐다.
     
    '그러고보니 나는 평생 특정한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어.
     그런데 세상은 내가 뭔가 일을 했다고 하쟎아.
     그저 생각하고 글을 쓴 것 뿐인데...'
     
    글로리아가 새삼스러운 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작가는 무언가(something)를 계속 쓰는데
     그 글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계속 아무것(nothing)도 안하고 있다고 세상이 생각하고
     그러다가 글이 뜨면 무언가(something)를 하고있었다고 세상이 인정하거든.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갑자기 무언가가 되는 거지.(All of a sudden, nothing becomes something).
     
    시인으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는,
    자신도 무명의 필름메이커 아들을 두고 있는
    캐롤린은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또박또박 힘주어서 말했다.
     
    그 여름밤에
     
     
    우리는 글 쓰는 아들이 무언가를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걸.
    밥벌이는 절대 아니지만, 그 무언가에 자신을 열심히 쏟아넣으며 삶과  치열하게 한판 붙고있는 걸.
    밥벌이를 무시하는 일도 일이라는 걸 새삼 이해했다.
     
    그런 일을 하는 아들이 험헌 길에서 지치면 보송보송한 잠자리를 펴주고 따뜻한 밥을 먹이리라 
    재차 마음 먹었다.
     


    두어달 후 
    아들은 수술을 해야하는 시련을 겪었다.
     
    실로 시련이 줄줄이 이어진 시간이었다.
     
    *  *  *
     
    몸이 회복되고
     
    가을의 끝 무렵 부터 
    한 두 줄기 빛이 들더니
     
    이제 아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조그마한 자신의 창을 확보한 듯 하다.
     
    휴우
     
    숨통이 트이고 편해진 아들의  얼굴을 보는 우리도 이젠 숨이 좀 쉬어진다.
     
     
     



     
    *   *   *
     
    아들이 홈리스도 불사하겠다고 예술지상주의로 의지를 굳혔을 때
     
    '홈리스  별로 나쁜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다.' 며 제 사촌오빠를 응원한 
     우리 집안의 또 하나 아티스트 미술하는 이십대의 여자 조카도 있어서 
     우리 부모된 어른(꼰대)들 가슴이 또 한번 철렁 했었다.
     
     
     
    어디 우리 친척 중의 젊은이들 뿐이랴.
     
    세상엔
    밥벌이에 관심이 없는 그런 대책없는 
    순수한 젊은 영혼들이 있다.
     
    생각하고
    쓰고
    그리고
    부르고
    춤추고.....
     
     
    철저하게 오직 '지금'에 촛점을 맞추고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계산없이 온 몸과 마음을 던져서 풀어내는
     
    글에
    소리에
    몸짓에
    색갈에
    모습에
    이미지에
     
     
    나와 너, 우리는
    이 매마른 목을 축이지 않는가
     
    아름다움에 
    감동에 
    가슴을 울리고
    밸을 풀며
    온몸이 전률하는 희열을 맛보며
    눈가를 적신다.
     
    자신과 주위를 꾸준히  재창조하고 표현하는 일.
     
    세상이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간에
     
    무언가에 골몰하고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나누어 베푼다는 면에서 보면
    성.직. 이다.
     
     
    아무나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타고 난 사람들이다.
     
     
     
    밥벌이로만 사람의 가격을 매기는 일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민망한 일이다.
     
     
     

    이천십일년 이월 십육일
     
    글쓰는 젊은이의 엄마
     
     교포아줌마
     
     
     


























     

     


     
    외롭고 배고픈 예술의 길을 걷는 무명의 젊은이들과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소중히 여겨 사랑하는 부모님들,이웃들과 같이 듣고 싶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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