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남기고 싶은 샤츠들로 모아 만든 퀼트 이불
    내 이야기 2012. 10. 16. 08:28




























    엘리님 리클라이너에서 잠깐 눈붙일때 쓸  퀼트 담요 만드시는데 으쌰쌰 응원하느라 지난글에서 뽑아 다시 올립니다.^^

    이년 전 글인데 딸이 새살림을 꾸민 아파트에서도 애지중지하는 퀼트랍니다.^^*



    *   *   *



    딸이 드디어 일을 시작합니다.

     

    수련기간이지만 월급도 받으니 긴 학생 시절을 돌아보고 마감하는 마음에선지

    집에 맡겨둔 짐에서 그동안 모아둔 티셔츠 한아름을 들고 옵니다.

     

    엄마 내가 아끼는 것들인데

    모아서 퀼트 이불껍데기 하면 어떨까?

     

    야 좋은 아이디어다.

     

    딸은 자르고 배치하고 엄마는 재봉틀질 하고.

                      




                              

     

                              

     

     

    골라두었던 것들이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무궁무진 나옵니다.

     




    미들스쿨 때 동네에서 소프트볼  하면서 입던 셔츠는

    십팔번 번호있는 곳에 구멍이 나서 뒤에 다른 천을 대고 누볐습니다.

     

    이거 입으면 펄펄 나는 것 같아서 이십사시간 줄창 입고

    먹고 놀고 자고 했던 셔츠라네요.

     

     

                              

     

     

    초딩 2년때 학급에서 체능 측정 달리기를 했는데 스물네명 중에서 꼴지에서 둘째한 날

     

    왕왕 울며 집으로 들어서기에 그래도 너보다 못 뛴 애 하나 더 있쟎아 했더니

    엄마 걔는 발 저는 애야

    그리고 또 발을 구르며 울고.

     

    그후 매일 나가서 포니 테일 머리 통통 튀기며 톨톨 달리기 연습을 하더니

     

    고딩 때 트랙팀에 들고 하이스쿨 졸업반엔 시에서 하는 중거리 달리기에서

    등수 안에 드는 이변이 났습니다.

     

                               

     

     

    대학 가서는 더 발에 땀나서

    근처의 아주 작은 사립대학 몇이 모여서 한팀을 이룬 여자 럭비팀에 들었다고 흥분하더군요.

     

    하필이면

     

    우리 부부가 빈둥지된 걸 위로, 자축하는 여행길에 올라

    old Rome의 폐허를 돌아보고 있을 때

    엄마 나 경기하다가 ACL (무릅 속의 큰 힘줄) 부러뜨렸어.

     

    대학가고 나면 지들 스스로 전화해 오는게 젤 무섭다하더니만.

     

     

     

    수술후 힘든 재활을 마치고 쇠를 박아 이 전보다  더 튼튼해진 다리로

    다시 팀에 복귀해서 럭비 신발 몇켤레 닳렸습니다.

     

    여기저기 부러지고 끊어지고 성한 데가 없을 지경이었구요.

     

                              

     

     

     


     

                                                         

     


     

     

     

     

                                                     

     

     


     

     

    엄마 아빠는 내 경기 한번도 안 보러와?!

     

    나 럭비 싫어해. 그리고 너 다칠까봐 눈 뜨고 어떻게 보니. 하기도 여러번

    하는 수 없이 남편이랑 한번 구경가서 경기 내내 눈가리고 가슴만 철렁철렁.

    그날 가슴이 하도 떨려 딸아이 정강이에 난 멍만큼 가슴에 멍 많이 들었습니다.

     

    럭비하는 여학생들은 어쩜 그리 크고 씨름선수들 같은지요.

    그 중에서 가늘고 작은 울 딸이 공들고 날렵하게 뛰는데 큰 몸들이 이리저리 막아줍니다.

     

    하이코 저 덩치들에 깔리면 어쩌나.

     

    경기내내 의자를 돌려 등대고 앉아있었습니다.

    딸의 포지션은 스크럼 해프(scrum half, 풋볼에서 쿼터 백과 같은 역활)이라네요.

     

     

     

     

    얼마나  럭비를 좋아했는지 대학 사년때 올어메리칸 MVP 에 뽑혔습니다.

     

     

     

     

     

                                    

     

     

     

    딸은 걷고, 뛰고, 오르고, 헤엄치고, 미끌어지고, 지치고, 뛰어내리고, 기어오르는데

    이제까지 날들의  절반 이상을 보낸 것 같습니다.

     

    몇년 전 혼자서 안데스 산맥에서

    사흘동안 아무도 못보고 산행을 했을 때의 이야기도  털어 놓습니다.

     

     

    그 때 눈에 미끌어져서 삼십미터 밑으로 굴러 겨우 텐트치고

    밤을 새운 이야긴 지금도 등이 서늘해져서 에이그 하고 등을 퍽 때렸습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남반구에 가서 함께 여행했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모아둔 티셔츠 중에는 자신이 디자인한 것도 꽤 있습니다.

     

     

     

                             

     

    내가 아이들 대학 갈 때 차 운전대 가운데 그려서 붙여준 안전을 비는 거북이 (safety turtle) 디자인을

    이렇게 모아서 티셔츠를 만들었네요.

     

     

                       

     

     

    대학교 때 룸메이트들이랑 함께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할 때 만든 

    날 잡아 잡수 하는 예쁜 돼지 티도 우리 딸 작품이랍니다.

     

    고딩 시절 삼년 동안 동네 통돼지 바비큐 식당에서 웨이트리스 알바를 했거든요.

     

    모은 돈으로 졸업 하자마자 같이 알바하던 여자친구랑 단둘이 유럽 여행을 갔었구요.

    페이지 엄마랑 저랑 두 엄마가 손싸매고 둘의 무사귀환을 빌었더랬습니다.

     

    그 때 어깨 너머로 봐 둔 바비큐를 교정에 소개하느라

    아침 일찍 농장에 가서 돼지 한마리 싣고 와서 하루 종일 굽는데

    한편에서 초식주의자 학생들이 삐라뿌리고 데모하고 훼방하고

    남부의 진미를 소개하는 행사였는데요.

     

    데모해 주는 학생들 덕에 더욱 흥청거리고 유명해진 파티였다고 바느질하는 내옆에서

    티셔츠를 자르며 되새깁니다.

     

     

    지금은 돼지가 그렇게 영특한지 몰랐다면서

    돼지고기 끊고 소고기 끊고 닭고기는 먹습니다.

     

     

     

                            

     

     

    이 티셔츠는 한참 크느라 혼돈속에서 헤매던 고딩시절

    디자인한 것으로 눈이 많은 '저것'이 눈 하나를 실수해서 땅에 떨어뜨리니

    옆에서 새가 주워 먹으려 하는 것인데

    왜 그때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군요.

     

    자신도 몰랐다는데 부모인 내가 어떻게 딸의 세계를 진정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었겠어요?

     

    다 자신이 감당하며 자라난 거지요.

     

    셔츠 하나 하나에 얽힌 옛이야기 하며

    딸. 엄마 시간을 정말 기억에 남게 재갈재갈 웃으며 보낸 하루였습니다.

     

    실밥을 머리에 묻히고

    오손도손

    내 엄마랑 내가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요.



     

     

    저녁 먹고도 계속한 공동작업으로

    딸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이불껍데기(Duvet cover) 하나 만들었습니다.

     

    새로 얻은 아파트에서

    새로 시작할 생활에

    좋은 멋진 선물이라구요.

     

     

     

                

     

     

     

     

    퀼트에 쓰고 남은 부분은 딸이 로프로 잘라

    꽁꽁 땋아서 부엌 싱크대 앞 매트용으로

    놀면서 틈틈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천십년 유월 십이일

     

    교퐁아줌마

     

    Copyright (c) 2010 교포아줌마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거미 내리면  (0) 2013.01.21
    땡스기빙데이 메뉴 두가지-  (0) 2012.11.22
    사람의 가치-에술하는 사람들  (0) 2012.09.04
    내가 만든 딸의 웨딩 드레스  (0) 2012.08.18
    뒤뜰에서 한 우리 딸 결혼식  (0) 2012.08.1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