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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해 아래서 눈부신 겨울날이었다.
오랜만에 날개쭉지가 스물스물 가렵도록 따스했다.
계절 따져 볼일도 아니다 이런 날엔 그냥 따뜻한 날이라 하면 되지.
중천 해가 서쪽으로 기울도록 해바라기를 했다.
그리고
빛이 어둠으로 바뀌는 속에 앉아서
땅거미가 어둡게 내리도록
부드럽게 감싸오는 저녁을 맞았네
낮새들은 나무에 올라 잠에 들어가고
부엉이 두런두런 깨어나는 소리
감미로운 피곤이 온몸에 번진다.
어둠에 수면 호르몬이 분비되고
모든 것 스르르 내려놓고 땅에 머리 눕히다.
부드럽게 닫히는 나,
하루
점점 어둡게 내리앉는 땅거미 따라
달디 단 원시의 잠 속으로....
참 좋은 저녁
그리고
어두움
이천십삼년 일월 이십일
전깃불로 저녁을, 생체리듬을 훼방하지 않은
평안한 저녁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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