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나 반지 받았어요! 그렇게 딸은 신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통해 간단히 자신들의 약혼을 한마디로 통보했다. 그럴줄은 알았지만 막상 듣고보니 좀 어안이 벙벙해서 '그래 그랬구나.' 로 운을 겨우 떼고는 '잘 되었네. 축하한다.' '땡큐 맘. 반지가 아주 예뻐.' 반지는 웬??? 반지를 준비하려는 보이프렌드한테 반지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더니. 자신이 반지 안받는 것에 대해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글쎄다....' 하고 운을 떼었다가 그런 중요한 일은 너희 둘이 결정해야지 제삼자가 옆에서 낄 일이 아니라고 입을 꽉 다물었었다. 딸은 관계가 중요하지 반지가 무에 그리 중요하냐고 고집을 피고 사윗감은 그러면 우리 둘이 일생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것을 무얼로 증영하냐고 티각태각 했다고. 딸이 한 발 양보해서 반지를 받되 다이아몬드는 절대 사양한다하고 꼭 반지를 끼워주겠으면 아주 간단한 반지면 받겠다고 양보했다고.
* * * 그래도 반지에 에미가 너무 관심을 안보이는 것 같아서 딸이 쉬는 날 반지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아주 신나라한다. 눈을 반짝이며 보여주는데 푹 하고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기대하던 반응이 아니었는지 딸이 놀래서 묻는다. '맘. 반지가 뭐 잘못됐어? 왜 내 반지보고 웃어?' '네가 내 딸 맞구나 생각하고 웃었다.' 로 일단 수습이 되고. 얼핏보기에 반지가 무슨 어릴 적 카라멜 상자에 보너스로 들어있는 반지 같았다. 최소한의 미미한 반지를 찾느라고 사윗감이 몇달 열심히 생각하고 찾은 반지다. 찬찬히 보니 젖빛의 작은 돌이 은은하고 얌전하다. '좋으니?' '엄마도 이 반지 볼수록 예쁘지 않아?' 너만 좋으면 됐지하고 말하려다 '정말 볼수록 예쁜 반지다.' 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반지가 예쁜게 보이는구나 라는 말도 생략했다. '엄마도 결혼 반지 거의 안끼쟎아.' '그럼, 반지가 뭐 중요하니. 두 사람 마음이 더 중요하지.' '엄마, 내가 결혼하기로 결정을 잘한걸까?' '글쎄. 중요한 건 네가 결정을 하고 싶어 못견뎠다는거야. 일생을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건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냐. 훗날 돌아볼 때 잘 한 결정이 되도록 지금부터 둘이서 노력해야겠지.' 딸이 땡큐하더니 눈물을 반짝이며 나를 안았다. 안아주며 등을 쓰다듬는데 울고 있는 걸 알았다. 그렇구나 그렇게 달떠서 열심히 사랑하며 일생을 같이 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구나. 내 딸아. 정말 잘되었다.
* * * 이제 딸은 블루베리 따다가 큰 것들을 모아서 사윗감 준다. 그 전엔 아빠 준다고 모으더니... 딸년이 도둑이다. 남편이랑 둘이서 사윗감만 바라보는 딸 흉보면서도 대견하고 좋다. '그래 아무개는 뭘 좋아하니?' 하고 딸이 좋아하는 음식보다 사윗감 좋아하는 음식으로 만든다. 갑자기 우리 가족에 저벅저벅 들어 온 사윗감. 내 딸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이 된 사람. 내 새끼로 품어야지. 딸과 사윗감은 취미가 같고 에너지 레벨도 비슷한게 잘 맞는 것 같다. 잘 살아라. 이천십일년 시월 오일 교포아줌마(c)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