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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보기-브루클린 뉴욕내 이야기 2017. 4. 1. 19:43
절대로 못한다
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들 했었지.
Never say Never!
그래도 복잡한 뉴욕엔
절대 절대로 안 산다고 했었는데
갓 난 손녀를 보는 순간
눈 녹듯 탁 허물어졌다.
출산 후
이개월 반 만에 직장으로 복귀하는 며느리
목도 잘 못 가누는 저 어린것을 누구에게 맡기나
아이들 성장해서 집을 떠난 후
갱년기도 지난 두 부부가
하릴없어
빈 땅 일구어
라벤다 기르고
포도도 기르고
또 시간이 남아
바느질하고
남편은 흙으로 그릇도 빚어 굽고
그렁저렁 지내왔는데
손녀 자라는 것 보는 기쁨에 비할까
며눌아, 아들아
우리가 아가 봐줄께
도와준다기 보다
아가 보는 재미 좀 보자.
그렇게 쉽게 결정했다.
서둘러
마악 봄이 오기 시작하는 농장을 대강 정리하고
뒷일을 엄벙덤벙 부탁해놓고
브루클린으로 떠나오니
이곳은 우리 사는 곳 보다 봄이 한 서너 주 늦게 오는가 보다
삼월 중순에
길 가에 눈이 무더기로 쌓여 얼어 있었다.
-손녀가 자는 동안 손이 무료해서 장난감 포장 박스에 붙어 온 카드보드에 그렸다. 흑백, 빨, 주 노, 초를 보는 시기라고 해서-
며느리 일 나가기 전
한 열흘
인턴 기간으로 열심히 아가를 익혔다.
짜놓은 엄마 젖을 병에 넣어 먹이는 것 부터 시작
먹이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또
먹이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옹알이도 열심히 해서
먹고 자는 짬짬이
눈 맞추고 이야기도 나누는 재미
말로 표현이 안되네
대강 아가 보는 일이 손에 잡혀 온다.
울고 우는 아가를
보듬고 어르고 토닥이며
우리 부부 하루가
빨리도 지나네
배고플 때
진자리 갈아 줄 때
잠 올 때
아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되었네.
고맙다. 손녀야
우릴
이렇게 쓸 데 있는 사람들로 만들어주어서.
-뒷 면에도 그렸다. 어마나, 그림되네! 작은 스켓치 북 하나 사야지. 잠이 오는 아가-
다행인 건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 바로 옆 건물에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백 보를 안 걷는 거리에서
아침이면 손녀가 온다.
덕분에
아들 며느리를 매일 보는 호사도 누리고
꿩 먹고 알도 먹기다.^_______^
이천십칠년 사월 일일
봄비 마구 내리는
브루클린에서
토요일이라 아침이 한가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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