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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개씨 우리 엄마 해피 아흔살 생일!!!
    내 이야기 2016. 5. 20. 05:19





    남가주에 자카란타 보라빛 꽃이 필 때면 

    돌아오는 우리 엄마 생일.


    올해는 아흔번째다.


    아흔이라는 나이가 마음에 걸리시는지

    생일상을 안 받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이 참에 뿔뿔히 흩어져사는 자손들

    보는 기쁨에 주저주저 생일 잔치를 허락하셨다.


    그냥 우리 식구 끼리 모여서 조용히 밥이나 먹자.

    다른 사람들 부를 것도 없다.




    그 우리 식구가 이젠 삼십명이 되고

    피부색 다른, 부모가 다른 나라 출신인 자손들의 배우자들도 만나고

    작년에

    새로 태어난 돐 안된 증손도 있으시다.



    멀리서 가까이서 모여든 자손들.

    덕분에 비행기 타고 온 우리 아들도 또 보고.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고 당구도 치고 노래들도 부르고 춤도 추고.

    누구 생일인지 모르게 다 자신들의 생일처럼 잘들 놀았다.





    먼저 남쪽으로 내려간 남편을 따라

    어린 딸 아들 손 잡고 업고 걸어 월남한 후

    다시는 두고온 고향땅을 못밟고

    부모 형제 자매 생사도 모르고 살아 온 

    실향민 우리 엄마.



    -남쪽에서 재회한 네식구 엄마, 아버지, 언니, 오빠 -




    시부모님 시조부모님 한테

    다시 오겠다고 절 올리고 온

     장남을 다섯살에

    육이오 전쟁중에 잃어버리고

    가슴에 묻고 살아온 엄마.



    이젠 여섯 자식들도 다 젊지 않은 나이


    엄마를 떠나 

    여인 아무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네.



    희.비.애.락.

    골고루

    자식들 것 까지 

    씨줄 날줄로 짜며 살아 온

    구십평생 







    '아무개씨 

    아흔살 생일을 축하합니다.'



    큰언니가 케잌에 커다랗게 엄마 이름을 써 넣었다.


    에이쿠머니나


    그래 내 이름이 아무개구나.


    새삼스럽게 젊은 날로 돌아간 듯 좋아하신다.




    언제 였을까

    엄마가 이름을 잃어버린 것은.


    아무개 아내

    아무개 엄마

    아무개 할머니로 불리워 온 일생.


    케잌 위 촛불 아홉개를 두번 숨에 끄고

    소원은 눈감고 조용히 기도로 하셨다.

    무얼 원하셨을까.


    그리곤

    자손들에게 덕담을 하셨다.


    너희들 나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






    아직도 시내 버스를 타고 시장에 다니시고


    일주일에 한번은 수영장에 가서 모재비로 개구리 헤엄으로 열번 왔다갔다 하는 엄마.



    자꾸 우기신다.


    아흔 한살이라고.


    그렇게 아흔이라는 숫자를 뛰어 넘고 싶어하신다.


    태어나면 한살이쟎니, 왜

    한국식으로.


    그래요. 어머니 구십일세 맞아요.


    같이 나이 늘어가는 사위들이 마음을 파악하고 응해드렸다.



    맞벌이 부부인 동생네 딸은 엄마, 아버지가 아가 때 부터 돌봐주었다.

    그 애가 자라 성인이 되고 결혼하고 예쁜 아가를 낳아

    나이 아흔에 처음 증손주를 안아 본 엄마.



    내가 죽으면 불은 놓지마라

    뼈가루를 산에다 뿌리고 강에 뿌린다는데 

    나는 산에 혼자 있기 무섭다

    그냥 땅에 묻어라.

    엄마 보고 싶으면 찾아오기 쉽게 교통 편한 곳에.



    아흔이라는 숫자에 밀려

    아직도 활기 찬데 죽음을 준비해야하는가



    그러지않아도 같은 아파트의 동갑내기들이 작년에 두 분이나 양로원으로 가서

    뒤숭숭해하시는데..



    *   *  *


    오늘 아침 전화드리니


    얘야, 헬렌이  백악관에 신청했다드라.

    우리 할머니 백세되면 축하 전화해달라고.


    그럼 영어 연습 하셔야겠네. 아무개씨.

    할로

    땡큐 

    그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웃었다.

    아무개씨랑^^*


    사는 날은 그냥 사는 거다, 뭐.



    참 

    우리 엄마는 지독한 음치다. 

    송아지도 음정을 못 맞추는.^^*


    그런데

    본인은 노래를 그럭저럭은 하는 걸로 생각하신다. ^^








    이천 십육년

    오월 초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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