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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3-손녀 기르기내 이야기 2017. 4. 28. 20:06
올 봄은 무척 더디게 오고
전반 적으로 추운 봄날들이다.
유독 이곳만 그런게 아니고
시애틀도 그리고 소식을 듣는 곳의 사정이 대개 그런 듯 하다.
일기 예보로 내일은 팔십삼도가 된다니
드디어 추운 봄이 물러가는가 보다.
* * *
아침이면 손녀가 와서
우리 집이라 느끼기엔 엉성한 낯선 공간이
갑자기 환해지고 웃음꽃이 핀다.
아이구 예뻐라!
이곳 까지 데려온 우리 강아지는 이 말을 당연히 자기한테 하는 줄 아는데
참 안 되었다.
미국말에
When baby comes, Dog goes out
아가가 태어나면 개는 밖으로 내보낸다
아가가 와 있는 동안엔 완전 찬밥 신세가 되는 우리 강아지.
그래도 같이 와 있으니 낯선 도시에서 한결 더 '내 집' 같이 느끼게 한다.
* * *
아침이면 엄마가 짜놓은 젖병을 몇개 베낭에 담아 가지고 소풍 오듯 오는 우리 손녀
직장에서 젖 펌프하는 방을 하나 따로 마련해 주었다고.
처음엔 어미나 아가나 그 모습이 애처럽더니
아가도 쑥쑥 자라고
며느리도 씩씩하게 직장에 다시 적응이 되고 하니
전혀 문제가 없다.
가끔 직원들이 아이들 데려 오는 날도 있다는데
다음 달 쯤 한 번 엄마 직장에 데리고 가서 잠깐 선 보일 계획이란다.
참 요즘 젊은이들의 직장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게 어디 직장 뿐일까
아가 기르는 법도 많이 다르다.
우린 구세대이니 며느리랑 아들이 하라는대로 그저 따른다.
아가가 태어나면 목욕을 자주 시켰는데
아가가 탯줄이 떨어지기 전에는 전혀 물에 담그지 않았고
생 후 한 달이 되도록 고작 두번 목욕 시키더라.
며느리는 소아과 의사가 쓴
젖병으로 아가 젖먹이는 방법을 우리 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우리도 다 해봤어
누가 모를까봐? 할일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젖을 먹이듯 가슴에 안고
아가가 젖꼭지를 찾아 먹게 입에 넣어주지 말고 입근처에 가져다 대라고.
먹는 동안 두어 번 오른쪽 왼쪽으로 아가를 바꾸어 안는 사이
두어번 곧추 세워 트림을 유도하고
빨리 먹지 않게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라고.
처음엔 젖병을 안물겠다고 앙앙 울고 저항이 심하더니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 품이 엄마 품인양 포옥 안겨
눈도 맞추고 옹알이도 하며 잘도 받아 먹는다.
할아버지는 트림 시키기 박사가 되어
하루에도 몇번 아가 등을 쓰다듬어주며
즉흥으로 손녀를 위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서성인다.
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토해내는 젖에
하루에도 몇번씩 셔츠를 갈아입고도
치즈 냄새에 젖어 산다.
기저귀 갈고
어르고
토닥여 달래고
재우고
저녁에 며느리나 아들이 데리러 오면
허리를 주욱 펴 본다.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둘 사이에 붙여진 호칭이 이젠 제법 익숙하고 대견하다.
저녁을 먹으면 둘이 곯아 떨어진다.
이천십칠년 4월 이십팔일
손발이 차고 저렸는데
아가를 보면서
손이 따뜻해진
교포아줌마
(교포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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