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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루클린의 반딧불
    내 이야기 2017. 7. 1. 21:36

    앗!


    브루클린 심장부에 반딧불들이 있다.


    저녁 어스름길 프로스펙트 파크 근처 잡풀들 사이에 

    반짝 반짝하는 형광불빛에

    설마 했더니 역시 반딧불들이네!



    그 후 풀섶을 지날 때 마다 눈여겨 보니

    온통 반딧불 투성이다.^^










    주말

    자정이 넘은 오밤중

    먹이를 놓고 싸움하는 코요테 찢어지는 소리에 잠을 깨다.


    가마귀 떼지어 깍깍대는 소리 같기도 한. 



    스무여나문명의 여성들이 두 패거리로 나누어 악다구니들을 질러대고 있다.


    무슨 사연인진 알 수 없으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삿대질에 주먹질에

    밀고 밀리고를 반복한다.


     무리를 따라 움직이는 반짝반짝 작은 형광불빛들

    혹시 폭력이 몸에 닿을 경우를 대비해서

    옆에서 상대편 전사들 모습을 열심히 찍어대는 응원부대의 셀폰 불빛들이다.



    캐리비언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은

    야행성이 많은 것 같다.


    더운 밤

    에어콘이 없이

    낮 동안 덥게 구워진 벽돌 건물 밖으로 나와

    열대야를 피하는 중

    더러 싸움도 하고.


    한 밤의 싸움은 맹렬했다.


    거의 삼십분 가량 지속되었다.


    나처럼 잠을 설친 주민 누가 311에 전화했는지

    급기야 경찰차가 오고

    뿔뿔히 총총히 흩어져 갔다.



    (*뉴욕에서 311은 소음 신고 번호다.

    911을 부르면 경찰, 구급차, 불자동차 까지 와서 완전 날밤을 새워야 하기에.)



    오밤중에 잠을 깨고 보는 패싸움 구경


    반딧불 같은 셀폰 촬영.


    참 세상에나!


    그렇게 폭력이 방지되다니.^^


    신체적 폭력에 대한 의도는 처음 부터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무더위를 이겨내는

    한밤의 카타르시를 위한

    카니발에서의 고성과 통렬한 몸짓들 이었을 수도.







    이곳에 온 지 벌써 석달이 넘었다.


    화이트 노이즈 머신이 아니라도 이젠 잡소리에 별로 잠이 깨지 않는다.


    처음엔 멈칫,섬뜩해하더니

    이젠 아침 저녁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도 몇 된다.


    진정으로 반기는 미소보다 더 마음을 여는 언어가 있을까.



    아침마다 오는 손녀는 온몸을 다해 그런 몸짓을 우리에게 보낸다.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동원해 

    안.다.고. 

    반.갑.다.고 온몸으로 달겨든다.


    또 누가 있어 이렇게 진정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할까.


    아가 조카의 아가 때 모습을 노칠까봐 조바심치던 딸이랑 사위가 먼길을 다녀 갔다.


    아직 아가가 없는 부부가 

    아가 안고 어르는 연습을 많이도 하고 갔다.



    빌려사는 아파트 황량한 벽에 붙이라고 

    커다란 그림을 보내왔네.



    뚝딱

    어느 새 벽으로 창이 열리고 멋진 들이 펼쳐졌네.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린 우리 섬 동네에선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다.


    그냥 벽을 헐면 열리는 그림 같은 풍경들에.









    따라와 함께 아가보는 우리 강아지

    잡을 토끼도 없고

    쫓을 새도 없이

    경찰차 싸이렌이 왱왱 울리는 거리에서

    줄에 묶여 다니느라 많이 사나와졌다.


    나 어쩌다 여기 와서 사나?


    그러고 있을까?




    이천십칠년 칠월 일일

    주말에 쉬는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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