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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에 찾은 벚꽃 가든-브루클린 보태닉 가든 일본 정원
    내 이야기 2017. 7. 25. 15:20





    그 버릇이 이 나이에도 바뀌지 않네.



    새로운 도시나 거리

    건물이나 장소, 

    이벤트에 가면

    입장 할 때 손에 쥐어주는 

    안내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



    게으른 탓이 우선이고

    계획하지 않고 몸으로 뛰어드는 천성 탓이다.


    실용적이지 못하고

    때에 따라서는 엄청난 낭비와 

    시행착오를 자초하는 이 버릇의


    좋은 이면을 

    억지로 대라면

    남의 안내를 빌지 않고

    내 몸으로 속속 체험한다는 것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때 부터 

    드나든 브루클린 보태닉 가든에


    벚꽃이 정말 좋다는 소릴 들었는데



    장미화원 옆의 벚나무 고목 몇그루에 취해

    아마 이건가 보다 하고

    벚꽃 시절 내내 그 고목 등걸만 맴돌았다.



    피는 꽃들을 따라

    돋아나는 나무 잎들을 따라

    무작정 다닌 길


    벚나무들이 다 지고

    연못가의 남보라빛 붓꽃들도 마지막으로 시들고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


    우연한 발걸음으로 자패니즈 가든으로 들어섰다.







    어마나


    이런 데가 있었네.


    성긴 솔잎의 몸이 붉은 동양화 속의 소나무들

    대나무

    무엇보다도 그 많은 벚나무들

    수양버들같이 늘어진 가지들이 연못에 닿는 

    우는 벚나무(weeping Japanese cherry tree)는 또 어쩌구.


    연못 둘레를 따라 피었을 이 많은 벚꽃들을 상상해보기만 해도

    그 화사함에 아득해지는.



    다 지고 

    푸른 잎들이 왕성한  벚꽃 나무들에서

    지나 간 봄을 

    돌이켜보려는 헛수고를 해봤다.






    삼십년 만에 서울에 가서 살 때

    화들짝 놀란 일은


    오랜 만에 옛친구를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소개 받을 때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의 신상과 사람됨에 이르기 까지

    세세한 정보를 

    원치 않는데도

    귀띰받는 일이었다.


    학벌, 경제적 위치, 결혼 생활, 부부관계, 자녀들,자녀와의 관계

    외모, 성격, 장점, 단점, 겪고 있는 어려움 등등.


    아주 사적인 정보들을 

    술술 

    마치 검증되어 인쇄된 자료를 읽는 것 처럼

    일러주는 사람들의 거침없슴에

    놀랐었다.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이 어벙벙한 교포 친구에게

    사전정보를 주어 인간관계를 

    영악하고 실수하지 않게 도와주려는 배려인가 했는데



    새 사람을 만날 때 

    서로간에 이런 정보를 주변에 묻고

    얻는 것이 보통의 관례인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어떤 특별한 영리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목적이 있어 만나는 사이라면 모를까


    서로 처음 만나 

    사귀어 보라고

    또는

    몇십년 만에 처음 만나는 친구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소개하는 사람이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때로는 침이 마르는 칭찬으로 

    때로는 무자비하게 낙인 찍는 험담으로.

    만나기 전에 좌악 깔아놓는 것에

    낯이 화악 뜨거워지곤 했었다.


    무엇을 만나는 것일까


    만나는 

    너와 나는 

    과연 어떤 말로 포장되어 소개 당할까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만남에는

    알지 못하는 곳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때 처럼


    내 눈이 비쳐 낼 

    그 사람을 통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은근한 설레임이 있다.


     








    어려서 부터 그런 모험심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에 대한 

    세간의 말에 의지하기 보다는

    내가 직접 겪어보고 사귀는.



    왕따 당하거나 

    사람들이랑 잘 안 (못)어울리는 외톨이들이랑

    가까이 했는데

    대부분 오랜 친구들로 

    남아있다.




    안내서 없이 

    선입견 없이 

    계산 없는

    자유로움 때문일까?



    직접 만남은 

    많은 편견들을 무너뜨렸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에요?


    부담스럽게

    바보스럽게 다가오는 말이다.


    '직접 만나보세요'

    얼른 회피하곤 한다.







    한 사람에 대한 생각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누가 

    누구에게

    누가 어떻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무성한 여름 잎새들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연못 정자에 


    오래 동안 앉아 있었다 

    편하게 

    쉬는 마음으로.



    황홀하다는 

    봄은 노쳤어도


    괜.챦.았.다.










    철이 바뀜에

    닿는 발길에 따라


    아직도 미처 

    못 본 모습들과


    숱하게 만날 것이기에.












    이천십칠년

    칠월 중순에


    브루클린 보태닉 가든

    자패니즈 가든에서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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