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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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엄마가 되다내 이야기 2021. 3. 29. 20:59
딸이 엄마가 되었다. 산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간다는 기별을 받고 부터 내 첫 아이 낳던 그 오랜 시간의 산통이 떠 올려졌네. 제발 빨리 쉽게 낳아라... 조바심 치고 마음이 오그라들고 두 손이 모여지고 비는 마음이 되고.... 이틀에 걸쳐 하염없이 잡초를 뽑아 냈다. 처음 소식을 들은 지 스물 일곱 시간 만에 아가가 태어났네. 많이도 고생했구나. 코비드 사태로 병원 근처에도 못 가보고 퇴원 하고 며칠 후 딸이랑 딸이 낳은 아가를 만났네. 맘 (MOM), 산통이 심해졌을 때 출산하러 혼자 마굿간에 들어가던 기록영화 속의 몽고 여자를 떠 올렸어. 그렇게 통증에서 도피해 보려고 했어. 딸아 너도 그랬구나. 내가 첫 아이를 낳을 때 영화 리틀 빅맨 (Little Big Man) 중 동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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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국적을 바꾸는 것-의 의미내 이야기 2021. 1. 15. 15:12
딸 아이가 일학년 꼬맹이 였을 때다. 새벽에 일찍 깨어나 왕왕 운다. 달려가 토닥이니 꿈 속에서 미닛맨 (Minutemen)인 아빠가 랍스터 백 (Lobster Back)이랑 싸우다가 총에 맞아 죽었단다. 꿈이 아주 생생 했는지 통곡을 하며 운다. (미국 독립운동 당시 뉴잉글랜드에서는 붉은 코트를 입은 영국 군인들을 놀리는 말로 랍스터백 (Lobsterback) 이라고 불렀다. (삶은 바닷가재의 빨간 껍질을 상기시키는 군복에) 그리고 이에 식민 제국주의 영국에 저항해 싸운 민간인들로 조직, 훈련된 민병들을 일분 내에 싸울 준비가 되게 용감하게 잘 싸우고 전투 의지가 투철하다는 뜻으로 미닛맨 (minutemen)이라고 불렀다.) 꿈이라고, 아빠는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등을 다둑이면서 나는 머리를 무엇에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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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스웨타를 뜨다-옥토넛츠, 콰지 (Octonauts , Kwazii)내 이야기 2020. 11. 30. 17:28
손녀 스웨타를 짰다. 네시면 어둑해지는 밤이 길고 비 오시는 날들에. 무슨 본이 있는 게 아니고 대강 어림 짐작으로 돋보기를 끼고 설렁설렁 뜬다. 제법 옷 모양이 나오길래 손녀에게 물었다. 아무개야, 할머니가 스웨타 만들었는데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붙여줄까? 대뜸 '콰지 (KWAZII) ' 란다. 손녀가 보기만 하면 인사불성이 되는 어린이 만화영화 옥토넛츠 (Octonauts)에 나오는 수중 탐험 잠수함에서 일하는 여덟 주인공 중 고양이 캐릭터 라고. 며느리랑 아들이 침 튀기며 콰지를 소개해 준다. 나도 옥토넛츠 만화를 몇 편 보고 어떻게 표현할까 궁리하는데 남편이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이미지를 프린트 해 주며 응원 한다. 코바늘로 이리저리 떠 보며 고전 끝에 얼추 콰지 모양이 나온다. 내가 더 기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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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기 전에 보트를 사다내 이야기 2020. 9. 29. 23:44
-뉴행프셔의 새코 리버 (Saco River). White Mountain을 돌아 흐른다.- 신혼 여행 때 우리집 가훈을 뭘로 할까 했더니 '노는 데 돈 아끼지 말자' 로 하잔다. 남는 돈이 없던 시절이니 아끼느라 애 쓸 필요가 있기나 할까 싶어 그러자' 했다. * * * 카누를 샀다. 집 사기 몇 년 전에. 케임브릿지의 챠알스 리버 Charles River 그리고 뉴잉글랜드의 크고 작은 호수들에 못 이겨. 오리들이 팝콘 달라고 줄줄이 날아오며 배 옆에 와서 물을 튕기며 급 랜딩을 하던..... 살던 마을 가에 흐르던 매싸츄세쓰의 콩코드의 매리맥 리버 (Merrimack river) 써드베리 리버 (Sudbury River) ......... 물길따라 노 저으면 잘 도 가던 작은 배 꼬마들의 자글자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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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해 준 밥을 먹다.내 이야기 2020. 8. 16. 13:37
-남편이 끓인 김치 순두부, 순두부가 없어 찌개용 두부 사용, 위의 달걀말이는 밑반찬용을 활용- 더운 날 남편이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저녁밥을 한단다. 정말?!! 그럼!! 어제 남은 순두부 찌개 또 먹지 뭐. 어제 밥 맛도 없고 밥 하기도 싫다고 하니 내가 순두부 할까 하더니 망치 부인 순두부 유투브 동영상을 잠깐 본다. 쉽네! 절대 참견하지 말라며 혼자서 도깨비 처럼 뚝딱 뚝딱 순두부를 끓여냈다. 와 맛있네! 그런데 당신 웬일로 !! 심심해서 이제 부터 나도 음식 좀 해 볼라구. 나 라고 못 할 것 없지 뭐. 라면 밖에 못 끓이는 실력으로 허구한 날 밥 때 만 되면 나만 쳐다 보더니. 코비드 사태로 식당에도 전혀 안 가니 매일 먹는 그 나물에 그 국밥에 지쳤는가. 버섯이랑 김치를 더 넣어 다시 끓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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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남는 엄마들내 이야기 2020. 8. 9. 15:48
아들네가 다니러 왔다 엄마, 아빠 안심 시키려고 코비드 테스트도 하고 세 식구가 강아지도 데리고 이틀 길 먼 길을 하루에 운전해서 왔었네. * * * 집으로 되돌아 가는 아침 두 팔을 둥그렇게 위로 모으고 키쓰를 손바닥에 받아 불고 불어 보내며 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 까지 배웅을 했다. 언제나 떠나고 나면 서운하지. 서성이는 발걸음이 하릴 없이 그 동안 아침 저녁 분주히 드나들며 음식거리를 마련했던 채소 밭을 향한다. 올 여름이 추워서 호박이랑 오이는 온실에서나 겨우 몇 개 열었다. 저런! 호박이 커다란 게 또 하나 자라있네. 오이도 큼직한게 몇 개 있고. 호박전이랑 오이 무침 해서 점심 먹고 갔더라면.... 아이들 집에 돌아갈 길이 얼마나 먼데 엄마라는 사람이 지 생각만 하고 있네. 그 동안 익은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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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뜰에서-엄마를 그리다.내 이야기 2019. 7. 15. 01:14
-엄마, 올해는 라벤더 들 앞으로 메밀을 심었어요- 아침 뜰은 언제나 상긋하다 비가 오든 개이든. 어머니 돌아가시고 일주일이 일곱번 지나던 날 아침 며칠 째 밖에 나가면 쫄쫄 따라다니는 검은 아기새 한마리 텃밭 까지 따라와 기둥위에 앉아 지지배배거린다. 나도 모르게 불쑥 나온 말 '혹시 내 엄마세요?' 새가 짐짓 가만 있는다. '엄마라면 내 말 좀 들어보세요.' 호미를 쥐고 털버덕 주저앉아 줄줄 눈물처럼 터져나오던 말 '엄마 정말 그렇게 없어지실 줄 몰랐다고 내 집에 모시지 못한 것이 죽고 싶도록 후회된다고 그래도 엄마는 힘든 세상을 참 열심히 신나게 즐겁게 재미나게 사셨다고 나를 이렇게 낳아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고 엄마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런 내가 되었겠느냐고 어디론가 가셨지만 이렇게 내 주위를 맴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