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한달을 머물고 가신 뒤 늘 얹힌 것 같은 날들 편치 않은 마음에 시나 뒤적인다. 애도 시계 -김승희- 애도의 시계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 않는다시계 방향으로 돌다가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자기 맘대로 돌아간다애도의 시계에 시간은 없다콩가루도 기도를 할까콩가루가 기도를 ..
몇일 째 부연 연기에 시야가 흐리다. 북쪽으로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에서 동쪽 캐스케이드 산맥 너머에서온통 타는 산불 연기가 우리 동네 까지 불어오는 탓이다. 여보야나와서 하늘 좀 봐라 나가보니서쪽 하늘이 불 붙네. 엊그제는 나와서 저 해 좀 봐 해가 연기가 자욱한 하늘에피..
덥다 시애틀 지역은 자외선이 따갑게 살갗과 눈을 쏜다. 지난 달 다녀 온 밴푸 내셔널 파크 내의 죤스톤 캐년에 풍덩 몸 담그고 나무 가지 처럼 둥둥 떠내려 갔으면 때론 폭포 아래 탕에 쳔방져 지방져 물보라에 쌓여도 좋겠고. 협곡의 물이 빠르게 흘러간다. 옆의 바위에 길을 내서 안전한..
또 라벤다 철이 돌아왔네. 지난 해엔 우리가 집에 없어 스케치 그룹이 자기들끼리 주인 없는 들에 다녀갔다. 오늘은 스무 사람이나 왔네. 섬의 스케치 그룹 여인들. 간혹 보이던 남성들이 올해는 없다. 나탈리는 라벤다에 맞춰 리넨 블라우스에 모자까지 쓰고 포올라는 보라색 셔츠랑 신발..
오늘 토요일 장이 서는 날. 몰리가 언제나 처럼 웃으며 반긴다. 우리 큰 딸 알지? 유타로 대학간 아이. 물론, 알지. 오는 구월에 결혼해. 와 기쁜 소식이네! 둘이서 손을 맞잡고 좋아했다. 몰리는 시장에서 해 맞춰 나오는 과일, 채소, 꽃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치즈 가끔 손이 맞으면..
작년 까지만 해도 헛간 처마에 콘도미니움을 짓던 제비들이 올해는 거기도 모자라는지 본채 지붕밑 공기구멍들을 뚫고 둥지를 틀겠단다. 제비 숫자가 심장치 않아 사람을 시켜 지붕 밑에 올려보내니 둥지 틀기가 거의 다 끝난 새 둥우리를 네개나 걷우었다. 다행히 아직 알은 낳지 않았..
본격적으로 버리기'가 시작되었다. 정리의 달인인 남편이 버리는 더미에 쌓아 놓은 책들을 보았다. 집에는 별로 책이 없는 편인데 보고 나면 버리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페이지를 찢어서 보관하는 버릇 때문이다. 버리는 책, 서류 더미를 뒤적이다 보니 어마나 내가 스크랩 해놓은 그의..
병 치레로 밀렸던 봄날들을 헉헉 따라 잡기에 바쁘다. 늦어도 한참 늦었네 이웃들에 한국오이 모종을 전해주는 것이. 길고 껍질이 얇고 아삭아삭한 싱그러운 한국오이가 우리 이웃들 에겐 아주 인기다. 늦게 심어 겨우 떡잎 두장에 오이 잎이 두개 올라오는 어리고 여린 모종 몇개 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