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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가루가 된 콩들
    내 이야기 2018. 9. 5. 03:14

    엄마가 

    한달을 머물고 가신 뒤


    늘 얹힌 것 같은 날들


    편치 않은 마음에 시나 뒤적인다.











    애도 시계                   -김승희-


    애도의 시계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 않는다
    시계 방향으로 돌다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자기 맘대로 돌아간다
    애도의 시계에 시간은 없다

    콩가루도 기도를 할까
    콩가루가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콩가루가 기도를 한다면
    어떤 기도를 할까
    콩가루는 자기를 복원해달라고 기도를 할까
    콩가루가 복원될 수 있을까
    콩가루에게 어떤 기도가 가능할까

    애도의 시계는 그런 기도를 한다
    가루가루 빻아져 콩가루들은 날아갔는데
    콩가루는 콩가루의 소식을 모르고
    콩가루는 콩가루의 주소를 모르고
    콩가루는 향수를 모르고



    콩가루는 다만 바람 속의 근심으로 바람의 애도를 한다
    회오리를 타고 시시때때
    애도의 시계는 꿈에서 거꾸로 나온다






    *   *   *




    엄마가 양로호텔에서 이틀 째 주무시고 난 


    늘 아침.


    전화를 하셨다, 내게.








    완전 묶인 강아지 신세가 되었구나, 얘야. 이 일을 어쩌면 좋겠니.

    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젠

    네 엄마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냐. 잘 견디마. 하시더니...






    흐터졌던 한 통 속의

    콩들이 모여서 

    엄마를 양로호텔에 모시기로 


    주저주저

    머뭇머뭇 



    자신이 엄마를 모실 없다는 콩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고 난 후


    우린 모두 콩가루가 되었다.


    자신의 남은 날들을 안일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다시는 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콩가루들.


    이후론


    엄마를 위한 어떤 기도도

    성립되지 않는.


    엄마가 낳은 콩






    이천십팔년 구월 사일

    콩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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