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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리기
    내 이야기 2018. 6. 8. 02:24



    본격적으로


    버리기'가 시작되었다.


    정리의 달인인 남편이

    버리는 더미에 쌓아 놓은 책들을 보았다.


    집에는 별로 책이 없는 편인데

    보고 나면 버리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페이지를 찢어서 보관하는 버릇 때문이다.



    버리는 책, 서류 더미를 뒤적이다 보니

    어마나


    내가 스크랩 해놓은 

    그의 업적에 대한 신문, 잡지 기사들



    모교에서 학교를 빛낸 졸업생들

    몇 사람 중에 속한 소개 책자


    등등.



    이런 것들도 다 버리느냐고 하니

    당.연. 하단다.


    두었다 뭘하느냐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래도...


    그래도 뭐얼....?


    다 쓸데 없다고 활활 태워 버렸다.


    *  *  *


    우리 집 속에는 

    가족 사진이라곤 붙어본 적이 없다.


    두 아이가 결혼하고

    손녀가 태어나니


    손녀 사진이랑 

    두 아이 결혼 사진이 

    아주 작게 놓여있다.


    상장도

    학위도, 졸업장도 붙여본 적이 없다.


    아이들 대학 졸업 이후의 학업에는

    어떤 입,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딸 아이의 화이트가운 세레모니도 

    아들의 대학원 입학, 졸업 때 처럼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그저 우리 둘 삶을 꾸려온 모습이 그래왔다.


    실질적인 내용에 치중하고 이름에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



    과거를 파쇄기에 넣어 지워버리는 

    남편의 철저한 미래지향적 성향이다.



    버리는 것은 잊는 것이다.

    다시 돌려 반추하며 집착하고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다.


    노스탈지어, 향수

    과거를 밑천으로 

    와인처럼 향기롭게 취하는 사치스러움이 

    남편에겐 없다.



    열아홉에 만나 

    길게 살아 온 세월에

    더러 기억하고 싶은 시간들을 되돌리면

    언제 그랬느냐고 뜨아해 하는.


    에그.

    그런 순간이 많았다.



    이젠 흰머리가 빛나는 

    은퇴한 노인.


    무얼로 살아나갈 것인가.


    아침을 맞아 

    하루의 소일거리를 

    하나하나 해나가는 걸로 살아가는 사람.


    주어진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사는.



    은퇴 후는

    '상실의 계절'이라고.



    잃어버리는 것은 과거의 소유에서 비롯한다.


    과거를 소유하지 않아

    아무 것도 잃을, 

    잃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달이 참 밝다' 하면

    보름달이니까 밝지' 

    하지만



    훌훌 정리하고

    산뜻하게 앞만 보고

    가볍게 털고 일어서서

    오늘을 아끼며 사는 


     

    편안한 사람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날로 날로


    새털 같이 가벼워져야 하는 


    때에.





    캐나다 로키, 샌터니얼 패스 오르는 길.








    이천십팔년 유월 칠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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