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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이야기-요쎄미티, 금환일식, 불 지르기산, 들, 강, 바다 2023. 10. 29. 00:40
농사는 기르는 것 보다 수확, 그리고 먹는 것, 그 소비로 마무리 된다. 마지막 한 톨, 한 알 까지 새 나 노루, 승냥이 먹이로 쓰이면 한 해가 잘 마무리 되었다고 흡족하다. 포도, 사과, 배... 다 따서 이웃들과 나누느라 번거로운 날들을 보내고 그 사이 많이 자란 손자를 보려고 또 길을 떠났다. 이틀 걸려 내려 가는데 샌프란시스코 지역 에 폭염 경고 가 발생하네 가만 있어 보자, 시월 중순 이니 예전엔 이 때 쯤 돌아오는 더위를 인디언 써머 라고 이름 붙여 그러려니 하고 견디며 넘겼는데 요즘 기상 뉴스 들엔 이상 기후로 인한 위험한 열기 라고 이름 짓네. 기상 뉴스는 아주 자극적인 장면들과 언어들로 바뀌었네! 나흘 밤 묵은 아들네 집 이틀은 정말 더웠고 이틀은 정상적 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의 선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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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침농장주변이야기 2023. 9. 3. 00:55
지난 번 두 주일 집을 비웠더니 온 뜰을 까악 깍 휘젓던 가마귀 식구 여섯 마리가 종적을 감추었다. 그러더니 밤에 부엉이 들이 운다. 서너 마리 귀가 솟은 부엉이 (horned owl) 가족. 부엉이 들이 가마귀 들을 몰아냈구나. 큰 소나무 밑 에 둥지를 틀었던 부엉이 들을 낮에 가마귀 일족이 공격해 내 쫓은 게 지난 가을 이었는데. 이젠 부엌 앞 단풍 나무에 매단 소기름 을 먹으러 작은 새들도 아침 에 다시 모여 들겠지. 새 들의 세상은 내 소관이 아니다 그냥 바라본다. 지금 은 자신 들의 터 를 선언하는 부엉이 가족 의 노래 소리 적막한 밤 에 듣기 좋아라. 벌써 동쪽 창에 뜨던 해가 많이 남동쪽 으로 옮겨 갔다고 여름이 다 갔네 . 우리 집 기상 정보 담당 남편 이 말 한다. 창 으로 들어오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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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땡벌 소탕 하기농장주변이야기 2023. 8. 14. 02:44
올 여름엔 유난히도 말벌 들이 극성을 부린다 밖 에만 나가면 귓가를 붕붕 날며 위협할 정도로 많더니 급기야는 멀리서 몇 년 만에 놀러 온 친구 손 등을 쐈다. 불야불야 응급치료를 하고. 늬들 다 죽었다아~~~ * * * 예년 에는 말벌 땡벌 잡이 유리 병을 몇 개 매달아 소극적으로 없앴는데 우아 떨 일이 아니다. 때 론 하루살이 떼 처럼 몰려다니니 무섭기도 하다. 이제 까진 애플 쥬스 나 애플 싸이더 한 갤론에 설겆이 세제를 두어 방울 떨어뜨려 섞고 유리나 플라스틱 병에 구멍을 내어 잘라진 면을 안 으로 구부려 한 번 들어 간 벌이 못 나오게 하는 방법을 썼는데 유튜브를 보니 애플 쥬스에 바퀴, 개미 그 외 벌레 소탕에 쓰는 100% 붕산을 쓰란다. -대부분의 단 과일 쥬스들이 다 효과가 있는데 애플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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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농장주변이야기 2023. 7. 26. 22:28
라벤다 밭을 좋게 느끼는 것도 그 사람 마음 이 고 자신의 좋은 일 과 연결 시키는 것도 그 사람 마음 일 터이지요.^^ 십구년 전 빈 터가 이렇게 잠시 한 때를 라벤더 로 덮고 흐르네요. 백 년 도 더 전에 처음 이 땅을 일군 사람은 알파파 를 길렀다고 하고요. 그 전엔 트럭 몸 통 만한 향나무 들이 하늘을 찔렀다 고 하는군요. 엘리님 사시는 브리티시 콜럼비아 에 아직도 더러 그 큰 그루터기 들 로 남아있는 씨다 트리들 말입니다. 이젠 많이 나이가 든 라벤다 들에 남편은 다시 다 갈아 엎고 새로 어린 모종 들로 시작하자 하고요 너무 토끼 피해가 많은 포기들 은 그 동안 꾸준히 몇 십 그루 씩 새로 교체하고 있기에 아직 젊은 라벤다 들 도 제법 있어서 그냥 연륜을 즐기자고 우기고 있어요. 라벤다 를 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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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잣는 여인들-라벤더 여름 2023농장주변이야기 2023. 7. 9. 13:04
라벤더가 또 돌아왔다. 벌써 열아홉해 째 네. 어제는 우리 동네 실 잣는 여인들 을 라벤더 뜰에 초대 했다. 각자 자신들의 재료와 도구들을 가지고 온다. 우리 동네 에서 털 (솜) 뭉치와 꼬는 도구 만 있으면 그리고 어울려 만들고 싶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만든 실로 뜨개질감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집 에서 알파카 나 양들을 키워 털을 깎아 세탁 하고 빗어서 털뭉치를 만드는 회원들도 더러 있다- 모임을 이끄는 재니스는 어떤 종류의 물레도 다 쓸 수 있는 실 만들기 달인 인데 나무 로 만든 원시적인 스핀들(spindle) 을 애용 한다. 어디에서든지 손에 붙이면 실을 만들 수 있어서 라고. 비행기 속에서도 장거리 여행 중 남편이 운전 하는 중 에도. 털 뭉치를 한 손에 걸치고 조금씩 털을 뽑아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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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 쓴 시 '꽃'횡수설설 2023. 5. 30. 16:38
앤드류 랑 미셸 부부 가 놀러 왔다. 이런 날은 우리도 손톱 밑 흙도 씻어내고 허리 펴고 쉬는 날 이다. 뜰 에는 붓꽃, 아이리스가 한창 이다.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AI 로 이야기 가 옮겨 갔다. 점점 AI 로봇 에 의존하게 될 인류의 미래, 공존, 생존 여부 AI 들이 인간 의 감정을 이해, 소통, 콘트롤, 해 하게 되는 경지 .... Isaac Asimov 의 1950 년 대 발간 된 공상과학 소설 들 이 현실화 되어가는 과정 .... 등등 로봇과 인간 과의 관계 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지 하는 부분에선 목 이 움추러들기도 하면서. 오랜 만에 흥미진진하게 긴 대화를 즐겼다. -이건 무슨 돌연 변이 일까, 올해 처음 핀 검은 아이리스- 로봇이 쓴 시 좀 감상해 보겠우? 며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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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해안선 1번 도로 에서산, 들, 강, 바다 2023. 5. 13. 17:40
새로 태어 난 손자가 두 달 되었을 때 며칠 동안 잠깐 가서 안아 보았다. 이젠 넉달이 넘으니 목도 가누고 배로 엎드려 두 손을 짚고 고개도 든다. 아가 봐 주는 사람이 며칠 휴가 낸다기에 이 때 다 ! ' 우리가 봐 줄께' 하고 달려 갔다. 이틀 길 우리 동네 선착장에서 아들이 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아 까지 차로 열 서너 시간 걸리는 길 예전 같으면 하루 에도 마구 달려 갔겠지만 무리 하지 않는다. 집 에서 일 하는 며느리 랑 아들 이 아침에 아가를 넘겨주고 각 자 사무실로 들어가면, 할아버지 할머니 진자리 마른자리 갈고 젖 따뜻하게 데워 먹이고 재우고 까꿍 어르고 안고 웃고 옹알이 받아주고 재미 많이 봤다. 손주 셋을 봐 주다 보니 이젠 손 발이 제법 척척 맞는다. 조금은 굽어 보이는 등 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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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에 나섰다가 2 - 유타 주 붉은 아치 들산, 들, 강, 바다 2023. 4. 30. 14:06
내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숫자로는 말 하지 않아야지. 그냥 아주 까마득한 옛날엔 바다 밑 이었던 그래서 소금층이 두껍게 퇴적된 땅 유타. 쪼개지고 치 솟아오르고 무너지고 부셔져 바스러지고 흙 이 진토 되어 붉은 먼지 날리는 땅. 솟아오르는 중 에 표면에 퇴적된 돌들이 편편이 떨어져 부셔져 내리는 중에 생겨나고 또 무너지고 있는 아치들. -delicate arch 에 가지 않고 이번엔 아래 viewpoint 에서 올려다 보았다- 오래 전 나바호 네이션 보호지역 에 있는 기념품 가게 에서 작은 포스터 카드에 적혔던 글 * * *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봉우리가 바닷 속 가장 깊은 해구 가 되고 바닷속 에서 가장 깊은 해구가 솟아 올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된다. 하지만 그 때 난 거기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