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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대화-미국 살면서 바뀐 것 들
    카테고리 없음 2024. 2. 5. 02:25

    여덟시가 다 되도록

    아직도 밖이 컴컴한 아침

    빵 을 토스트 하고 , 사과 를 깎고, 달걀을 삶고

    커피 내리는 냄새에 부엌이 깨어 난다.

    새벽에 일어나 각 자 읽은 세상 소식 얼기설기 교환 한다.

    대화는 느리고 차분하다.

    이젠 서로의 말을 열심히 듣는다.

    귀 도 점점 어두워지니 말 하는 표정 까지 살핀다.

    말 동무

    둘 이 앉아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말 들로 아침을 이어 간다.

    ' 미국에 와서 들은 말 중에

    세 사람 이 내게 해 준 말이 아주 충격적 이었어.

    내 가 사는 태도를 바꾼 계기 들이 되었던 거야.

    뭔데?

    짐작은 가지만 혹시 하고 귀를 세운다.

    첫째는

    대학원 첫 학기 에 치룬

    유기 합성 시험지 답안 에 담당 교수 인 웰러 가

    '외워서 쓴 답 이네 !!! (You go by memory!!!) 라고 빨간 잉크로

    경고를 했던 일.

    그 때 받았던 당혹감과 수치심.

    그리고 답을 풀기 위해 스스로 생각 해 보는

    기회 가 전혀 없었던 한국 교육 을 받은 자신에 대해

    벽 에 턱 부딛힌 것 같은 한계를 느꼈었다고.

    두 번 째는

    지금도 형, 아우 처럼 연락하고 지내는

    대기업 에 이어 작은 바이오텍 컴퍼니 까지 함께 일 해 온

    브라이언 이 어느 날,

    " 너는 미국 에서 일 하고 세금 도 많이 내고 아이들도 낳아 기르면서 사는데

    왜 항상 '너희들 미국 인들 (You Americans)' 이라고 부르며

    너는 우리 밖 에 있는 거지???"

    우리 가 미국 인이 아닌, 아웃 사이더 로 살고 있는 걸 깨닫게 된 계기 로

    그 후론 '우리 미국인 들 (We Americans ) 로 생각을 바꾸고

    적극적 으로 미국 시민 으로 살게 된 일.

    맞아, 그 때 집에 와서 나 한테 브라이언 이 지적한 걸 심각하게 이야기 할 때

    나도 머리를 띠잉 하게 얻어 맞은 것 같았어.

    마지막 하나 는 뭐야?

    대 기업 에서 일 할 때

    씨니어 매니지먼트 그룹 회의 일원 으로

    초대 받아 매 주일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어느 날 수석 부사장 이얀 이 회의 끝 나고 잠깐 보자고 하더라고.

    '회사는 네 가 이 회의에 참석할 자격 이 있어 초대 하고

    의견을 내서 함께 좋은 약을 개발 하는 데 기여할 걸 기대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회의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 면서

    '네 의견을 어떤 것 이든지 서슴치 말고 내라' 하더라고.

    위, 아래 없이 참가자 들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 놓아

    회사의 중요 사안 들을 모색 하고 의결하는 회의에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라는 경고 였다고.

    한국 에서 윗 사람 들 앞에서 말을 되도록 아껴야 하는 걸 완전 부수고

    새로 태어 난 순간 이었다고.

    그래, 그 때 그런 일 들 이 있었지.

    나도 몇 번 도 더 들은 이야길

    남편이 새삼 스럽게 한다.

    나도 기억을 떠 올리며 새삼스럽게 듣늗다.

    마흔 중반에 접어드는 글 쓰는 아들은

    남편을 능동적으로 ' 동화하는 적응자 (Assimilationist)' 로 정의한 적 이 있다.

    미국 에서의 삶을 위 해서

    과감하게 자신을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것 에서.

    벌써 어언 사십여년이 훌쩍 지났네.

    바뀐 걸 까?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 이었기에 미국 시스템에 적극적 으로 적응 하고 살아 온 걸까?

    마지막 한 모금 커피 가 차지기 까지 그렁저렁 이야기 가 길어 진 아침

    밖이 밝았네.

     

    이천이십사년 이월 사일

    아침 이야기가 길어 진 아침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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