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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나는 날 비 내리는 걸 본 적이 있니 (수정)횡수설설 2021. 8. 22. 02:45
아침을 윌리 넬슨의 음악으로 깨운다. 아흔이 가까운 젊지 않은 나이에 맑은 밤하늘 은하수 배경으로 흐르는 기인 별똥별 같은 영롱한 음성의 노래들 * * * 들리느니 암울한 이야기들 드디어 소리없는 전쟁' 이라고 마음 속에 선포한다. 가까운 이웃에 사상자가 생겨나고 포위망이 점점 좁혀드는 위기감에 쌓이기에 노래를 듣는다. 좋은 노래들은 생기를 불어 넣지. * * * 섬 위 쪽의 K 몇 년 전 닫혀버린 가게를 인수해 반들반들 닦아놓더니 이젠 성황의 가게가 되었다. 저녁 해가 떨어지는 낙조가 그리도 기가 막힌 배경의 가게 안 K는 싱긋 웃으며 별 말없이 열심히 가게를 돌보는 사람이다. 어느 날 오랜 만에 먼 타국에서 찾아온다는 그의 학교 동창 부부의 방문을 앞두고 우연히 옆에서 주워들은 부부 간의 대화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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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아침산, 들, 강, 바다 2021. 8. 7. 23:23
많이 가물고 타는 여름이다 이런 해도 있지 얼마만인가 아침 새벽 말 없이 찾아 온 안개 애매모호 불분명 으로 부드럽게 모두를 감싸 안은 안개 푸근한 아침 이천이십일년 팔월 칠일 교포아줌마 eunbee2021.08.08 10:25 신고 까꿍~~~ 반가워요. 마아아니.*^^ 안개. 가을 아침이 연상되는 저 아련한... 느낌! 늘 맑고 평온하게 세월 보내고 계시죠? 반가워서 얼른^^ 인사 드려요. 답글 수정/삭제 교포아줌마2021.08.09 12:22 은비님 저도 까꿍~~~^^* 반가움에 아가 처럼 화알짝 웃습니다. 오랜 만이지요?! 서울도 불볕 더위 한참 이라지요. 하루 하루 이기다 보니 가을 기운이... 다니시는 천변 산책길 물가에 곧 피어오를 아침 안개들... 외손자 눈에 맞추느라 같이 누워 버둥거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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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농장주변이야기 2021. 6. 7. 00:24
드디어 어렵게 크리쓰랑 점심 약속을 했다. 뭐 해? 먹고 있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지. 토요일 아침 늦으막하게 느긋이 브런치 하자고. 뭘 먹으면 안되는지 물었다. 쇠라도 녹이는 위장을 가졌다고 자랑하던 게 불과 이삼년 전인데 일년 반 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제 투여와 수술 그리고 또 항암제 투여 후 잠시 쉬고 있는 중 기름기를 피하고 생 야채는 소화가 어렵고 맵거나 자극적인 것 딱딱한 것을 피하고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는단다. 그거 나이 든 사람들 다 먹는 거 아냐? 그렇지 한 동안 우리 집 식사 때 마다 단골 손님이었던 크리스 먹어 본 것 중 뭐 먹고 싶은 것 있느냐 함께 꼽아 봤다. 소바, 죽, 우동.... 아침 부터 비가 흩뿌리고 하늘이 내려 앉는다. 해가 가리니 춥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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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알 데이 즈음에-2021년 오월 말(추가)농장주변이야기 2021. 5. 26. 23:17
골드 체인 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메모리얼 데이가 가까와 오는 걸 안다. 나라를 위해 전사한 사람들을 기리는 날 오늘이 오월 이십육일 수요일 이니 오월 마지막 월요일 까진 닷새 남았다. 독립 전쟁 인디언들과의 무수한 전쟁 남북 전쟁 멕시코 전쟁 세계 대전 1, 2 한국 전 월남전 아프가니스탄 ......... 나라를 위해' 라는 이름 아래 죽어 간 펄펄하게 살아있던 젊은이들...... 맞 싸운 적군의 무수한 젊음들도 죽었다. 아무리 미화하고 영웅시 해도 죽은 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추가) 주말에 동네 그로서리에 갔더니 입구에서 구십세가 넘으신 해병대 베테란 할아버지 두 분이 작은 성조기와 장미를 건네며 '제발 죽은 사람들을 잊지 말아달라' 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이 분들의 죽어 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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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오월 중순에 들어서며-산, 들, 강, 바다 2021. 5. 16. 03:17
밥 먹 듯 또 숲에 들어섰다. 진분홍 빛도 고운 쌔몬 베리 (salmon Berry) 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네. 곧 연어 알 처럼 주황색으로 탱글탱글 익어 가겠다. 거의 내 키 만한 고사리가 손바닥을 살살 펴 보이고 있네. 예전엔 입맛 다셔지던 나물로 보이던 것 들 인데 한 해 살이 짙은 그늘에서 살아 갈 어린 아가로 대견해 보이네. 이른 봄 다른 풀들 나오기 전에 노랗게 피어 습지를 채우던 스컹크 캐비지 (skunk cabbage) 꽃 들이 지나가고 벌써 커다란 배추 겉 잎 대여섯 배는 되게 커졌네. 먹음직하게 보이는 이 잎사귀들을 만지거나 입에 대면 독성이 있고 냄새가 독하게 풍겨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깻잎 같이 생겨 반가운 마음에 손 대었다간 쐐기에 물린 것 같이 사흘 퉁퉁 살이 부어오르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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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반도의 레인 포레스트산, 들, 강, 바다 2021. 5. 5. 00:51
사월에도 춘설이 난분분한 날 동편 캐스캐이드 산들엔 하얀 눈이 산봉우리, 골짜기, 좀 높은 들판까지 쌓여 있으니 캐스캐이드 산맥에 눈이 녹아 길을 내 주는 유월 말이나 칠월 까진 태평양 바닷가에 있어 얼지 않는 올림픽 페닌슐러의 레인 포레스트로 산행을 간다. 비 비 비.... 말 그대로 가을, 겨울, 봄 줄창, 무진장 내리는 비 우기 동안 사람 키 만큼 온다. 일년 간 4 피트 어떤 해엔 5 피트도 넘고 우량계 속에 머문다면 내 키를 넘어 코에 물 들어 가겠다. 퀴놀트 레인 포레스트 에 있는 퀴놀트 랏지 (Quinault Lodge), 가운데 굴뚝 겉에 독수리 모양의 강우량계 표시의 크기를 보면 그 수량을 가늠할 수있다. 끊이지 않는 콸콸 물소리가 바람소리, 새소리 모두 삼키고 깊은 숲의 심장 박동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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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다구경하기 2021. 5. 2. 01:07
영화가 끝나고 나면 '떠난 사람들 에게 바친다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 라는 자막이 뜬다. 이 마지막 스크린 에서 비로소 눈물이 풍풍 솟구쳤다. 완전한 카타르시스 였다. 황량한 미국 서부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길에서 사는 사람들의 다큐먼타리 같은 영화. 가슴을 멍하게 하는 사연들, 장면... 무엇 보다도 빈 들에서 빈 몸으로 사는 사람들 간의 절실한 반짝이는 별 같이 영롱한 대사들로 한 순간의 지루함이 없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홈(Home), 그건 단어일까? 아니면 우리 속에 항상 갖고 다니는 것일까?' '우리 엄마가 당신이 홈리스라고 하던데요? 정말이예요? 아니. 나는 홈리스가 아냐. 집이 없지. 같은 뜻이 아니쟎니? '나는 네가 겪은 걸 상상할 수도 없어. 남편을 잃고, 친구들과 살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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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엄마가 되다내 이야기 2021. 3. 29. 20:59
딸이 엄마가 되었다. 산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간다는 기별을 받고 부터 내 첫 아이 낳던 그 오랜 시간의 산통이 떠 올려졌네. 제발 빨리 쉽게 낳아라... 조바심 치고 마음이 오그라들고 두 손이 모여지고 비는 마음이 되고.... 이틀에 걸쳐 하염없이 잡초를 뽑아 냈다. 처음 소식을 들은 지 스물 일곱 시간 만에 아가가 태어났네. 많이도 고생했구나. 코비드 사태로 병원 근처에도 못 가보고 퇴원 하고 며칠 후 딸이랑 딸이 낳은 아가를 만났네. 맘 (MOM), 산통이 심해졌을 때 출산하러 혼자 마굿간에 들어가던 기록영화 속의 몽고 여자를 떠 올렸어. 그렇게 통증에서 도피해 보려고 했어. 딸아 너도 그랬구나. 내가 첫 아이를 낳을 때 영화 리틀 빅맨 (Little Big Man) 중 동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