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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이 집 비운 사이에
    농장주변이야기 2009. 2. 3. 05:03

    크리스네 갔더니 어디갔는지 동물들만 집에 있습니다.

     

    이 친구는 어디 멀리 못갑니다.

    먹이 줄 식구들이 줄줄이 크리스네 부부만 쳐다보고 있으니요.

     

    수의사인 크리스는 동네에서 주인이 못기르게 된 동물들을 구제해 기르다보니

    하나 둘 모여 어느 덧 뜰이 버글거리는 동물원 같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도 밥 값하는 건 이 염소들인데 주인을 알아봐서 누가 오면

    매애애애~ 하고 신호를 합니다.

     

    로헬리오네 갓난아가가 우유를 소화 못 시켜서

    크리스가 염소젖을 짜서 먹였습니다.

    이제는 네살 되어 이번에 여동생을 본 리틀 죠니가

    폴폴 뛰어노는 걸 볼때마다 크리스는 그 때 이야길 하곤 합니다.

     

     

     

     

     

     

    Chris_Farm_6.jpg

     

     

     

     

    아래의 사진은

    아프리카산 염소라는데 귀가 없는게 특징이랍니다.

    나는 이 염소 옆에 가면 귀구멍을 찾아 거기다대고 매애 매애~ 해봅니다.

     

    귓바퀴가 없는 게 안쓰러워서요.

     

    고정관념에서,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유치한 발상이지요.

     

    염소가 시끄러워 못견뎌합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러면서 사진도 안찍히려 합니다. 

     

     

     

    Chris_farm_8.jpg

     

     

     

    크리스네 숲엔 커단 향나무들이 빽빽합니다.

     

    하얗게 벗겨진 부분은 라마들이 껍질을 벗겨 먹어서 그럽니다.

     

    라마들은 나무토막들도 먹는데 우리집 포도덩쿨 전지하고 남은 덩쿨들은 얘네들 먹입니다.

     

    뭐든지 먹어치워서 집 문짝도 갉아먹으니 주인이 없을 땐 뒤꼍에 있는 울에 가두고 갑니다.

     

    지난 번 기름값이 크게 올랐을 때 크리스네는 미래의 에너지 고갈에 준비한다고

    땔감용 나무들을 아주 많이 심었습니다.

     

     

     

    Chris_farm_9.jpg

     

     

     

    공작이 일곱 여덟 마리 와서 사는데 그 수가 점점 많아져서 사료가 많이 든다고 엄살입니다.

     

    우리 라벤다 밭에도 지난 가을 공작 병아리들이 오로록 여나문 마리 모여 있어서

    신나라 했는데 코요데나 까마귀들이 채갔는지 암만 뒤져도 다 사라졌습니다.

     

    크리스네는 동물 우리들도 있고 큰나무도 있어서 안전하게 느끼고 아침 저녁 뿌려놓는 닭사료 때문에

    공작들이 무리지어 머무는 것 같습니다.

     

    공작들은 우리에 들어 가 있고

    닭들은 우리에서 튀어나와 알통 백이게 막 뛰어 다녀서 

    스트레스 없이 낳은 건강한 알들은 코요데가 몰래 와서

    보물 찾기 해갑니다.

     

    새들은 아무래도 수컷이 잘 생겼는데

    암컷들이 새끼를 돌보는 종류일 수록 더 그렇다네요.

     

    요즘 꽃남들이 인기있는 걸 보면

    여성들의 경제력이 세어지고 있는 증거 같습니다.

     

    dec__2008_315.jpg

     <왼쪽 암컷 공작새 오른쪽에 수컷 공작새 둘. 야생으로 현재는 크리스네 집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blackgoat_dwarf[1].JPG

     

    흑염소인데 난장이 종류로 작습니다.

    불황에다 사료값이 비싸져서 너도 나도 동물들을 이웃에 넘기려하는 중에 인기가 덜한 넘들입니다.

     

     

     

    동네에 여기저기 적지 않은 수로 널려져있는데

    어떤 한국 친구들은 눈에 뜨일때 마다 흑염소탕 어쩌구 하면서 입맛을 많이 다십니다.

     

    샌디애고 대형 수족관속의 도미들을 보고

    맛있겠다 던 일본인 관광객들도 생각납니다.

     

     

    하긴 식탁 아래서 뭐 남기는거 없나 하고 눈빠지게 기다리는 우리 강아지보고

    '된장 바르고 싶다'던 방문객도 있었네요.

     

     

     

    스테이크를 즐겨먹는 중서부 미국인들은

    들에 앵거스(angus) 소들이 놀고 있으면 

    저 소들은 특히 고기가 맜있다고 하구요.

     

    참 사람마다 같은 사룸을 보는 눈이 다 다릅니다.

     

     

    어느날

    에너지원이 고갈되고 농축수산물의 장거리 유통이 어려워지면

    크리스네 동물들을 보는 

    내 눈도 달라지겠지요.

     

     

    크리스가 아무래도 좀 멀리 간 거 같습니다.

     

     

    집에 오니 크리스가 기다리다 간다고 쪽지를 남겨놓고 갔네요.

     

     

     

    Barn[1].JPG

     

     

     

     

    이천구년 이월 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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