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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벤다가 준 것-글로리아 스타이넴과의 만남
    농장주변이야기 2009. 8. 4. 05:42

    친구 아들 결혼식 참석으로 몇일 집을 비웠다.


    돌아오니 현관 댓돌 위에 씨디가 하나 놓여있다.


    Holly Near의 Show Up 이란 씨디다.


    없는 사이에 글로리아가 다녀갔네.


    지난 번 글로리아(Gloria Steinem)와 함께 라벤다 들에 왔던 가수의 씨디다.




    글로리아는 라벤다뜰에 가끔 저녁이면 찾아온다.

    후배 여성 작가들과 함께, 또는 혼자서.



    지난 번엔 오랜 친구로 보이는 할리를 데려와서 한참 머물다 갔다.


    글로리아가 나보고 할리를 아느냔다.

    모른다고 했더니 할리가 약간 망서리다가 자신은 말하자면 짚시 가수라고 했다.


    글로리아 말이 할리의 노래들은 아주 유명하단다.

    인터넽에서 찾아보겠다고 하니 다음번에 올 때 씨디하나 가져오겠다고 했었다.

    내 담담 맹숭한 표정이 미심쩍었는지 

    아니면 자신 처럼 유명한 가수도 모르는 이 아시안 여인이 뭘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글로리아에 대해선 물론 알지? 조심스레 묻는다.


    간단하게 Yes라고 대답했다.


    속으론 Of Course 라고 했지만.


    지난 여름 처음 뜰에 온 이후, 그녀에 대해

    알게 된 많은 사연들이 밀려와 잠깐 분주한 마음이 되었다.


    밭에선 늘 뜰을 가꾸는 사람과 뜰을 찾아오는 사람의 편안함으로 만나곤하는데....


    곧 진정하고 짐짓 평소의 얼굴로 되돌렸다.


    내가 만나는 글로리아는 유명한 여성해방운동가가 아닌

    조용히 라벤다에 취하는 사람이다.


    *   *   *


    shasta_daisy_and_lavender[2].jpg




    라벤다 뜰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꽃을 보러 향기를 맡으러 온다.


    나는 되도록이면 누구에게라도 몸을  작게하고 목소리를 죽이고 꽃들을 내세운다.


    요즘처럼 라벤다밭이 색과 향기에서 극치에 달할 때는 더욱 나서지 말 일이다.


    사람들은 각각 같은 라벤다에서 다른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같은 사물을 받아들이는 촉수가 개인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취해서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앨러지에 눈물을 흘린다.


    같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켜는 연주가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듯.


    각 개인이 무슨 색으로 보는지 무슨 냄새를 맡고 그것이 기억 속의 무엇과 연결되어

    어떤 반응을 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모든 감상이 그렇듯 아주 개인적이다.




    *   *    *


    어느 날  저녁에

    글로리아는 저녁의 라벤다뜰을


    마술 담요(Magic blanket)라고 표현했다.


    그녀가 그렇게 표현을 할 때 그 얼굴에 물결처럼 번져나가던

    편안함과 함께 내 기억에 그 말을 문신해두었다.


    칠십 중반의 그녀를 아직도 아름답다고 표현하면 이상하겠지만

    나는 글로리아를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무채색의 헐렁하고 눈에 안뜨이는 옷을 걸치고

    이젠 편안하게 그레이가 된 머리카락을 자연스레 헝클고

    눈과 코를 열어 꽃들을 받아들이는 그녀는 조용하다.




    젊은 작가들이 그들의 재능인 온갖 언어로 라벤다들을 언어로 바쁘게 바꿀때

    그녀는 그냥 말을 아끼고 그들의 말을 열심히 듣는다.


    처음 그녀가 내 뜰에 왔을 때 나는 그녀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그러나 강한 눈빛에서 느껴지던 예사롭지 않은 에너지에 흠칫 놀랐었다.


    살다보니 작가들은 참 깊은 눈을 가졌고 눈빛이 맑고 빛을 발한다.


    나이가 들어도 눈빛은 흐려지지 않는게 작가들이다.


    언어 이전 그리고 언어 이후, 언어 부재의 소통이


    눈빛인 것을.....


    작가들은 남다른 소통의 본능을 타고 태어나는 것 같다.


    라벤다 덕분에 글로리아 같은 독특한 개성이 우연으로 내 뜰을 찾다니...


    가끔 매력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라벤다가 거져 가져다주는 행운이다.


    그녀는 데리고 오는 일행들에게 나를 여름 동안의 좋은 이웃이라고 소개한다.


    여름날들을 이웃의 향나무로 만든

    작은 오두막에 머물기에.


    *   *   *


    여성의 평등한 권리와 지위, 처우 향상을 위해 일생을 걸어 온 글로리아는

    Ms 매거진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오십년대의 Betty Freedan 이후 그녀는

    두번째 거대한 여성해방운동물결의 지도자로 불리운다.



    지난 여름 기금 모음을 위한 이웃 기관의 가든 런치에서

    여성들에게 좋은 사회 건설을 위해 공헌한 인물로  소개하자 그녀는


    '지금이 과연 여성들에게 더 좋은 사회가 되었는가' 라는 물음을 첫마디로 던지며

    그녀 특유의 유우머러스하고 날카로운 지성으로 뭉쳐진

    스피치를 시작했었다.


    그녀의 말이 튀고 타오르는 불꽃임을 나는 그때 알았다.


    과거 반세기 동안 수많은 억압받는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   *   *


    그녀의 유명한 말들을 몇개 올려본다.


    참고로 아래의 말들은 그녀의 유명한 말들 중의 일부로

    나의 신념과는 무관함을 적어둔다. 


    (나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믿고 생활 속에 실천하고 싶은

    평범한 휴머니스트 쪽이고 싶다.아마도 글로리아도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스트일 것이다. 아직은 지구상에 팽배한 남성위주의 사회가 남녀완전평등사회로 전환하고 나면. 요즘 그녀의 관심은 보다 넓은 인간평등에 있는 걸 본다)


    글로리아의 말 중 어떤 것은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치고 싶은 것도

    있다.


    나이따라 그녀의 생각도 진화해왔슴을 염두에 두고

    거리를 두어 여유롭게 읽어보고 번역해봤다.




    http://www.culturebuster.com/images/gloria_steinem.jpg






    http://onemoreoption.files.wordpress.com/2007/07/gloria-steinem.jpg






    http://seattletimes.nwsource.com/ABPub/2009/07/09/2009437334.jpg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빌렸습니다.-


    글로리아 스타이넴의 명언들


    * 이제까지 인간 역사상의 어떤 지침서나 안내가 전혀 없이 자신들이 다칠 수 있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모험을 한 용감한 여성들을 만났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 우리들 남성이나 여성들에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안 배우는 것이 아니고

      못배운 것이다.


    * 구두가 안맞으면 발을 바꿔야만 할까?


    *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그러나 우선은 너를 핏대나게 하리라.


    * 다스리는 기관의 어떠한 권위라도 시민의 살갗에 닿으면 우선 무조건 멈춰야한다.


    *상상의 도약이나 꿈이 없이는 우리는 가능성의 그 멋진 흥분감을 잃게 된다.

     꿈을 꾼다는 것은 말하자면, 계획을 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여성 홀몬이 가장 낮아지는 매 월경주기 초에

    덜 합리적이 되고 감정적이 된다고 한다면,

    그 몇일 동안의 여성들의 행동을

    남성들은 한달 동안 죽 그렇게 행동한다고 말하다면

    과연 틀린 말일까?



    * 법과 정의는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럴 경우, 법을 우선 폐기하는 것이 변화를 위한 시도의 첫 걸음이다.


    * 대부분의 여성 잡지는 단순히 여성들을 더 믾이 소비하고 더 순한 소비자가 되게

      틀에 집어 넣는다.


    * 여성에게 있어서... 브라와 팬티, 수영복들, 그리고 판에 박힌 의상들은 상업적이고 이상화된 여성들의 이미지를 상기시켜주는 것들로 우리 여성들의 현실적이고 다양한 체형에 맞지 않는다. 이런 시각적인 보기들이 없이, 각각의 여성 개인들은 자신들의 몸을 받아들이는 옷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어디에 끼고, 속하게 되는 걸 중단해야한다.

    그러면 각자가 고유한 개성을 지니게 된다.


    *우리 사회는 딸들을 아들들 처럼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의 아들들을 딸들처럼  기르는 용기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나는 구속된 상태에선 자식을 잘 낳지 못한다.

    *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정복하는 것보다 더 찬양할만한 일이며, 자기 방어 보다 더  멋진 일이며, 그 용기에 있어서는 정복이나 자기 방어만큼 용감한 것이다.


    * 문제는 내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할때, 내게 다가와서

     ' 어떡하면 커리어와 가정 생활을 함께 묶어 잘해나갈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젊은 남성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 어떤이가 내게 여성들은 남성들만큼 도박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여성들은 남성들만큼 돈이 많지 않아서라고 상식적인 대답을 했다.

      그건 사실이었지만 완성되지 않은 대답이다. 사실, 여성들의 도박하고픈

      본능은 결혼을 하는 것으로 만족된다.(결혼처럼 큰 도박이 있을까^^)





    <툴레인 유니버시티에서의 글로리아, 최근의 모습이다.>





     


    <<알아보니 할리 니어는 '저항의 가수라는 닉네임이 붙은 액티비스트 가수다.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제목은 Gentle Angry People이다> >




    이천구년 팔월 사일

    동떨어진 주제로 남이 듣던 말던


    일상을 주절 거린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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