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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벤다가 가져다 주는 것들-꿀장수 부부 이야기
    농장주변이야기 2009. 8. 14. 14:05

    라벤다 밭엔 꿀벌이 웅웅하는 소리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누구나 꿀벌통 놓으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픽 웃는다.

    재작년에 벌 치는 부부가 찾아왔다.
    라벤다 꿀은 향기로와서 아주 좋단다.
    바로 밭 옆에다 놓으면 벌들이 이동하는데 쓰이는 시간이랑
    꿀을 절약할 수 있어서 많은 꿀을 모을 수 있다고.
    꽃이 지는 시즌까지 꿀벌통을 놓게해주면 꿀의 반은 준다며 애원하다시피 했다.

    어차피 야생벌들이 와서 살다시피하는데 어쩌랴싶어 허락했다.

    꿀벌통 다섯개가 꽃피는 동안 밭가운데 상주했고 바쁜 꿀벌들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입맛을 다셨는데....

    드뎌 두달이 지나 라벤다꽃도 져가고 꿀벌통을 가져가는 날이 왔다.

    해가 지고 마지막 벌들까지 벌통속으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잉그릿드라는 이름의 벌꿀통 주인 아내가 내 앞에 있던 벌통을 열어 
    성급히 맨 위의 꿀판을 빼본다.

    꿀이 꽉 찼다. 입이 확 벌어지며 만족해한다.

    저쪽에서 꿀통을 점검하던 낲편이 막 뛰어오며 소릴 지른다.
    당장 집어넣으라고.
    아주 화 난 얼굴을 한다.

    아내가 합세해 
    갑자기 더 화난 얼굴을 하면서 픽 엎 트럭에 꿀벌 통 다섯개를 다 싣고 나더니



    너네 말벌들이 우리 꿀벌들을 너무 많이 죽여서 손해가 많다며
    더 심각하게 화난 얼굴을 한다.

    ?@?@@@@@@@

    그리곤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갔다.

    어안이 벙벙했던 바보 부부
    서로 마주보고 순간 마구 웃었다.

    너네 말벌?
    맞아 우리 호적에 올려 기른 성씨가 같은 말벌들이 얼마나 많았더라?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우리집 말벌 이야기는 한동안 우리 부부의 심심풀이 웃음거리였다.

    여보 그래서 꿀통 놓고 갈때랑 꿀통 가지고 갈때 맘이 다르쟎아

    글쎄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맘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생각나는데...

    아 그랬었나?


    올해 초 크리스가 어떤 꿀치는 부부가 있는데 우리 라벤다 밭에 벌통 가져다 놓고
    싶다고 묻는다고..

    그래 그 여자 이름이 뭔데?

    잉그리드.

    푸핫!  그 꿀벌 부모들한테 아직 우리집 말 벌 애들이 너무 많다고 전해줘.


    라벤다 주변엔 가끔 이런 일들도 심심챦게 일어난다.


    이천구년 팔월 십사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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