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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 내리는 밤에
    농장주변이야기 2008. 12. 22. 01:01


     

     

    폭설 경보가 내렸습니다.

     

    큰 눈이 오고나면 칠십년만의 추위가 온답니다.

     

    그로서리에서 양식이랑 초, 손전등을 사는 사람들의 초조한 눈빛들

     

    살아남겠다는 견디겠다는 번득이는 의지들을 보았습니다.

     

    어려울 때 위기에 살아있는 것들은 삶의 의지가 극치에 달합니다.

     

    어려움도 겨울처럼 꼭 필요한 삶의 일부지요.

     

    몸을 작게 웅크리고 겨울잠 자는 모습으로 견뎌내겠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네에 몇 안되는 상점 중에 몇이 문을 닫았답니다.

     

    불황을 견디다 못해서요.

     

    그나마 남아있는 상점들은 크리스마스 마지막 샤핑 대목을 바라봤는데

    이 눈보라에, 혹한에 얼어붙은 발길들을 어쩝니까

     

     

    크리스네는 창문을 다 떼고 이중창으로 가는 중에 목수가 눈속에 갇혀 못오게 되니

    비닐로 판자로 막고 추위와 눈에 대처하고 있답니다.

     

    언제나 건너오라고 했습니다.

    누룽지탕 이랑 따뜻한 침실이랑 준비해놓는다구요.

     

    크리스네 집이 한참 언덕 위에 있어서 커단 포드 트럭이 한번 내려는 오는데 다시 올라갈 일이 걱정입니다.

     

    적십자 비상시 응급 구조자원봉사자인데 구십퍼센트 언제나 출발할 마음의 준비를 해놓으란 연락을 받았다는데

     

    세상에 눈 때문에 꼼짝할 수도 없으니 마음만 준비되어서 무슨 소용이 있냐며

    히히히히 그녀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으로 이 겨울의 긴장을 확 풀어버립니다.

     

    눈이 쉴 새 없이 내립니다.

     

    토끼들이 어제밤엔 밤새 집 기초 가까이의 수목들 밑에 언땅을 파고 굴들을 만드느라 버스럭 거렸습니다.

     

    안하던 짓들을 하는 걸 보니 아마도 추위가 오래 가려나 봅니다.

     

    구멍들을 메워버리려다가 그냥 두었습니다.

     

    짐승들이지만 이 추운데 애들 데리고 어디 갈까하구요.

     

    먹을 게 없어지는지 정원의 단껍질을 가진 수목들의 밑둥들을 갉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내년 봄에 돌아오지 않을 수목들이 꽤 될것 같습니다.

     

    가마귀들은 배가 부른지

    할리 베리들이 아직도 빨갛게 남아서 무채색의 겨울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예년이면 벌써 가마귀가 다 따먹었을 붉은 베리들이 나무들에 화려하게 달려있어 눈을 호사시킵니다.

     

     



     

     

                                                                           -늦익어 버려둔 사과가 있는 이웃 풍경-

     

     

     

    올해는 포도주 안담기로 결정한게 나았습니다.

     

    추운 여름으로 포도들이 늦게 익어서 그냥 가마귀들 다 주었습니다.

     

    부지런한 캐런네는 십퍼센트 따고 나머지는 아이스와인 만든다고 설탕을 졸이다가

    어느 날 가마귀들이 몽땅 수확해 버렸다네요.

     

    올해 울 동네 와인 만든 집이 거의 없습니다.

     

    블랙베리도 시어서 안담궜습니다.

     

    두 사람 다 술 못마시니 큰일은 아니지만 내년 여름 라벤다 철에 찾아올 친구들에겐

    아껴뒀던 재작년 와인들을  내야할 것 같습니다.

     

    따앙 땅

    크리스마스에 오리를 구우려는지 오리잡는 총 소리가 추운 겨울 공기를 가릅니다.

    오리처럼 털로 무장하고 습지에 쭈구리고 앉아 총을 쏘아 댈 사냥꾼들의 진지함이 전해옵니다.

     

    오리는 뒤에서 쏠 수 없습니다.

    새끼들을 데리고 있는 오리는 쏘면 안됩니다.

    물에 앉아있는 오리는 반드시 날아갈 기회를 주어 공중에서 쏘아야합니다.

     

    오리 사냥꾼들이 지켜야 할 규칙들입니다.

     

    울아들이 어느 해 오리 튀김을 해준다고 튀김냄비를 먼저 사고 추위에 몇밤 떨고는

    한마리도 못잡았습니다.

     

    마음이 여려서 방아쇠를 못당긴 걸 엄마는 압니다.

    연어를 잡아서는 금방 머리를 딱 때려 고통을 그쳐주어야하는데

    조막만한 돌맹이로 이마에 콩콩 굴밤만 먹이던 아입니다.

     

    딸아인 쉽게 해내는 일인데요.

     

    아들은 오리보다도 슾지의 찬 밤공기, 별을 보느라 오리사냥을 간다고 핑게댄 거겠지요..

     

    오늘밤엔 아이들이 따뜻하게 자는지 궁금합니다.

     

     

     

    눈은 어쩌면 이다지도 많이 내리는지요.

    벌써 무릅까지 빠지게 내리고 앞으로도 몇시간이 더 지나야 폭풍이 지나가는데요.

     

    이 눈발이 끝나고 나면 영하 십오도의 칼바람이 칠팔십 킬로의 속도로 몇일 분다네요.

     

    라벤다들은 눈 속에 완전히 덮였습니다.

     

    곱게 포근하게 덮으시는 손길

     

    눈은 내리고 삶에 대한 경외와 경이로움에

     

    밝아오는 새날이 기대로 벅차는

     

    새벽입니다.

     

     

     

     


     

     

     

    이천팔년 십이월 이십일일

     

    교포아줌마

     

     

     

     

     

     

     

     

     



    배경음악은 utube에서 빌린 Rossini의Variations on a Theme 으로 첼리스트 장하나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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