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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아침지난 글 들 2009. 6. 12. 14:27
수요일 아침
재키가 또 왔습니다.
어제 오후엔 페인팅을 계속하면서 음악에 맞춰 간간히 요가댄스를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또 분주해지고 저녁짓고
자상한 남편 마이클이랑 불안함을 서로 달랬다구요.
둘이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의 불안감을 극복할 플랜을 물었습니다.
청소하고, 나무하나 또 심고(그녀의 정원엔 민들레 한 포기도 없이 말끔합니다.)
잡초 좀 뽑고 점심 먹고 나서 열두시 반에 둘째 아들 클래스에서
학교 현장 학습 가는데 샤프론으로 따라 갔다 온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쿠키 굽고 저녁하고 저녁 먹고 아이들이랑 남편이랑
인터넽으로 테니스 치고 목욕하고 잔답니다.
하루가 꽉 찼네. 걱정은 짬짬이 하면 되겠네.
둘이서 웃었습니다. 아직도 석연치 않은 근심을 봅니다.
현관에 손님용으로 놓아 둔 울 남편이 호텔에서 가져온 슬립퍼에 관심을 보이기에
하나 가져가라 했습니다.
감촉이 좋다고 얼굴이 잠시 밝아집니다.
목요일
늦은 오후 부터 그녀에게서 전화나 이메일이 오나 계속 체크합니다.
무소식
결과가 좋지 않았나? 아냐 무소식이 희소식이야,
마이클이랑 축하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으며 축하 무드일거야.
밤 아홉시 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전화를 걸려다 내일 아침까지 참습니다.
금요일 아침
일찌기 이메일을 여니 무소식이 희소식 맞았네요.
특별히 걱정할 일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과 함께 지난 며칠간 얼마나 무서웠고
온갖 상상을 다했다는 이야기며 지금 얼마나 기쁜지를 들뜬 기분으로
보내왔습니다.
Yeah!
축하한다.
나도 지난 해 비슷한 경우를 치뤄서 그녀의 지난 며칠 간의
마음의 행로를 너무나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생은 그리도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임을요.
며칠간 죽음의 언저리를 가깝게 느끼다가
곧 다시 생에 집착하는 재키를 봅니다.
슬립퍼가 너무 맘에 든다구요.
생의 자그마한 기쁨들이라며 고맙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징입니다.
나머지 한켤레도 주었습니다.
그녀의 안도의 기쁨에 보태는 아주 작은 기쁨이지요.
오늘도 잘 살자고 둘이 주먹을 맞대어 화이팅 했습니다.
재키를 위해 같이 기도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재키가 새로 칠한 차고와 정원 의자들. >
이천 구년 유월 십이일 금요일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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