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머니날 주간엔 쌘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들과 뉴욕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갔었다. 아들이 일하는 낮 시간엔 시내를 어슬렁거리기로 되어있는데 모던 아트 뮤지엄에 가 보란다.
나의 미술관행은 이렇게 예외없이 짜투리 시간이나 하릴없는 시간들을 메꾸는 것으로 터덜터덜 무심하게 시작한다.
안내 데스크에서 모더니즘을 강의하는 투어가 방금 떠났으니 바삐 올라가면 따라 잡을 수 있을 거라한다.
체계적인 지식은 없이 유럽 일색의 유명한, 그래서 너무나 널려있어 그동안 익히 보아 온 그림들이라 시큰둥 그러마했다.
투어 가이드는 두 개의 여인들의 초상을 비교하며 모더니즘의 시작을 설명하고 있었다. 작가가 기존의 남자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롭게 모델인 여인의 공간과 개성을 살려줬다는 면에서 전통에 대한 파격으로 모더니즘의 시작 어쩌구 저쩌구 한다.
선천적으로 그룹 기피증 장애가 있는지라 듣는둥 마는둥 하다 혼자 빠져나와 전시장에 덜렁 놓인, 미술관에서 관객을 우롱한다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고물 양변기도 흘낏 보고 앤드류 워홀의 소녀시절 리즈 테일러 모습이 코카콜라병처럼 연쇄적으로 찍힌 Silk (은막)도 바삐 지나고
인도 작가의 공중에 매단 설치 미술도 보고(인도와 중국에 돈이 생기니 이 두 나라 작가의 작품들을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 빈번하게 비중을 두어 전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심심하게 공치는 기분으로 또 계단을 올랐다.
거기서 아주 새로운 것을 만났다.
특별전으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온통 흑백 뿐이다.
윌리엄 켄트릳지(William Kentridge)
처음 들어보는 작가로 남아공화국 출신인데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하나란다.
숯으로 쓱쓱 그렸다 지웠다하는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과 실물을 섞어 영상 사진으로 찍어서 화면에 비쳐내는 작품들에 햐 하고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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