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새긴 그림, 암각화, 페트러글리프(Petroglyph)-
아래에 게재된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빌렸습니다.
바위에 새긴 그림은 우리 인류가 스쳐가고 살아 온
지구 곳곳에 널려있다.
발견되는 장소들의 거리에 관계 없이
원시의 단순화된 모양들의 닮은 모습에
이들을 여행길에서 만날 때마다
마치 나의 조상이 그린 것으로 조상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바위에 그린 암벽화와는 달리 바위에 새겨서 암각화로 구분되는데
그 목적과 그림의 해석에 있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분분하니
까마득한 선사 시대의 생활을 요즘 생활에 익숙한 우리가 추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 크기와 새겨진 장소도 다양해서 그 목적이 점성의 표시, 종교 의식을 위한
제전, 주술적 목적, 개인이나 부족의 단순한 역사, 기록등으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말, 소, 새, 개등 짐승들과 전갈같은 벌레들
무사, 춤추는 사람들, 여자, 남자등이
해, 달, 물, 나무들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엔
쉽게 연결이 되어 원시의 시간으로 성큼 닥아갈 수 있다.
군무하는 그림 앞에선 우리네 보름날의 강강수월래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원형의 단순함은 그렇게 시공을 초월해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진흙이 붉어 유난히 하늘이 파란 유타나 아리조나 뉴멕시코주에 가면
곳곳에 풍부하게 암각화들과 만나게 된다.
이 지역의 돌들이 모래로 뭉쳐진 사암이라서
그림을 새기는데 쉬운 이유도 한 몫을 했으리라
푸에블로, 호피, 나바호등 인디언 부족들이 바위에 새긴 형상들 중에
피리를 부는 낭만적인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코코펠리(Kokopelli, Cokopelli), 곱사등이 피리부는 사나이다.
그의 등에 불룩 나온 것이 곱사등이라고도 하고
베낭을 진 것으로 그가 이마을 저마을 옮겨다니며 피리를 불어주는
떠돌이 악사였다는 설도 있다.
장소에 따라 때로는 토끼나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한데
나중에 신격화된 인물이라는 추측도 있다.
추측만 무성해서 코코펠리는 더 베일에 쌓인 신비스런 인물이다.
어떤 암각화에선 그의 남성이 크게 과장되어 있어 그가 출산의 복을 빌어주는
역활을 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렇게 암각화 부근에 모여사는 인디언 후손들은 현재에 남은 그림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엮어 전하고 여행객들에게 들려준다.
코코펠리는 바람과 물과 소통할 수 있었으며
(농경 사회의 대부분의 신화, 비, 구름, 바람을 다스린 단군신화와도 닮았다)
그가 피리를 불면 봄바람이 불고 나무들은 열매를 맺고 곡식이 자라고
남녀들은 춤을 추고 다음엔 아이들을 배었다고 한다.
제주인 무당(shaman)이었거나
농사를 주관하고 행복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신으로도 표현한다.
코코펠리에 관한 수많은 풍문 중 하나로 푸에블로 인디언의 조상인
아나사지(Anasazi) 부족이 전해 온 이야기엔 그의 피리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곱사등이 코코펠리는 생긴 모습 때문에 어려서부터 왕따를 당했다.
어느 날 산에 들어가서 지혜의 거미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거미줄로 그를 묶어 하늘로 올려주었다.
하늘에서 코코펠리는 바람을 만나고 별을 따서 곱사등에
가득 담았다.
바람과 별을 섞은 그의 음악은 피리로 흘러나왔다.
그의 피리소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고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간을 초월해 수천년을 왕래하는
그의 피리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