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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벤더 털기
    농장주변이야기 2011. 1. 19. 00:43
    라벤다 털기
    농장 주변이야기 2011/02/20 21:06  http://blog.hani.co.kr/gyopoajumah/68302 
    날이 밝고 해가 나는 날
    라벤다를 텁니다.
     
     
    차랑
    향주머니 속 채울 라벤다가 좀 필요해서요.
     
     
    lavender syrup 2010 039.JPG

     
     
    어두운 그늘에 말린 다발들을 내려 광주리 가득 담는데 흐뭇합니다.
     
     
    해가 쟁쟁한 집앞에 퍼지르고 앉습니다.
     
     
     
    실장갑을 낀 두 손으로 비비면 꽃이 술술 잘 떨어집니다.
     
    아참
    마스크를 꼭 씁니다.
     
    미세한 가루가 코에 들어가는 걸 막느라구요
     
     

     
    007.JPG
     
     
     
     
    우선 채로 쳐서 먼지를 떨고요.
     
    마른 꽃잎이랑 꽃받침은 키질로 날립니다.
     
     
    남편이 채 치는 걸 도와줍니다.
     
    채 속에 넣고 치면 되니까 낟알 헤뜨릴 일도 없어서
    서투른 사람이 해도 되고
    반복적으로 오래 쳐야 해서 힘이 듭니다.
     
     
    키질은 꼭 내가 합니다.
     
    바람이 조금 있는 데서
    바람의 세기에 맞춰 살살 까불어 대면
    누런색 꽃받침들이 검불이 되어
    날아갑니다.
     
    키질은 아무한테도 나누어주지 않는
    몽땅 내 즐거움입니다.
     
     
    키가 없어서 
    넙적한 대나무 채반을 키 삼아 까부리는데
    꽤 쓸만합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손때가 곱게 묻은 
    늙수그레한 키 하나 구하리라 마음만 먹은지 
    벌써 몇년 되는 것이
     
     
    그런대로 채반으로 견딜만해서 그런가봅니다.
     
    키가 꼭 필요하기 보다는
    풀풀 낟알을 까불리고 돌을 골라내던 우리 어머니들의 
    그 능숙한 손놀림을
    그 열심을
    동경하는 거지요.
     
    손에 일이 익었을 때의
    그 여유로움도요.
     
     
     
    아무래도 
    키는 장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치고
    까불리고
    골라내고 하다보니
     
    보라빛
    꽃봉우리들만 채반 가득 남았습니다.
     
    이렇게 고른 라벤다는
     
    가까운 사람들의
    찻잔에서
     

     
    헝겁에 쌓여
     
    향을 전하겠지요.
     
     
     
     
     
    회색으로 무채색의 겨울 
     
    짬짬이 이런 날도 있습니다. 

     
    011.JPG
     

    012.JPG
      
    015.JPG
     
     
    이천십일년 일월 십구일
     
    교포아줌마(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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