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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챦아
    농장주변이야기 2012. 1. 5. 13:45


    DSC_0119.jpg

      -일월 사일 2012  저녁 바닷가-


     

    흐렸다

    어제도 비오시고 오늘도 비오신다.
    이곳의 겨울은 비와 함께 깊어간다.

    오늘은 제법 굵은 비가 한동안 특툭 듣는 들에서 일했다.

    아침부터 땅에 붙어 일하는 고마운 이그나시오에게 허리 펴라고 속없는 말을 건넸다.

    몸이 많이 졌었을텐데 춥지 않느냐고.

    It's O.K. (괜챦아).

    이그나시오의 대답은 언제나 괜.챦.다. 다.
    I am O.K. 던지
    It's O.K.  

    내가 스페니쉬를 못하고
    이그나시오는 영어가 짧으니 
    우리 둘사이의 대화는 언제나 짧고 간략하다.

    크리스마스 때 멕시코에 있는 아내랑 어린 아들들에게 전화했느냐니까
    다 들 잘있다고 (Yes, they are O.K.).

    잠깐 머뭇하는 표정에서 
    어린 아들들이랑 젊은 아내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짐작만 해본다.

    빗방울이 굵게 와그르르 떨어져서
    잠시 비를 긋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It's O.K하고 싱긋 웃더니

    비가 많이 오면 춥지 않아서 오케이고
    맑은 날은 춥지만 비가 안와서 오케이란다.
    그래서 언제나 오케이란다.

    가족을 멕시코에 둔 채 떠나와 벌써 삼년째 혼자 생활하며 몸을 부수며 일하는 
    네살 일곱살 어린 아들들의 아버지
    그리고 젊은 아내의 남편인 이그나시오.

    멕시코에선 능력없는 남편은 사람축에 못낀다고.

    푼푼이 일 한돈을 보내고 모으면서 몫돈이 모여지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비가 한참을 더 퍼붓는 들에서 나도 머무니
    우비 위로 요란하게 두두둑둑 듣는 빗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비가 와서 춥지 않으니 오케이 맞다 그러면서.

    점심으로
    갓지은 현미밥이랑  꼬리곰탕 무국이랑 양배추 당근 무침이랑 듬뿍 듬뿍 담아서

    이그나시오
    그리고 남편 셋이서
    코 빠뜨리면서 훌쩍이며 먹었다.


    비슷한 국이 멕시코에도 있다며 맛있게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다 먹었다.

    곧바로 다시 들로 나가기에 몸 줌 말리면 어떠냐고 물으니

    It's O.K. 

    또 그런다.

    보송보송한 집안이 많이 불편한 날.


    이천십이년 일월 오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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