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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앞에서 펼쳐진 벌의 분봉
    농장주변이야기 2012. 7. 8. 15:00

    오늘 날이 맑았습니다.




    갓꽃 무꽃 모두 해아래 활짝 피고 주위가 아주 평화로운 날


    느닷없이 구름처럼 벌떼가 라벤다 뜰위로 날아듭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나르는 큰 벌떼는 처음 봅니다.ㅁ

    잔디를 깎던 이그나시오가 벌떼 에 휩싸였다가 빠져나왔습니다.


    많이 놀란 듯 합니다.


    가만히 보니 땡벌(Yellow Jacket)이나 말벌(wasp)은 아니고 꿀벌입니다.





    한참을 이리저리 커다란 구름조각 처럼 날다가 집 앞의 이 향나무 근처에 점점 모여듭니다.


    그러더니 모두 향나무 밑둥지쯤에 앉습니다.




    벌위에 벌 

    온통 벌벌벌벌....

    한 오센티 두께로 덮고 또 덮네요. 저희들끼리...



    영문을 몰라 우리동네 만물박사 크리쓰한테 전화하니 와 분봉하는 거네

    벌 필요로 하는 사람 안다고요.

    동네 양봉취미로 하는 그룹의 회장일을 한다는 쑤우알렌에게 연락을 했더니 한시간 내에 달려왔어요,


    망을 쓰고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요.


    보호차원에서 그렇지 꼭 이런 옷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네요.

    분봉 중의 벌들은 아주 양순하다고요.very docile)


    쑤우알렌이 벌 이동용 박스를 가져왔어요.





    박스 속에는 밀랍으로 된 꿀벌집 판들이 여러개 들어 있네요.


    왼쪽 하얗게 봉한 부분이 꿀이구요.


    쑤우알렌 앞단추 에서 왼쪽 바로 앞에 몇개 볼록 나온 것이 수펄들을 키우는 방이라구요..

    수펄들은 여왕벌과 공중 높이에서 교미를 하고는 죽어버리는 일로 사명과 일생이 끝난다구요. 그참...


    방마다 알들이 들어있어서 일벌들이 단백질인 화수분을 먹이면서 애벌들을 키우구요.


    그러다가 너무 상자속의 벌수가 많아지면 일벌들이 하나의 알에다 로열젤리를 먹이기 시작해서 여왕벌을 만든다고 해요.

    자라서 여왕벌로 성숙하면 이미 있는 여왕벌이 벌의 일부를 끌고 집을 새로 된 여왕벌에게 내어주고 새집을 찾아 떠난다고 해요.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쑤우알렌이 쉿~ 아이들 들을라 했어요. 인간들은 어미가 제집을 주고 떠나지 않고 다 크면 내어쫓는다고요.

    이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알면 얼마나 벌 엄마들을 좋아할까 하면서요.^^




    아하!

    오늘 우리집 뜰이 갑자기 벌집 쑤신 것 처럼 벌소동이 일어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되었어요.


    여왕벌은 다큰 수펄(drone)들과 여덟마리 에서 스무마리 까지 돌아가며  교미를 하는데 좋은 유전자를 가진 벌들의 출산을 위해 그리하는거라네요.

    이렇게 수정을 마친 여왕벌은 배가 아주 커져서 그 이후론 다시 날지 못하고 방방이 기어다니며 일생 알만 낳게 되는 거라구요.


    그러니까 딸여왕에게 집내주고 분가나온 엄마여왕벌과 그 일동이네요.









    쑤우가 상자를 대고 빗자루로 쓸어담아 봅니다.

    원래 나뭇가지에 앉으면 뚝 따다가 밑에 천을 깔고 툭 떨어뜨리면 벌들이 다 떨어지고 그걸 상자속으로 들어가게 하면 된다는데

    가지가 다닥다닥 붙은 향나무 몸통에 붙어서 벌들을 옮기기가 쉽지 않네요.




    상자에 들어갔던 벌들이 자꾸만 기어나와 원래 뭉쳐있던 곳으로 다시 붙어요.

    여왕벌을 감싸느라고 그런다네요.

    하도 뭉쳐있어서 여왕벌 찾아내기가 쉽지 않구요. 

    아무리 벌을 많이 모아도 여왕벌을 놓치면 이 작업이 무효가 된다네요.

    여왕벌이 없는 꿀벌들은 존속의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알을 낳고 그걸 먹이고 키우는 것이 벌들의 삶이고 생명 보존의 이유 그 자체랍니다.






    아무리 담아도 벌들이 다시 다 기어나옵니다.

    여왕벌이 아직도 나무에 붙어 있는 증거라네요.

    이 향나무에 다들 붙자마자 일부 벌들은 분봉할 자리를 보러 정찰하러 갔는데 이들을 스카우트(scout)라고 하는데

    스카우트들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상자로 옯겨 담아가야한다고 초조해합니다.


    스카우트들은 어떤 땐 몇시간 만에 돌아오기도 하지만

    어떤땐 사나흘 걸려서 돌아온다구요.


    스카우트들이 돌아오면 벌떼가 순식간에 이동을 하는 바람에 분봉을 받는 기회를 노친다고 말하는 쑤우알렌이 

    손은 더디고 점점 초조해했어요.





    아무래도 나무 가지 때문에 벌을 비로 쓸어 상자에 넣는 일은 효과가 없어보이니

    쑤우가 벌을 빨아들이는 베큠상자를 고안해 만들어 갖고 있는 댄이라는 아저씨한테 전화하고 데리러 갔어요.


    벌떼가 날아가지 않게 황급히 다녀오려는 기색이어서 조심해서 천천히 다녀오라고 했어요.

    마치 제가 벌들을 다 막아주기라도 할것 처럼요.






    댄이 가져온 중장비들인데 우선 전기를 공급하는 제너레이터구요




    베큠 파이프(Vacuum pipe)와 벌을 모을 상자에 꽂을 도구랍니다.




    이렇게 조립을 했구요.



    드디어 베큠 시작이에요.




    벌들이 뭉텅이로 파이프를 거쳐 통속으로 들어갑니다.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벌들은 파이프를 통하지 않고 날아와 이 상자에 붙어요. 머리를 박고 한사코 상자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네요.


    여왕벌이 상자속으로 들어갔다는 싸인이라고 안심합니다.

    여왕벌은 페르몬이란 생식홀몬을 발산해서 그 냄새로 벌들이 여왕을 알아모신다구요.





    상자를 들어보니 많이도 들어갔네요, 묵직한 것이 한 오파운드 된다고 하네요. 벌 무게만요.

    양봉하는 사람들은 벌을 무게로 다네요.  여왕벌은 한마리에 사오십불 한다고 해요. 일벌은 한 파운드에 오십불씩 하구요.


    벌값이 그런 줄 처음 알았어요. 

    양봉하는 사람들이 매긴 값인데 결국엔 존재의 중요함에 따라 매겨지는 값이겠지요.


    참~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양봉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데요. 벌들이 분가해나가기 때문에 일펄들의 많은 수를 잃게 되기 때문이지요.

    누군가의 얻음에는 누군가의 손실이 있네요.


    올해 기록적으로 비가 많이 오고 봄이 온화해서 블랙베리랑 온갖 꽃들이 송이가 크고 많이 맺은 것에

    먹을 것 많을걸 감지하고 이런 분봉이 일어나기도 하기에 과일이 풍작일 것을 예견하기도 하네요.



    한 오백내지 천마리는 상자에 안들어가고 아직도  나무에 붙어있는데 이쯤에서 족하다고 일을 마치네요. 

    알 낳을 여왕벌 있겠다. 일할 일펄들 있겠다. 공짜로 벌통하나 생겼다고 쑤우알렌이 다음해에 꿀을 좀 나눠주겠다네요.


    상자에 못들어간 벌들이 상자 겉에 잔뜩 붙네요. 비로 쓸어내고 난 사진인데도 저렇게 필사적이네요.


    우리들은 죽으라는 이야기냐

    맞대요. 여왕벌을 잃은 일벌들은 몇일 지내다가 죽어버리기가 십상이고 

    어떤때는 새여왕의 무리(colony)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드문 경우라네요.





    벌이 담긴 상자를 차에 넣으려고 문을 여는 중에도 목숨걸고 따라붙는 벌들을 쑤우알렌이랑 댄이, 양봉장이들이 빗자리로 또 쓸어버렸어요.

    나 같으면 마지막 한마리까지 다 데려갈텐데...


    여왕과 대부분의 벌들이 떠나고 난 후 잔재한 벌들이 아직 여왕의 체취가 남아있는지 다시 향나무 둥지에 뭉쳐있어요.


    에고


    얘들은 어떻게 되나요.

    꼼짝도 안하고 있으니...

    전체주의에서 자신들의 기능을 잃은 벌들은 죽음만 기다리네요.


    바보같이 며칠 좀 더 살아보라고

    그러다가 정찰대가 돌아오던지

    아님, 무리중에 하나가 혹시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식가능한 여왕벌이 되던지

    무슨 기적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만들어 낼 궁리라도 하라고

    나무 밑에다 설탕물을 낙낙히 타서 놓아 두었네요.


    제발 살아남아라 하는 마음으로요.




    또 혹시 아나요. 정찰대들이 새로 옮겨간 벌통의 소재를 알아가지고 와서 그리로 가서 합류할지도.....



    *  *  *


    하루가 지난 오늘도 여전히 그 자리에 붙어들 있네요.


    에구 안되었어라....


    융튱성없는 벌들 같으니라구....



    ㅁㅁ

    이천십이년 칠월 칠일

    교포아줌마(c)



    후기

    이천십이년 칠월 십삼일


    어제는 오랜만에 세수하고 섬 위쪽 동네로 갔습니다.

    시골 사람들이 뭍에 갈때 검은 얼굴에 앞 얼굴에만 분 하얗게 바르고 분홍 저고리 입고 멋부리는 것 처럼

    옷도 입고 신발도 제대로 신고 갔어요.


    우연히 라벤다 밭에 벌통을 가져다 놓은 또 다른 양봉꾼을 만났어요.

    우리집에 왔던 분봉한 벌 이야길 들었다며 아는 체 하네요.


    향나무 밑둥지에 내려 앉은 걸로 보아서 

    스카우트들이 이미 거길 자신들의 새 둥지로 정한 거라구요.

    가만 두었으면 사람이 지어주는 집이 아닌

    자연스런 모습의 둥그스럼한 벌집을 짓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을 거라구요.


    어마나

    우리 집에 찾아온 벌을 남 주었단 말이네요.


    인연이 엇갔나 하는 생각에 약 삼십초 동안 서운했다가

    마음 고쳐먹었어요.

    집 바로 앞에 벌집이 있으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분봉 중의 벌 같지 않아서 집을 짓고 애벌들을 기르고 꿀을 모으는 중의 벌들은

    문지기 벌들도 있어 사나울 수가 있다네요.



    앞으로 또 온다면.....


    그런일은 아주 드문 일이라 별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교포아줌마(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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